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우리나라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이 바로 국회의원이다. 선거철에는 굽신거리다가 막상 당선이 되면 안하무인이되어 각종 불법을 저지르면서 자신을 뽑은 유권자를 우습게 본다. 유럽의 의원들은 봉사한다는 자세로 급료도 높지 않고 각종 특혜도 없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평생 먹을 것을 한탕하기 위해 의원이 된 듯한 사람이 많다. 이들이 모여서 일을 보는 곳이 바로 의회이다. 의회(parliament)/ 국회(national assembly)는 현대 민주국가에서 법의 심의 및 제정 기관인 입법부를 지칭한다. 의회는 민주국가에서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된다. 이들이 국민들을 대신해 입법 등 중요 국사를 처리하는 것이 대의민주정치이다. 이 정치제도는 영국이 기원이며 세계 최초의 의회는 930년에 아이슬란드에서 생긴 ‘알팅그’다. 의회/ 국회는 원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입법회의를 지칭했다.

의회/ 국회는 법 제정 외에 행정부를 견제한다. 즉 정부 예산의 심의와 의결, 그리고 정부 장관에게 필요시 특정 사안에 대해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그래서 의회는 여러 심의 위원회와 청문회를 두고 있다. 현대 대부분 민주국가의 국회는 특정 이해나 정치적 이념의 몇몇 정당에 의해 지배되는 정당정치가 이루어진다.

역사를 보면, 근대적 의회는 에드워드 1세(1272~1307) 때 2개의 잉글랜드 정부기관이 통합되어 생겼다. 하나는 콜로퀴움(colloquium)인 대회의(Magnum Concilium)로 평신도와 교계의 거두들이 국왕과 국정을 논의했으며 관례적으로 특별과세 가부를 심의했다. 또 하나는 뒤에 나타난 왕정청(Curia Regis)으로 대회의보다 작은 준전문가 고문들의 회의체다. 12세기부터 이 '의회 내 국왕자문회의’는 일반법정이 불가능한 사법적 문제들을 해결했다. 왕은 두 회의체의 연석회의를 소집했는데 소집을 통고받은 사람만 참가했다. 이 관행은 14세기 초 종교 귀족과 세속 귀족 사이의 토론회와 기사들과 자치도시 주민들의 토론회로 발전했다.

의회는 왕과 자문회의, 종교 귀족과 세속 귀족의 모임, 평민 등 3원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랭커스터가 왕들은 참사관 모두를 귀족에서만 뽑아야 됐고, 튜더 왕조 때는 추밀고문관을 하원의원 중에서 뽑는 것이 관례였다. 14세기에는 추밀원의 힘이 커져 의회에서 분리되며 의회의 사법적 기능이 쇠퇴하고 입법활동이 강화되었다. 입법활동은 국왕이 주도했지만 의회가 발의한 청원이나 법안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법안은 국왕의 동의로 의회의 조례가 되었으나 헨리 6세 때는 상원과 하원의 동의가 필요했다. 튜더 왕조 때는 국왕의 입법이 가능했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고, 모든 중요한 정치적 변화가 조례의 영향을 받았다. 전문적 의원 계급이 생겼는데 이들 중 일부는 친 국왕파가 되고 다른 이들은 왕의 정책에 반대하며 하원 의원들에게 거부하도록 선동했다. 영국내전(1642~51)으로 의회는 왕권에 대립했다. 또한 왕정복고기(1660~88)에 생긴 휘그당과 토리당은 후대 정당의 원조가 되었다.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윌리엄 3세는 의회 내 정당원 가운데 고문 및 관료를 뽑았는데, 처음에는 두 당에서 뽑다가 후에는 하원의 다수당에서 뽑았다. 앤 여왕 때 이 추밀원(내각)은 여왕과 별도로 정례회의를 갖는 정책결정기구가 되었다. 그 후 정치적으로 무능한 조지 1~2세 때 휘그당과 하원 그리고 내각의 지도자인 로버트 월폴은 '총리'가 되어 내각이 공동으로 행동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1830년 이후 정당체제가 굳어지며 의회의 모든 의원들은 당명을 사용했다. 권력은 이제 왕에게서 멀어졌고 상원의 위세도 19세기말~20세기초부터 쇠퇴했다.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의회/ 국회(Parliament/ national assembly)’는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Parliament’는 후기 라틴어 ‘parliamentum/ parlamentum(회의, 모임, 의회, 법정)’이 ‘parler(말하다)’와 ‘-ment(명사형 접미사)’가 결합한 11세기 고대 프랑스어 ‘parlement(회의, 모임, 의회)’가 됐다. 이 말이 중세 프랑스어를 거쳐서 14세기 앵글로 노르만어 ‘parliament/ parlement/ parliment’가 되면서 영어 ‘parliament’로 최종 정착을 했다. 인도 유럽어의 의회를 의미하는 영어 parliament, 독일어 parlament, 이탈이아어 parlamento 등은 프랑스어 ‘parler(말하다)’에서 파생된 ‘parlement’에서 온것으로 본다. 영국에서는 15세기에 특히 입법부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national’은 ‘(g)natus(to be born)’에서 유래한 라틴어 ‘nātiōnem(nation, race, birth)’이 고대 프랑스어 ‘nation/ nacion/ nasion(nation)’으로 유입됐다. 이 말을 차용하여 중세 영어 ‘nacioun/ nacion’이 되면서 ‘nation’으로 최종 정착을 했다. ‘national’은 ‘nation’과 ’al’이 합성된 중세 프랑스어 ‘national’이 최종 정착을 했다.

‘assembly(의회, 국회)’는 인도 유럽 공통기어 ‘sem-(함께, 하나)’가 라틴어 ‘simul’이 되었고 통속 라틴어 ‘assimulare’로 변형되었다. 이 단어가 고대 프랑스어 ‘asemblee’가 되었고 다시 앵글로 노르만어 ‘asemblee’로 유입되어서 중세 영어 ‘assemblee’가 되면서 ‘assembly’로 최종 정착하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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