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보이’, 세계관·유머·액션 확장한 블러드 판타지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4.11l수정2019.04.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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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헬보이>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헬보이’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2004), ‘헬보이 2: 골든 아미’(2008)와는 별개로 닐 마셜 감독이 리부트 한 새 버전으로 다크호스 코믹스가 마블과 DC에 던지는 도전장이다.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가 각본과 제작에 참여해 자신만의 ‘미뇰라버스’라는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6세기. 블러드 퀸이라 불리는 마녀의 수장 니무에(밀라 요보비치)가 역병을 퍼뜨려 브리튼이 멸망하기 직전, 아서 왕은 마법사 멀린과 함께 착한 마녀 가네다의 도움으로 거짓 항복하는 척 니무에에 접근해 엑스칼리버로 제압한다. 불사의 그녀의 몸을 6개로 나눠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봉인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패전에 임박한 나치는 악마의 도움을 받기 위해 러시아의 흑마술사 라스푸틴을 부른다. 그러나 미국 B.P.R.D.(초자연 현상 연구 방위국) 요원들이 강령술 현장을 덮쳐 그들을 처치한다. 수장 브룸 교수는 마계에서 온 꼬마 헬보이를 죽이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양자로 키운다.

현재. B.P.R.D의 요원이 된 헬보이(데이빗 하버)는 3주 전 사라진 파트너 루이즈를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찾지만 악마에 점령당해 있었다. 그는 죽어가며 “아눙 운 라마, 끝이 오고 있다”라는 말을 남긴다. 브룸은 친한 영국 비밀단체 오시리스의 거인족 퇴치 도움 요청에 헬보이를 현지에 투입한다.

▲ 영화 <헬보이> 스틸 이미지

이는 악마와 괴물 퇴치가 목적인 이 단체 원로들이 헬보이를 죽이려는 음모였다. 함정에서 간신히 탈출한 헬보이는 설상가상으로 3명의 거인을 만나 천신만고 끝에 해치운 뒤 쓰러진다. 죽은 자의 영혼을 보는 소녀 앨리스(사샤 레인)는 어릴 때 헬보이의 구원을 받은 바 있어 그를 데려와 치료한다.

괴물 그루아각은 니무에의 명령으로 여섯 육신을 모으는 중이다. 그는 먼저 아시리스를 전멸시키고 한쪽을 찾은 뒤 나머지를 차례차례 찾아낸다. 드디어 완전히 부활한 니무에는 전 인류를 멸절시키려 한다. 브룸은 재규어로 변신하는 영국 B.P.R.D 소령 다이미오(대니얼 대 킴)를 팀에 합류시키는데.

델 토로 감독의 팬들은 서운할 필요가 없다. ‘골든 아미’에서 대놓고 델 토로가 표제로 내세운 이분법에 대한 반발과 이원론 찬미를 마셜은 성서처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헬보이의 동료는 “영웅인 척하지 말고 가면 속의 얼굴을 드러내라”고 주문한다. 헬보이는 자신의 정체성에 수시로 괴롭다.

‘골든 아미’에서 인간과 요괴 사이의 휴전협정을 깬 누아다 왕자는 정말 악의 축이었을까?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본주의의 착각의 늪에 빠져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신의 자연법을 위반했고, 자연의 시간표를 왜곡했다. 어쩌면 누아다와 니무에는 인류를 죽이려 하기보다 자연을 살리려는 것이다.

▲ 영화 <헬보이> 스틸 이미지

그런 루소주의(자유, 평등)는 델 토로에 이어 마셜의 ‘헬보이’ 전반에도 풍부하게 넘친다. “운명은 우연을 포장한 모순, 돌고 돌아 온다”라는 명제가 그렇고, 헬보이가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현상은 물론 그 존재 자체가 패러독스다. “인간이 마녀와 악마를 안 죽였으면 어땠을까?”라는 대사도 그렇다.

헬보이를 향한 “악마한테 악감정 있냐”는 동료의 도발은 헬보이가 지닌 콤플렉스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빛이 강렬한 곳에 그림자도 짙으리’라며 괴테를 인용한 것 역시 마찬가지. 미움과 원한이 크고 깊을수록 되돌아오는 저주도 같을 것이다. 이 역지사지의 교훈은 자연을 사랑하라는 경고다.

그래서 니무에는 “잿더미 속에서 새 에덴을 창조하기 위해”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다. ‘지우수드라의 대홍수’(노아의 방주)다. 겉으론 중세의 마녀사냥을 비판하는 듯하지만 현대까지 아우른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편견과 사람 사이사이에 창궐한 차별, 그리고 어긋난 우월감과 욕심에 침을 뱉는다.

감독은 이 세상을 선동가들이 이끄는 우상의 세계로 본다. 그래서 종말론을 그럴듯하게 슬며시 끼어 넣는다. 헬보이는 과연 지옥에서 타고난 악마의 본성을 버릴 수 없을까, 아니면 브룸이 인내와 이해로써 키웠기에 착한 아들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운명도 변덕이 심해”라는 대사에 답이 있다.

▲ 영화 <헬보이> 스틸 이미지

앨리스가 흑백인 혼혈인 것, 다이미오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한 것을 ‘착각’이라고 말하는 데도 힌트가 있다. “왜 내 눈을 찔렀냐”는 바바야가의 질문에 대한 헬보이의 “스탈린 유령을 부활시키려 해서”라는 답은 마르크스와 레닌을 배반하고 권력에 취해 독재를 한 스탈린에 대한 조롱이다.

영국 출신의 감독은 애국심으로 헬보이에 아서 왕을 접목하고 유럽 전반의 신화를 삽입한다. 사람의 축제와 악마의 연회가 동시에 열리는 중부, 북부 유럽의 ‘발푸르기스의 밤’, 러시아 숲속의 마녀 바바야가, 바빌로니아의 바다 괴물 오아네스까지 소환했다. 또 비틀즈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는다.

배경 음악은 펑크록, 하드록, 헤비메틀, 사이키델릭록, 라틴록 등 록의 향연이고, 심지어 아일랜드 민속 음악까지 다채롭다. 대사에 비틀즈의 부활을 거론할 만큼 그는 비틀즈 마니아 혹은 록 마니아일 것이다. 악마 캐릭터의 상상력이 좋고, 액션도 훌륭한데 선곡이 현사실성의 생기를 완성해준다.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 많아 호불호가 엇갈릴 수도 있지만 시종일관 징징댄다는 핀잔을 듣는 헬보이의 캐릭터부터 원작의 게스트에서 아예 스핀 오프로 버전업한 랍스터 존슨의 우정 출연 등 재미는 충만하다. 속편 가세를 암시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예측불허의 쿠키 영상까지도. 4월 10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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