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최근 다이어트 관련 화두는 탄수화물의 제한에 있으며, 이것은 당질을 줄이자는 당질제한식과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 몸이 지질(지방)과 당질(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왜 하필 탄수화물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매 끼니 밀도 높은 탄수화물로 정의되는 밥이나 빵 등으로 식사를 한다면 우리 몸은 체내에 저장된 잉여 지방을 내놓을 기회를 상실한다. 탄수화물 남용은 체지방을 덜어 체중 감량을 하려는 우리의 의지에 부합하지 않는 모순된 식습관임에 분명하다.

하루 세끼 당질을 쓰는 식습관은 포도당을 세포속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로 밀어 넣어 연료로 쓰게 만들고 남은 잉여 에너지를 체지방으로 저장하는 인슐린 호르몬의 작용을 계속 돕는다. 식사 등을 통해 혈당이 오르기 전, 즉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은 일반적 상태는 몸이 지질을 분해하여 에너지로 사용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인슐린이 분비되면 이것이 지방 세포에 작용하여 몸에 저장된 체지방의 분해 및 사용을 방해하게 된다. 잉여 에너지로 저장된 중성 지방은 리파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데 인슐린이 리파아제의 활성화를 막기 때문이다.

결국 활용 빈도가 낮아진 체지방 연소 회로는 그 기능을 상실하여 점차 쇠퇴해진다. 이것이 당질을 주 연료로 계속 사용할 때 체지방을 줄여 체중을 줄이겠다는 계획이 힘들어지는 이유다. 면, 떡, 밥, 죽, 빵 등 정제되어 밀도가 높은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삼는 식습관을 고치지 않는 한 다이어트는 한낱 요원한 꿈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 확고히 말씀드린다. 그렇다면 어떤 식습관으로 우리가 늘 말하는 밥, 즉 쌀을 식탁에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다이어트 전문가도 음식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긴 일반인과 매한가지다. 음식의 종류를 제한하지는 않지만, 필자는 기본적으로 적은 양의 음식과 긴 식사 시간의 원칙을 지킨다. 바쁜 일상에 웬 편한 소리냐 하겠지만 김밥 한 줄이라도 30분 이전에 식사를 마치는 법은 거의 없다. 지치긴 많이 먹다 지치나, 조금 먹다 지치나 마찬가지다. 김밥을 주문할 땐 밥을 반만 넣어 달라 한다. 홀쭉한 김밥 한 줄이면 한 끼니로 충분하다. 밀도 높고 정제된 탄수화물의 대명사 격인 밥은 유일하게 점심때 먹는 반 공기 정도가 하루 전부다.

또한 필자는 때가 되어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공복이 느껴지면 시간과 상관없이 식사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본인은 저녁을 서, 너시에 먹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침은 계절 과일을 한, 두 쪽 정도 먹으며 저녁은 군것질하듯 식사를 끝낸다. 필자는 식사 전 무엇인가 집어 먹으면 밥맛 떨어진다는 어른의 핀잔을 듣고 자란 세대다. 그리고 우리는 식사 전 뭘 한 점 먹었더니 밥맛이 없어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본 식사 전 한, 두 점씩 집어먹는 식습관은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단, 그 한, 두 점의 음식이 정제되고 밀도 높은 탄수화물에 기반을 둔 음식이어선 곤란하다.

필자가 저녁 식탁에 올리는 음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여 생선회, 찐 달걀, 마른 북어포, 삶은 어패류, 번데기, 채소 및 과일 등이다. 치킨 등의 튀김 음식도 양을 조절해가며 맛있게 먹는다. 튀김옷이 밀가루라 하더라도 그 양이 적으므로 크게 문제가 되진 않으며 오히려 적절한 지방 섭취를 통해 공복을 해소하고 포만감을 얻을 수 있다. 때로는 코다리 등 생선을 찜통에 쪄서 생마늘을 곁들여 통째로 먹는 것으로 저녁 식사를 갈음하기도 한다.

음식은 무엇을 먹더라도 위의 용적을 채워 공복감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쌀)밥을 먹어야 식사를 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것이 당질의 과다섭취로 인해 지친 우리의 췌장과 거기서 분비되는 인슐린 호르몬을 보호하는 길, 더 나아가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된다.

▲ 박창희 교수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