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나의 특별한 형제’는 ‘방가? 방가!’의 육상효 감독의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영화다. 소외된 장애인끼리 상부상조하며 나름대로 유쾌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내일도 그려보는 내용은 아픔을 함께 나누는 동병상련이라기보다는 끈끈한 형제애고 동지의식이라 상큼하다.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16살 장애인 세하(신하균)는 엄마를 잃고 오촌 당숙의 집에서 자라지만 이내 장애 아동을 돌보는 사회복지법인 ‘책임의 집’에 맡겨진다. 세하는 자신보다 덩치는 크지만 3살 어린 데다 지능이 5살에 머문 동구(이광수)와 각별한 사이가 된다.

‘집’의 대장 박 신부(권해효)는 친형제보다 더욱 끈끈한 둘을 데리고 야유회를 간다. 옆자리에 후원해줄 사람들이 모이자 박 신부는 동구에게 세하를 잘 돌보라고 당부한 뒤 그리로 간다. 아이들이 만든 비눗방울에 미혹한 동구는 그걸 쫓아가고, 그 바람에 휠체어 바퀴를 고정한 돌을 걷어찬다.

후원자들의 비위를 맞추던 박 신부는 세하가 강물에 빠졌다는 비명을 듣고 달려가보니 천만다행으로 동구가 뛰어들어 구했다. 동구는 뛰어난 수영 실력을 타고났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돈벌이와 양육을 동시에 감당할 수 없었던 엄마가 수영장에 버리고 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이미지

그렇게 세하는 동구의 브레인이, 동구는 세하의 손발이 돼 동고동락하는 가운데 20년이 흘렀고 박 신부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후원금이 끊기고 당국은 원생들을 각각 다른 보호소로 분산시킨다. 세하와 동구는 친형처럼 지내온 ‘책임의 집’ 담당 공무원 송 주사(박철민)의 도움으로 자립한다.

그들은 수영장에서 알게 된 취업 준비생 미현(이솜)과 친구가 된다. 세하는 동구를 수영 코치로 만들 요량으로 주민 수영 대회에 출전시키려 한다. 이를 위해 미현에게 코치를 부탁한다. 다른 친구들은 떠나보냈지만 그래도 세 명이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한 그들 앞에 갑자기 동구 엄마가 나타나는데.

‘책임의 집’은 ‘사람은 한번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 책임이 있다’라는 박 신부의 신념이 담긴 명명이다. 그건 합리적인 직관이나 심정적 체험에 의지한 삶의 우선주의를 주창한 쇼펜하우어의 생철학과 더불어 사람은 제 능력의 단순한 총화가 아닌 영혼으로서 존재한다는 플라톤의 ‘국가론’에 근거한다.

물론 자살을 죄악시한 기독교적 교리와 더불어 본능적 생존의지는 기저다. 더불어 개개인이 곧 국가고, 국가란 정의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국가론’이다. 즉, 세하가 몸을 다쳐 장애인이 됐고, 동구가 장애인으로 태어난 건 그들이나 부모 등 그 누구의 잘못은 아니되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는 뜻.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이미지

박 신부는 ‘영혼의 약’이라며 평소에는 물론 심지어 혼배미사 때도 소주를 마신다. 담배도 입에 물고 산다. 미사를 앞두고 정장을 차려입으며 세하에게 “나 신부 같냐?”라고 묻고, 후원자에게 아부한다. 소외된 장애 아동을 거둬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비굴한 그가 천박한 걸까, 국가가 무책임한 걸까?

그는 혼배미사에서 “한 사람만 사랑하세요...가 아니라 한 사람에게만 실망하세요”라고 말한다. 사랑의 시한부적 생명에 낙담하지 말라는 이 말은 조직과 국가에의 맹신에 대한 경고고, 실망의 두려움에 대한 예방주사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거쳐 자본제국주의를 형성한 세계정세 속에서의 실존!

어린 세하는 비록 먼 촌수였지만 유일한 혈육이었기에 오촌 당숙에게 의지했었다. 5살 지능이 지속된 동구에게 엄마는 그가 속한 세계였다. 그런데 그들에게 배신감을 느꼈고, 그 상처는 서로를 알게 되고 의지가 가능해지면서 다소나마 치유될 수 있었다. 그들의 관계는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이다.

동구 없인 물 한 잔 마실 수도, 볼일을 볼 수도 없는 세하. 글을 쓰고 읽을 줄도 모르고, 커피 한 잔 주문할 수도 없는 동구. 그렇게 그들은 철저하게 다른 ‘사유’(정신적 실체)와 ‘연장’(공간적 실체)으로 극명하게 분리된 존재지만 그래서 둘이 합일했을 때 가장 완벽한 존재자가 될 수 있다.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이미지

동구의 엄마는 데카르트를 이단으로 본다. 세하가 원생들의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한 것과 동구에게 자신의 수발을 들게 한 걸 사익 편취라고 주장하는 것. 그러나 세하는 어릴 때 동구를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자신은 고통을 못 느끼니 자신을 때리라고 거짓말을 했을 정도로 희생정신이 강하다.

동구는 엄마도 버렸는데 보육원에서 만난 형은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세하에게 “나를 안 떠날 거지?”라고 묻는다. 세하는 “네가 휠체어를 안 밀어주면 아무 데도 못 가잖아”라고 답한다. 미현에게 “어디 다니려면 최소한 나처럼 자기 의자는 갖고 다녀야지”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화는 ‘인간도 원래 돌고래 같았지만 땅 위에 살게 되면서 수영 실력이 저하된 것’이라며 ‘그랑 블루’를 이용해 슬며시 진화론과 자연선택이론을 개입시킨다. 그건 미현의 모든 캔의 따는 소리만으로도 그 내용물을 맞힐 수 있는 능력으로, 나아가 ‘루저’들에게 익숙한 편의점 문화, ‘혼밥’ 문화로 이어진다.

‘평생 새 신발’이라 “일어서게 되면 약속 시각에 늦어 뛰고 싶다”는 세하와 “오빠가 못 걷는 것처럼 제자리걸음 하는 나도 억울하다”는 미현은 동의어다. 세하 신발이 ‘힐리스’고, 한때 장애인을 장애우로 불렀으며, 그와 다른 사람을 비장애인이라 불러야 하는 모순과 강박관념! 114분. 5월 1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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