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전야’, 노동영화의 기념비, ‘이 영화를 보라!’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4.16l수정2019.04.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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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업전야' 예고편 캡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마르크스는 ‘가치란 오로지 노동을 통해서만 창출된다’라는 노동가치론의 기치를 드높였다. 그의 이론의 모순이 프롤레타리아트의 ‘독재’에 있다면 역사에 근거할 때 스탈린의 왜곡에 의해 일부 입증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마르크스의 역사적, 이념적, 철학적, 경제적 영향은 지대하다.

‘파업전야’는 독립영화임에도 이은기, 이재구, 장동홍, 장윤현 등 무려 4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쉽게도 연출은 거칠고, 연기는 빈틈이 많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는 건 레니 리펜슈탈의 ‘의지의 승리’의 이념적 반대편에서 의미적 동일선상에 놓인 선전, 선동성 때문일 것이다.

1987년, 호황 속에 날로 매출이 증대되는 동성금속.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던 한 노동자가 식판을 뒤엎고 식탁 위에 올라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비해 턱없는 급여와 열악한 환경 등을 비판하며 단결 투쟁할 것을 촉구하지만 사측이 동원한 구사대에 의해 저지되고, 다른 노동자들은 이를 외면한다.

1년 뒤. 단조반장이 신입 노동자 완익(임영구)을 반원들에게 소개한다. 그날 저녁 원기(고동업), 한수(김동범), 동업(박종철), 재만(신종태), 재필(홍석연) 등은 막걸리 집에서 완익을 축하하는 조촐한 술자리를 마련한다. 공장에 주문은 늘고 노동 환경은 더욱 나빠진다. 연일 야근과 특근이 이어진다.

▲ 영화 '파업전야' 예고편 캡처

사장은 사내에 이는 노동조합 결성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주임을 부른다. 주임은 동향인 한수를 불러 아직 경력은 일천하지만 능력이 좋으니 곧 반장으로 승진시키겠다며 동료들의 동향을 살펴 보고할 것을 지시한다. 한수는 다른 공장에 다니는 연인 미자(최경희)와 결혼하고파 이를 받아들인다.

원기와 석구를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한수는 친했던 동료들과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인 미자 때문에 프락치 활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다. 이를 눈치챈 주임이 압박을 가해오자 그는 완익이 수상쩍다고 밀고한다. 사실 완익은 서울대학교 출신 위장취업자였던 것.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고, 연출의 의도를 해석하기 위해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공산주의(사회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세상엔 수없이 많은 ‘주의’와 ‘론’ 등 이념과 개념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완전한 건 없다. 신이 있냐, 없냐, 있다면 과연 어떤 존재냐의 질문과도 일맥상통한다.

바꿔 생각하면 동물 중 유일하게 그런 고민과 사유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이고 특별히 다른 종이다. 그게 우월함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다른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래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상반된 이론이 인간에게서 우러날 수 있는 것이다. 영화가 집중하는 건 인간다운 삶이다.

▲ 영화 '파업전야' 예고편 캡처

노동자들은 “사용자들 눈에 우리가 인간인가? 우리보다 싼 기계가 어디 있어? 사람보다 기계가 우선이지”라고 탄식한다. 노동자의 부상보다 기계의 고장을 더 염려하는 관리자와 경영자에게 노동자는 하위 개념의 부품일 따름이다. 그래서 노동자의 식사는 ‘꿀꿀이죽’에 다름없고, 급여는 하한선이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그걸 선호하고 추구하는 건 각자의 이념이고 사상이다. 그럼에도 양측이 공감하고 헌법이 명시하는 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만민평등의 인권 우선주의다. 자본가와 고위 권력자의 부와 명예는 존중하되 인권은 매한가지다.

영화의 내용이 참담하고, 감동적이며, 결속과 투쟁의 의지를 고취하는 프로파간다적 성격이 강함에도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영원한 숙제는 자본과 노동력의 가치적 우위 문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우문이 있다. 태생을 하는 상어를 예를 들면 ‘상어가 먼저냐, 새끼가 먼저냐’다.

다윈이 무조건 맞는다면 진화를 거쳐 현재의 종이 된 닭이 달걀을 낳았을 게 자명하다. ‘노동자는 급여만큼 일을 안 한다’와 ‘사용자는 내가 일한 만큼 급여를 주지 않는다’의 충돌은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현실은 이런 논쟁이 필요 없을 만큼 노동자에게 가혹하다.

그들인들 정장을 입고, 쾌적한 사무실 책상 앞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자본주의 안의 가난은 고등교육과 먼 탓에 공장에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그걸 어떻게 받아내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부장님’ ‘사장님’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인 줄 알았다.

가난에 진저리를 치는 노동자가 “나 돈 벌 거야”라고 말하자 다른 이가 “벌 거 같아?”라며 “우리가 가난하게 사는 건 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 걸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중요한 건 돈이 아냐. 인간답게 사는 것이지”라고 참된 가치관을 웅변한다.

회사가 고용한 노조 와해 전문가는 미국엔 노동조합이 없다며 노조 활동은 곧 빨갱이라고 웅변한다. 그건 우리 독재세력이 정권 유지를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미국의 매카시즘이다. 더 나아가 파시즘이다. “사람답게 살자는 게 왜 불순한 사상이야? 왜 빨갱이야?”가 주는 실존적 울림!

민중가요 사이의 뜬금없는 이문세의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는 ‘존재와 시간’에의 성찰, 연탄재가 수북이 쌓인 달동네 계단의 부감 샷은 노동자들의 삶의 메타포, 공장의 장작불은 단결과 투쟁의 미장센이다.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가사가 내내 여운을 남긴다. 5월 1일 재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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