[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간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합의한 내용과 다르게 표기한 경우, 합의한 내용과 표기된 내용 중 어느 것을 유효한 계약으로 볼 것인지가 실무상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앞서 법원이 계약과 같은 법률행위를 판단함에 있어 그 해석의 방법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법률행위의 해석은 법률행위의 내용을 확정하는 것을 말하며, 계약도 법률행위의 일종입니다.

법률행위 해석의 방법에는 자연적 해석, 규범적 해석, 보충적 해석, 세 가지 방법이 있으며 이를 순차 적용합니다.

① 자연적 해석은 어떤 의사표시 등에 관하여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가 있다면, 그 의사표시에 따른 효력을 인정하는 해석을 합니다.

② 규범적 해석은 어떤 의사표시 등에 관하여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표시행위의 객관적, 규범적 의미를 탐구하여 그 효과를 판단합니다.

③ 보충적 해석은 앞선 해석의 결과 법률행위에 흠결이 발견되면 이를 보충하는 것을 말합니다.

계약에서 당사자간 합의한 내용과 표기된 내용이 같은 경우 자연적 해석에 따라 의사가 일치한대로 효력이 인정됩니다. 그런데 당사자간 합의한 내용이 있으나 착오로 인하여 계약서에 다른 내용을 표기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당사자간 합의한 내용과 달리 착오로 다른 내용을 표기한 경우라도 오기가 착오에 따른 실수임이 명백하다면 계약서상 잘못된 표기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원래 합의한 내용대로 계약서를 해석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 법인인 A사는 2009년 10월 B사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사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C씨와 D씨 등 2명이 연대보증을 섰고, 다른 3개 회사가 근질권을 설정해줬습니다.

이후 A사와 B사는 2010년 10월 사채원금 지급기한을 유예하고 이자율을 변경하기로 하면서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의 연대보증인인 C씨 등이 근질권설정자로, 근질권설정자였던 3개사가 연대보증인으로 바뀌어 기재됐습니다.

A사는 B사가 사채금을 주지 않자 당초 연대보증인이었던 C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C씨 등은 "우리는 연대보증인에서 근질권설정자로 지위가 변경됐으므로 연대보증 책임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대법원 민사3부는 A사가 C씨 등을 상대로 "C씨는 19억 1,300만원을, D씨는 그 중 6억 4,400만원을 연대해 지급하라"며 낸 사채금 등 청구소송(2016다242334)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계약을 해석할 때에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고 쌍방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해야 한다.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계약서의 문언이 계약 해석의 출발점이지만, 당사자들 사이에 계약서의 문언과 다른 내용으로 의사가 합치된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예컨대 계약당사자 쌍방이 모두 동일한 물건을 계약 목적물로 삼았으나 계약서에는 착오로 다른 물건을 목적물로 기재한 경우, 계약서에 기재된 물건이 아니라 쌍방 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있는 물건에 관하여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계약상 지위에 관해 당사자들의 합치된 의사와 달리 착오로 잘못 기재했는데 계약 당사자들이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계약상 지위가 잘못 기재된 계약서에 그대로 기명날인이나 서명을 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심은 당사자들이 모두 인수계약 당시와 마찬가지로 연대보증인과 근질권설정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의사로 합의서에 당사자로 기명날인했다고 보고, 기존의 변제기한과 이율에 관한 사항만 변경하는 내용으로 유효하게 성립했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정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계약과정에서 당사자간 합치된 의사와 계약서상 표기의 차이로 인한 법률행위 해석을 확인한 판결로써, 계약 체결시 당사자간 합의한 내용과 달리 명백한 착오로 다른 내용을 표기한 경우라면 계약서상 잘못된 표기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원래 합의한 내용대로 계약서를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점, 나아가 그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