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14일 개봉되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롭 마셜 감독)는 ‘메리 포핀스’(1964)의 리메이크작이 아니라 속편이다. ‘시카고’로 뮤지컬 장르의 남다른 실력을 인정받은 마셜 감독은 녹슬지 않은 솜씨와 센스를 자랑한다. 겉으론 따뜻한 가족영화를 표방하지만 의외로 의미심장해 그 값어치가 높다.

전편의 1910년에서 20년 지난 영국 런던. 둘 다 1914~1918년의 제1차 세계대전을 피했지만 그 체감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전편은 전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는 했지만 영국의 산업혁명, 미국의 독립, 프랑스와 러시아의 혁명 등을 거친 민주주의가 꽃 핀 경제적 도약기였다면 속편은 공황기.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와의 대척점에서 주도권을 잡는 듯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본주의가 기생인에서 동력인이자 작용인이 돼가고 있었다. 소수의 자본가는 노동력 착취로 기하급수적으로 재산을 불리며 부르주아지의 지배권을 확대해가고 있었지만 다수의 노동자는 주권과 생활권이 침해당했다.

▲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스틸 이미지

전편의 남매 마이클과 제인은 성인이 됐다. 제인은 미혼이지만 마이클은 아내와 사별 후 애나벨, 존, 조지 등 세 남매를 키우며 산다. 아내의 투병 때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경제적 어려움 탓에 상환이 미뤄지자 마이클의 고택을 탐냈던 행장 윌리엄이 압류하려 한다.

그렇게 마이클과 아이들이 짐을 싸야 할 위기에 처했을 때 거짓말처럼 마이클과 제인의 보모였던 메리 포핀스가 나타난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뱅크스 가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왔다”라고 한다. 과연 그녀는 3남매를 돌봐주기 위해 온 것일까? 애나벨의 “우리도요?”라는 질문에 답이 있다.

포핀스는 단지 어린 3남매만 챙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혼기가 꽉 찼음에도 혼자인 제인과 꿈도 희망을 잃은 채 나이‘만’ 먹은 어른인 마이클이 첫 번째다. 그다음 그런 어른답지 않은 어른 밑에서 자라는 세 아이에게 사랑과 동화와 신화의 꿈도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가르치기 위해서다.

▲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스틸 이미지

종교나 신화나 동화는 실존 여부를 떠나 구조주의적 측면에서 타당하게 정초될 수 있다는 게 다수의 학자들의 생각이다. 다만 그 이론과 사상이 갈라질 따름이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물리적 구성주의적 유물론 쪽으로 편향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서는 마이클과 윌리엄이 대표적인 인물.

마이클이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낡은 연이 하늘 높이 날고, 그 줄을 잡았던 막내 조지가 큰 사고를 당할 뻔할 때 포핀스가 원더우먼처럼 나타난다는 설정은 인과율(변증법적 유물론)이자 예정조화(라이프니츠)인 동시에 스토아 강령(자연법)이다. 마이클이 아버지의 이름을 막내에게 준 것도 같은 맥락.

점등원 잭은 포핀스의 조력자이자 그림자로서 조연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감독은 타이틀롤인 포핀스를 내레이터로 내세우는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인 잭을 화자로 앞세워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리한 연출법을 발휘한다. 잭은 노래로 상황과 시퀀스와 스토리를 이끈다.

▲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스틸 이미지

특히 그의 동료 점등원들이 횃불을 들고 몰려들어 뮤지컬의 몹신을 꾸미는 시퀀스는 프랑스나 러시아의 혁명을 연상케 한다. 노동자의 자본가에 대한, 즉 프롤레타리아트의 부르주아지에 대한 숭고한 개혁의 행동주의다. 할리우드가 영화의 헤게모니를 틀어쥘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

그렇듯 정교하게 장대한 이념과 철학을 파레이돌리아(변상증)처럼 장치하면서도 상업영화로서의 책무를 지키니 할리우드의, 아니 디즈니의 우월성에 감화돼도 된다. 전작의 포핀스 역 줄리 앤드류스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 않지만 에밀리 블런트는 나름대로 존재감을 갖췄고, 향수를 부분적으로 달래준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포핀스 한 사람이 아니라 미장센, 뮤지컬, 미술, 애니메이션, 가족의 갈등과 해소, 동화의 우월성 등이라는 구조주의적 측면에서의 다양한 시각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그게 이 영화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합리주의적 관람의 조건이다. 그만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