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곰사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김문 작가 칼럼]

김문 작가l승인2019.02.15l수정2019.02.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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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김문 작가가 쓰는 격동의 현대사를 주도한 군장성들의 이야기]

▲ 사진=ktv 화면 캡처

불곰사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이런 일이 있은 후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6월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진 고르바초프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회담을 통해 한소 수교는 물론 한반도의 탈냉전화의 길을 열게 됐다. 아울러 고르바초프는 1991년 4월 제주도를 방문해 신라호텔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핵심현안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회담을 가지면서 한반도에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었다.(이때 필자는 취재기자로 제주도에 가서 현장을 지켜봤다. 키위를 좋아하는 부인 라이사 여사의 서글서글한 얼굴이 지금도 인상에 남는다.)

어쨌든 노태우 대통령은 한소간 무르익은 분위기에 편승해 1991년 러시아(당시 소련)와의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한국 정부가 소련에 경협차관 3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당시 소련은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서 한국 정부에 30억달러를 요청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총 14억 7000만 달러(현금 10억달러, 소비재 차관 4억7000만원)를 제공하였으나, 1991년 말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로 잔여분 지급을 중단하였다. 이미 지급한 러시아 경제협력 차관은 당초 1999년까지 모두 돌려받기로 하였으나 러시아 측이 자국의 사정으로 상환을 미루는 바람에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

이 때 한국이 구 소련에 빌려준 경협차관을 상환받기 위해 차관의 일부를 러시아산 방산물자 등으로 돌려받기로 하는데 이게 바로 ‘불곰사업’이다. 소련이 붕괴하자 채무를 승계한 러시아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었고 1999년까지 돌려주기로 한 차관상환은 희박해보였다. 1993년 8월 러시아는 한국에 현금 대신 러시아가 보유한 군사장비 등 현물상환 방식의 차관상환을 제안했고 한국은 이를 수락했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과 러시아 옐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1차 불곰사업을 시작했다. 김병관(金秉寬) 대령(당시 합참 무기체계기획과장) 등 국방부 군수국과 합참이 주축이 돼 러시아를 여러 차례 왕래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1차 불곰사업으로 총 4종의 군사장비를 도입했다. T-80U 전차, BMP-3 장갑차, 메티스(METIS)-M 대전차유도탄, 이글라(IGLA)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등 4개 군사장비가 1995년 7월부터 한국에 들어왔고 러시아는 1차 불곰사업을 통해 2억1000만 달러를 상환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남은 차관 상환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 2차 불곰사업을 추진했다. T-80UK 지휘용 전차, BMP-3 장갑차, METIS-M 대전차유도탄, 무레나(Murena) 공기부양정, 일류신 IL-103 훈련기, Ka-32 탐색구조헬기 등 도합 6종이 이때 들어왔다. 특히 산림청이 민수용으로 도입한 Ka-32 카모프 헬기가 속초 낙산사 화재진압에 큰 활약을 보였다. 2차 불곰사업을 통해 러시아는 5억3400만 달러를 상환했다.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이 방한할 때 차관상환 문제를 논의하면서 잔여분에 대해 러시아측은 전액 방산물자 및 군사기술을 한국에 제공하는 형태로 불곰사업 3차 협상을 추진했으나 우리 측이 절반가량 현금으로 받겠다고 하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013년 현재 남아 있는 차관규모는 8억7000만달러이다. 이자를 환산하면 금액은 더 많아진다.

▲ 김문 작가

[김문 작가]
전 서울신문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현) 제주일보 논설위원

김문 작가  gamsam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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