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지난 12일 오후 6시 전 세계에서 동시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는 사전 예약 판매 첫날부터 11일까지 한 달째 아마존 시디&바이닐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달렸다. 유통사 드림어스컴퍼니에 따르면 11일까지 선 주문량은 302만 1822장이었다.

방탄소년단은 13일(현지 시각) 미국 NBC 코미디쇼 ‘Saturday Night Live’에서의 컴백 무대를 시작으로 현지 프로모션을 돈다.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달 4∼5일 미국 LA, 시카고, 뉴저지에서 세계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의 포문을 연다.

이후 브라질 상파울루,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오사카, 시즈오카 등 세계 8개 지역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펼친다. 이번 앨범에는 총 7곡이 수록됐다. RM의 힘찬 랩이 돋보이는 솔로 곡 ‘Intro: Persona’는 앨범 전체에 힙합의 기운이 충만하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제목에 드러났듯 ‘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다소 거칠긴 하지만 존재론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얘는 숲을 보라고, 걔는 들꽃을 보라 해’ 등의 가사에서 이원론부터 다원론까지 혼란스러운 사유 관념을 느낄 수 있다. 결국 한 사람의 정체성과 인격을 완성하는 장본인은 본래적 존재라는 개념이다.

▲ 사진 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어지는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는 업비트의 펑크 팝적인 장르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빛나는 미국 가수 할시가 피처링했다.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이 연인으로 인해 모든 면에서 크게 성장하지만 정작 본인은 사소한 행복에 집중하겠다는 소소한 소망을 담았다.

어쩌면 전 세계 팬들의 성원으로 인해 슈퍼스타로 성장한 방탄소년단 자신들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라는 내면의 성찰일 수도 있다. ‘Mikrokosmos’는 모든 인간이 별보다 빛나는 우주 자체라는 사고 체계를 보인다.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존중으로 아름다운 우주를 꾸미자는.

반젤리스 스타일의 스페이스록, 혹은 아트록의 성향이다. 펑키한 리듬감에 재기 발랄한 분위기를 풍기는 ‘Make it right’는 다분히 자아성찰적이다. ‘내게 아침을 선물한 건 너야’라는 가사에서 아침은 연인일 수도, 지혜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부와 명예보다 소중한 건 이성이란 메시지.

리드보컬을 이퀄라이저로 포장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Home’은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웅변하고, 발라드 ‘Jamais Vu’는 게임중독이란 용어가 어색하지 않은 요즘 젊은이들의 리셋 증후군을 통해 열패감에 대해 훈계한다. 제목의 미시감은 아는 걸 잊어버리는, 기시감의 반대말이다.

▲ 사진 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남성미 넘치는 파워풀한 힙합 ‘Dionysus’는 담쟁이덩굴 화관, 지팡이 티르소스, 손잡이가 두 개 달린 큰 술잔 칸타로스의 상징물을 지닌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통해 예술의 고뇌를 표현한다. 디오니소스는 그리스 신 중 그 상징이 가장 많고 복잡한데 가장 두드러지는 건 황홀경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빛(지혜)과 이성을 상징하는 아폴론의 반대편에서 형성돼왔다. 전체적인 메시지는 삶의 성찰, 예술의 고뇌, 인류애적 사랑, 그리고 세상 혹은 우주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다. 다른 아이돌 그룹이 주로 남녀 간의 사랑이나 청춘을 노래하는 데 비해 꽤 깊고 여운이 남는 텍스트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LA에서 열린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K팝 그룹 최초로 단독 공연을 펼쳤다. 그들에 열광하는 현지 여성 팬들의 모습은 바로 디오니소스의 황홀경이었다. 외국 언론은 방탄소년단 인기의 비결을 비틀즈에 비교한다. 사실 음악적 깊이로만 볼 때는 다소 과장이다.

비틀즈는 작곡, 작사, 편곡, 프로듀싱, 연주 등을 스스로 완성했고, 초기의 아이돌 성향에서 벗어나 후반 2장의 앨범을 통해 록의 모든 하위 장르를 대중음악계에 선사했다는 점에서 가장 위대한 록밴드로 추앙받기 때문. 그런데 방탄소년단이 K팝으로 세계를 통일한 것 역시 초유의 사건인 건 맞다.

이번 앨범은 2가지 측면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그들이 왜 세계를 휩쓰는 K팝 열풍의 주역들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값어치를 지녔는지가 첫 번째고, 나머지는 그걸 입증하기 위해 가사에 기울인 노력이다. 단 한 곡도 허투루 트렌드에 기댄 가사가 없다. 한국어의 위대함까지 홍보하는 BTS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