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지난 호에 언급했던 식욕 억제 호르몬 렙틴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90년대 살찐 쥐 실험을 통해 이 호르몬을 발견한 과학자들의 흥분이 급격히 가라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이 문제의 중심에 비만의 원인을 밝히려는 성급한 노력과 약을 통해 간단히 비만을 해결하고 싶다는 수많은 이들의 욕구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 얻게 될 사회적 명성 및 경제적 파급을 전제하고 연구를 진행한다면 과연 그 결과가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 특허권을 낚아챈 생명 공학 관련 기업의 반짝이는 희망은 비만이 생물학적 문제인지, 또는 개인의 의지와 관련된 문제인지 숙제로 남긴 채 이별을 고했다. 오래전 발견된 렙틴을 비만 호르몬이라 치자. 아이러니는 그 후로 2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발견된 비만 호르몬을 통한 획기적 치료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만 호르몬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바쁘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신비의 묘약을 갈망하는 이면에 간과된 중요한 사실이 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약의 용법과 용량에 관한 것인데 바로 약 성분이 맞서 싸워야 할 음식의 양이다. 대부분 비만치료제가 약제의 함량 대비하여 처리할 수 있는 음식물의 양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다. 길티 플레저(순간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으로 양심의 가책을 동반한다. 다양한 길티 플레저가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탐하며 동시에 가책을 느끼는 것도 한 종류라 할 수 있다.)의 번뇌를 완벽히 해소할 수 있는 체중감량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근본적 문제는 남는다.

끊임없는 식탐과 왕성한 식욕으로 한없이 먹어대는 음식물조차 그것이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어떤 비만치료제든 음식의 통제 및 제한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역으로 치료제에 기대지 않더라도 우리가 유입되는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다면 체중 감량 및 유지에 성공할 가능성은 커진다. 명쾌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획기적 비만치료제에 대한 인류의 갈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듯 몇몇 제약회사는 나름대로 기전을 내세우는 치료제 또는 예방제를 시장에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제니칼이란 비만 방지약이다. 제니칼은 고혈압, 당뇨 등 대사 증후군, 또는 초고도 비만 환자의 체중 감량 및 유지를 위한 비만 치료 약으로 개발되었다. 원리는 소화관 내에서 지방을 흡수 및 소화하는 효소, 즉 리파아제의 생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리파아제는 지방을 가수분해하여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만드는 지방분해효소로서 주로 쓸개의 이자액에서 분비된다. 일부 혈장에도 포함되어 있으나, 주로 림프관과 췌장 분비액에서 얻어지는 리파아제는 혈액에서 내분비샘이나 복강으로 분비되어 조직에 저장된 지방을 분해한다. 경구 약제인 제니칼은 식사 후 복용함으로 리파아제의 활성을 억제하여 지방의 흡수를 방해한다. 인위적으로 지방의 흡수를 방해한 결과로 변에 기름이 섞여 나오거나, 복부 팽만, 소화기 장애 등의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다.

정상적인 것으로 오해될 수 있겠지만 변에 기름이 포함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우리 몸의 기전이 아니다. 지방이 흡수되지 못하므로 배변 실금 즉, 지방이 포함된 변을 지리거나, 생리 주기의 변화, 방귀, 복통 등의 부작용이 잇따른다. 약을 복용 후 장운동이 정상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여 헛배가 부르고 메슥거리거나 토하는 등의 부작용이 수반된다. 이에 비해 체중 감량 효과는 지극히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행 다이어트와 관련된 상품 대부분은 비용을 쓰고 몸을 버리는 비효율적이며 낭비적 요소의 전형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다이어트와 관련된 안타까운 일들은 이뿐이 아니다. 다음 호에 또 살펴보자.

▲ 박창희 교수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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