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1위 문시온과 한초임, 서툶의 당당함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1.19l수정2019.01.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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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지난 12일 KBS2 ‘불후의 명곡’이 끝나자마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르씨엘의 문시온(25)이 올랐다. 15일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직후엔 걸그룹 카밀라의 한초임이 같은 현상 속에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섰다. 둘 다 아직 유명하지 않은 신인이지만 스타에 성큼 다가설 수 있는 분위기는 잡았다. 

일단 두 사람이 눈길을 끈 이유는 확연하게 다르다. 문시온은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고 전태관과 생존한 김종진의 후광을 등에 업은 게 사실이다. 한초임은 오직 비주얼이다. 레드 카펫 행사의 MC를 맡은 그녀는 마치 수영복 같은 하이 레그 팬츠의 시스루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동기 부여일 뿐 그 내막은 공교롭게도 아직은 부족하고 어색하지만 그걸 억압이나 약점으로 여김으로써 부끄러움을 갖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순수함에 있다. 시청자는 문시온의 어설픈 박자 놓침도, 한초임의 ‘자력갱생돌’이란 가난함의 고백도 예쁘게 봐줬다.

그건 프로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어설픈 아마추어리즘과는 다르다. 잠깐 배우로도 활동했던 문시온은 오래전부터 음악 트레이닝을 받아왔다. 그날 방송에서 그는 김종진처럼 직접 일렉트로닉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가창력, 연주력, 음악성은 물론 외모까지 이미 검증받은 그이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문제는 ‘멘탈’. 지난해 부활을 알린 타이거 우즈가 그동안 부진했던 게 과연 실력 탓이었을까? 그가 골프 신동이란 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사생활 등 외부요인에 의해 무너진 ‘멘탈’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동계훈련 때 계곡의 얼음물에 몸을 담그고, 정신교육을 받는 건 바로 그런 연유다.

사실상 중고 신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문시온에게 가장 큰 문제점은 ‘멘탈’이다. 그의 배후에 있는, 김정민의 전성기를 만들었고, 스카이(최진영)란 프로젝트 그룹을 성공시킨 강민 프로듀서의 음악과 인맥은 천군만마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불후의 명곡’은 면역력을 키워주는 미리 맞는 매가 됐다.

르씨엘은 지난해 데뷔하자마자 지상파 방송3사의 간판 가요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했다. 또 10월 ‘APAN 스타어워즈’ 시상식의 유일한 초청 가수로서 축하 무대를 장식했다. MBC ‘섹션TV연예통신’의 리포터를 맡은 가운데 내로라하는 대중음악계의 ‘고수’들이 총출동하는 ‘불후의 명곡’에 입성했다.

데뷔 때부터 뮤직비디오에 장동건이 드러머로서 참여했다는 소식과 영상이 으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등 ‘슈퍼 루키’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극소수를 제외하면 ‘타고나는’ 사람은 없다. 타고난 재능에 연습과 경험을 더해야 ‘그 자리’에 걸맞은 자격, 즉 실력과 ‘멘탈’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 사진=한초임 SNS

그런 면에서 ‘불후의 명곡’은 문시온에겐 훌륭한 예선이었다. 밴드 몽니, JK김동욱, 선우정아, 정동하 등 쟁쟁한 선배들의 틈바구니에서 가창력이나 음악적 색깔로 두드러질 수 있으리란 기대는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걸 알기에 그토록 긴장해 시작부터 박자를 놓치는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생방송이 아님에도 제작진은 그런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이어갔고, 문시온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아부었다. 시청자들이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한 건 경연에서의 잘잘못을 떠나 노력이 보기 좋았고, 그게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매우 영악하다. 가창력은 물론, 편곡력, 무대 연출력 등 다양한 사전 준비를 통해 승패를 가르는 ‘나는 가수다’ 류의 경연 프로그램에 임하는 경연 가수의 가슴이 얼마나 떨리는지 잘 안다. 김건모의 마이크를 쥔 손이 심하게 떨리는 걸 보면서, 임재범이 히스테리를 부렸다는 소식을 듣고서.

김건모도 떠는데 이제 1년도 안 된 문시온이 긴장하는 건 시청자 입장에선 애교다. 그래서 그가 ‘밑져야 본전’이란 초심일 수밖에 없는 무념무상으로 자신의 꿈을 담은 ‘어떤 이의 꿈’을 열창한 데 대해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 것이다. 신인 시절의 실수는 트라우마 아니면 맷집을 키우는 굳은 살이다.

한초임의 경우 절실함은 더욱 마음속 깊은 곳으로 와닿는다. 스스로 ‘자력갱생돌’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매니저도 코디네이터도 없을 만큼 경제력이 약하다는 뜻이다. 이날의 의상은 그녀가 한 땀 한 땀 스스로 리폼한 것이라고. 이런 큰 행사의 MC 자리를 꿰찼으니 어떻게든 알리고 싶었을 절박함.

그 간절한 바람이 혹시라도 있을 법한 비난마저도 감수하겠다는 당당함과 솔직함의 의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소수의 부정적인 의견은 있었지만 결국 여론은 그녀의 ‘자력갱생돌’이란 표현을 대형 기획사 소속은 아니지만 의지만은 남다른 일부 ‘흙수저’가 ‘마법의 성’에 입성하고자 하는 꿈으로 봤다.

그들에게선 고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과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연상된다. 삭막하고 복잡한 현대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자아의 자존감과 존재성의 파괴 혹은 상실을 느끼지만(‘민물장어의 꿈’), 결국 환경(인간성)의 파괴 속에서도 영웅(아멘 라)과 禪(젠)이란 희망(‘라젠카’)을 믿는 장한 의지가 돋보인다.

신해철이 좋아했던 비트겐슈타인은 운명 직전 “내가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고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라고 유언했다. 예술적 자질도 뛰어난 철학자였던 그가 철학을 연구한 게 아니라 철학을 살았듯 뮤지션은 음악으로 살면 가장 훌륭한 삶이다. 두 사람이 음악으로 평가받을 무대가 더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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