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ㅁ 원하지 않는 출산... 한국의 자화상

<사안1>
3월 말 인천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탯줄이 달린 채 버려진 신생아가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인근 CCTV를 확보해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잡힌 범인은 20대 미혼모 A였다. 사건 당일 친할머니 집에서 혼자 아기를 낳은 그녀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며 “너무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기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사안2>
2018년 11월 23일 오전 8시 40분경 전북 익산시 남중동의 한 원룸 주차장 쓰레기 더미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환경미화원이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긴 남자 신생아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검은색 비닐봉지 안에는 탯줄이 달린 상태로 태반과 함께 들어 있었다. 경찰은 출산 직후 버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근처 CCTV를 분석해 살인 및 시신 유기 혐의로 B(23세, 여)씨를 긴급체포했다.

<사안3>
C씨는 2013년 임신부의 요청으로 임신 5주차 태아를 낙태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모자보건법상 예외적으로 낙태가 허용되는 사례라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6월에 자격정지 1년을 결정했다. 다만 "당시 임신부의 건강이 다소 좋지 않았고, B씨도 앞으로 의사 본분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한 점을 참작했다"며 선고를 유예했다.

<사안4>
국토교통부 영주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무궁화 열차 화장실에 자신이 낳은 아이를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로 21살 대학생 D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D씨는 4월 29일 오후 대전발 제천행 충북선 무궁화 1707호 열차 화장실에서 여아를 출산한 뒤 그대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생아는 변기 내부에서 숨진 상태로 열차를 청소하던 코레일 하청업체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D씨는 사건 발생 하루 뒤인 4월 30일 오전 6시 30분께 충주의 한 지구대를 찾아 자수했다. 경찰은 D씨의 신병을 국토교통부 철도경찰대에 넘겼다.

ㅁ 낙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사회

과거 대법원은 의사의 낙태시술은 사회상규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를 처벌하였고, 헌법재판소도 2012년 형법상 낙태 관련 처벌조항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반대 의견도 4명이 나와 찬·반이 팽팽히 맞섰으나,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을 임부의 자기결정권보다 높게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한 최종 권고문에서 "안전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중절이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며 낙태 합법화, 비범죄화, 처벌 조항 삭제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에게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58.3%였습니다.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30.4%, 모름·무응답은 11.3%로 집계됐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최근 낙태죄가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의견을 처음으로 헌재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ㅁ 7년만에 다시 법의 심판대에 오른 낙태죄

헌법재판소는 지난 11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과 낙태시술을 한 의료진을 처벌하는 동법 270조 1항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4(헌법불합치)·3(단순위헌)·2(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습니다.

다만 해당 법조항을 즉각 무효화하면 제도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라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시한이 만료되면 낙태죄의 법률 효력은 사라집니다.

헌재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어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선 "자기낙태죄가 위헌이므로 동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하여 일제강점기 때 마련된 낙태죄는 거의 100년 만에 역사속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ㅁ 낙태죄를 둘러싼 찬반 ...끊이지 않는 논란은 여전

스티븐 레빗 교수의 '슈퍼 괴짜 경제학'에서는 낙태가 허용되고 범죄율이 감소한다고 말합니다. 환경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는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18년 5월 '낙태죄에 대한 외국 입법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태아생명 보호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규제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은 낙태 관련 현실과 법의 괴리를 줄이고 실효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현행법상 낙태는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되기에 상담제도 등의 마련은 물론 낙태 관련 규정의 정비도 부족할 뿐 아니라 비의료기관 혹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적 환경에서 음성화된 시술이 만연됨으로써 임부의 건강, 생명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강력한 낙태 규제가 위험한 방법으로 낙태를 하도록 내모는 형국이라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ㅁ 손쉬운 사후피임의 수단이 되어서는 아니되고...건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낙태죄를 둘러싼 찬반 논란에 정답은 없습니다.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영역인 생명을 둘러싼 논쟁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다만, 이번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가 아무렇지 않게 임신을 해놓고는 쉽게 낙태를 할 수 있는 피임방법으로 전락되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인권 개념은 발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일방적인 인내를 요구받던 계층들이 더 이상 이 사회의 희생자로 남아서는 아니된다는 자각 때문일 것입이다.

낙태죄 폐지는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양성이 평등한 사회로, 출산을 위한 인구관리관점에서 개인의 고유한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추어 지는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낙태죄 규정 존재 여부와는 무관하게 모든 생명은 고귀하고 특별한 존재이며, 책임있는 성관계과 윤리의식이 앞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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