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우리나라 여성의 예상 평균 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사상 처음 1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32만 6900명으로 전년보다 3만 900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0.98명(전년 1.05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출생에서 사망을 뺀 자연증가는 2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 4000명 감소했다. 인구는 올해나 내년에 자연감소세로 돌아서고, 국제순이동을 감안해도 총인구 감소가 2~3년 내에 본격화할 전망이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2015~65년)에서 인구 감소가 2028~32년에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최근 2024년으로 앞당긴 바 있고, 다시 특별추계를 3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추이(통계청)
▲ 인구 자연증감 및 출생 사망 추이(통계청)

인구절벽은 생산과 소비의 감소 등 경제활동 위축과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여성들에게 저출산이 지속되면 경제 위기가 찾아오고 나라가 없어지니까 아이를 낳으라고, 그것도 2명 이상씩 낳으라고 애국심에 호소하며 압박하면 될까? 그것은 효과도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파악해서 개선함으로써 아이를 낳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저출산 정책의 방향을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늦게나마 전환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상당수 여성들이 출산 후 독박육아 등 육아 부담을 걱정한다. 그러지 않도록 부모가 함께 육아와 살림에 참여해야 한다. 맞벌이처럼 맞돌봄 맞살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성평등 인식 확산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이유다.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돼버렸다. 지난해 15~54세 기혼여성 대비 경력단절 여성 비중은 20.5%로 2년 전과 똑같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경력단절 여성근로자의 비중이 78.2%나 돼 대기업(54.8%), 공공기관(26.9%)보다 매우 높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현실적으로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제도 등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고, 특히 초등학교 입학기 자녀 돌봄으로 인한 2차 경력단절 등의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 현실이다. 육아휴직은 1년까지 쓸 수 있도록 법에 정해져 있으나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만일 회사가 거부하면 당당하게 문제 제기를 하기가 쉽지 않고, 용기를 내서 신고를 해도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조치될 뿐이다. 정부는 조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해도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도록 돌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기업과 학교도 직원과 학부모들의 경력단절을 초래하지 않도록 철저히 달라져야 한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법정제도를 사문화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중소기업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학교 관련 활동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라고 진정 생각한다면 그 원인을 방치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육아 및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들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려면 개인, 기업, 학교, 정부 등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당연히 복지 지출을 확대하려면 세금도 더 내야 한다. 세금을 더 내기 싫다면 복지도 적당히 요구해야 한다.
아기들은 부모에게 많은 행복을 안겨주는 복덩어리다. 육아의 불편함이 그 행복보다 커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특단의 인식 변화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나라가 아이 낳고 싶은 사회로 변모할 날이 기대된다. 만일 그 날이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들 자신의 탓이고 우리 모두가 감내해야 할 대목이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성평등보이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현)
미디어파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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