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사람이 죄를 짓거나 법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나 사람과 단체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 시시비비를 가리는 장소가 바로 법정/ 법원이다. 법원은 사법절차가 행해지는 방, 홀, 건물 등의 장소를 가리키는데 법원이나 재판소에서 재판을 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법원의 재판 심리와 판결은 공개가 원칙이나 경우에 따라서 비공개로 할 수 있다. 법정의 질서 유지를 위해 재판장은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자의 입정금지 또는 퇴정을 명하고 기타 필요한 명령을 한다.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없이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할 수 없고, 재판장은 법정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경찰관의 파견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소란 등 행위로 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훼손한 자에 직권으로 20일 이내의 감치 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세 초 유럽은 사법기능이 입법 및 행정 기능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았다. 왕 등 통치자는 고위 고문관들과 함께 회의실에서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일을 수행했고 통치자가 거주하는 곳을 '코트(궁궐)’라 불렀다.

12세기 이후 대학에서 로마법 및 교회법 학자들이 양산되었고, 이들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법률전문직을 형성했다. 이들 법조직의 등장은 사법이 행정기능으로부터 점차 분리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의 법원은 다음처럼 구분된다. 첫째는, 형사사건을 취급하는 법원과 민사사건을 취급하는 법원으로 나뉜다. 둘째는, 하급심과 상급심의 구분으로 하급심은 사법적 절차의 최초 심리를 하는 일심법원이고 일심법원 판결을 다시 심사하는 곳이 상급심/ 항소법원이다.

미국의 법원조직은 연방제 정부의 기능 분할을 반영한다. 즉 연방법원과 주법원(州法院)은 그 조직 및 관할권에 있어서 거의 대등하다. 각주는 독자적으로 법원조직을 운영하며, 거의 모든 소송물에 대해 관할권을 가진다. 연방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특수 문제와 주법원에서 심리될 수 없는 사안들은 연방법원에서 처리한다. 연방법원조직은 3단계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연방사법부의 정점에 연방대법원이 있고 연방대법원장과 9명의 법관으로 구성된다. 두번째 단계는 연방상소법원으로 13개 순회구에 하나씩 있고 각 순회구는 지리적으로 지정된 지역을 담당한다. 세번째 단계는 연방지방법원으로 약 100개가 있다. 연방법원의 정규 조직 내에 포함되지 않는 전문 소송물에 관한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 들도 있다. 연방청구법원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하는 소송을 취급하며, 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그 사건이 연방정부를 피고로 하는 것인 때에는 상소심법원으로서의 권한을 가진다.

한국의 법원은 헌법상 사법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며,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 법원의 종류에는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 가정법원의 4종이 있다.

법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곳 ‘법정/ 법원(court, tribunal)’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court’는 고대 그리스어 ‘khórtos(둘러 쌓인 정원)’가 라틴어 ‘cohors’로 변형되고 이 단어의 대격인 라틴어 ‘cortem’이 ‘curtus’가 된 다음 고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서 ‘cort/ curt’로 되었다. 이들이 프랑스어 ‘cour(둘러쌓인 땅, 땅 주인)’가 되어 영어에서 차용하여 최종 ‘court’로 정착했다. 법정이라는 의미는 12세기에 생겼는데 국왕과 신하가 둘러쌓인 곳에서 판결을 내리기 위해 논쟁을 하면서 ‘법정’이란 의미가 첨가되었다. ‘court’는 원래 울타리로 둘러싸인 장소로 지금도 건축에서는 그런 의미로 사용된다. 옛날에 재판소는 법관들이 앉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곳이었고, 변호인이나 일반인들은 칸막이 밖에 있었다. 영어의 '칸막이로 부름을 받다(called to the bar)’ 표현은 새로 변호사 자격을 얻은 사람에 대해 쓴다. 처음 이 울타리가 야외의 임시건조물이었지만 점차 넓은 방이나 홀, 즉 법정 안의 고정시설이 되었다.

‘tribunal’은 라틴어 ‘tribus(부족)’가 ‘tribūnus(고대 로마제국의 치안판사)’가 되고 다시 ‘tribūnālis’를 거쳐 ‘tribūnāl(법원)’이 됐다. 이 단어가 고대 프랑스어 ‘tribunal’을 거쳐서 최종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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