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SNS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테제가 있다. 손바닥으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면 드넓은 하늘은 물론 온 세상이 안 보일지 모르지만 하늘과 세상은 오히려 그를 더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버닝썬 사건’으로 이슈가 된 빅뱅 승리와 그의 소속사 수장 양현석의 대응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지난해 20대 남성 김모 씨가 이곳에서 성추행을 당한 듯한 여성을 구하려다 클럽 이사 장모 씨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되레 성추행 의혹을 뒤집어썼다고 지난달 주장하며 사건은 시작됐다. MBC와 KBS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다수의 매체들이 취재 경쟁에 뛰어들어 점입가경으로 내달리는 중이다.

의혹은 이슈의 확장을 불렀다. 폭행 논란뿐 아니라 마약류인 이른바 ‘물뽕’을 이용한 여성 성폭행 의혹, 경찰의 상황처리에 대한 의혹 등이 불거지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경찰은 광역수사대를 투입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고, 비로소 양현석과 승리가 잇달아 해명에 나섰다.

양현석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로 승리는 당일 사고가 일어나기 3시간 전에 현장을 떠났고, 논란이 일 때 즈음해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건 오는 3~4월로 현역 입대가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승리의 입장 표명이 늦어진 이유는 자신의 판단에 의한 보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었다고.

승리는 이틀 뒤 사과문을 통해 사내이사직을 맡아 왔지만 처음부터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홍보 역할만 했다는 것. 하지만 그는 지난해 3월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이곳이 내 것’임을 강조하며 아주 디테일하게 홍보했고, 이후에도 그가 ‘주인’임은 공식적인 사실로 알려져 왔다.

양현석과 승리는 이번 사건의 본질과 대중이 원하는 걸 모르거나 외면하는 듯하다. 일단 사건의 본질은 장 씨와 김 씨 사이의 폭행, 클럽 내외에서의 마약 유통과 그에 의한 성폭행, 그리고 클럽과 경찰의 유착 등의 의혹에 대한 진실이다. 광역수사대는 이 점에 주목해 수사를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중은 이런 의혹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사실 은밀한 클럽에서 불법적이고, 부도덕하며, 비이성적인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건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한다. 승리가 폭행 사건, ‘물뽕’, 성폭행 의혹등을 인지했는지가 아니라 그의 진면목이 궁금한 것이다.

양현석과 승리의 공식 보도자료를 100번 믿어야 마땅하겠지만 사실 사람 속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승리가 여러 의혹에 대해 양심이나 도덕성을 지니고 있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대중을 얼마나 어렵게 알고, 그래서 논란을 어떻게 현명하게 수습함으로써 여론을 달래는가에 집중할 따름이다.

두 사람은 최소한 그런 대중의 목적론적 논리에 비춰봤을 때 초동대응이 매우 미숙했다. 프로페셔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중이 분노를 그치지 않는 건 그들이 겉으론 사과하고 있지만 대중이 원하는 것과 다른 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이 알고 싶은 건 사건의 진실이나 승리의 진심이 아니다.

진실이라고 믿을 법한 그럴듯한 해명과 진심인 듯 느껴질 만한 매끄러운 행동과 사과문의 내용이다. 여야를 막론한 다수의 위선적 정치인들에게 숱하게 속고 배신당해온 대중은 더 이상 완벽한 정의와 이성과 도덕을 믿으며 종교를 맹신하는 축자주의적 광신도도, 융즉의 법칙을 경도하는 미개인도 아니다.

곧 군인이 되기에 이사직에서 사임했다는 합리주의적 해명은 논리적이지만 환원주의적인 결정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대중은 단지 홍보 담당자에 불과했다면 그 점을 먼저 사과하는 게 순서라는 생각이다. 돈 몇 푼 때문에 마치 ‘내 것’인 양 홍보한 욕심과 어리석음에 대해 용서를 빌라는 얘기다.

승리가 ‘버닝썬’의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홍보에 앞장서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그 돈으로 ‘물뽕’을 했는지 안 했는지, 그런 건 아무 관심 없다. 대중이 아낌없이 쏟아부은 인기를 등에 업고 유명 스타가 돼 그 지위를 이용해 홍보를 해 클럽의 매출을 신장시켰으면 말썽에 대해서도 책임 지란 것.

그들의 사과문에는 오류를 바로잡고자 하는 미시적, 공시적인 노력은 엿보이지만 거시적, 통시적인 혜안은 부족해 보인다. 현실태만 주장하는 구성주의만 있을 뿐 찰나의 실수를 저질렀으니 향후 어떻게 현명하게 운신하겠다는 가능태의 행동주의가 희미하다. 사업가로서의 본유의 통일성이 태부족하다.

디스패치는 버닝썬 법인등기부를 확보해 승리가 깊숙이 관여돼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전직 직원을 통해 ‘물뽕’과 성폭행 등에 관한 증언도 들었다. 다시 한 번 더 지적하자면 대중은 승리가 대주주이건, 사건을 인지했건 상관없다. 대스타가 왜 저런 의혹투성이 업소를 홍보했는지에 대한 진실과 사과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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