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살인 과연 피할 수 없었나? [임채경 칼럼]

임채경 칼럼니스트l승인2019.04.23l수정2019.04.23 15:1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미디어파인=임채경의 독자적 시선] 필자가 10여년 전 동네 칼국수집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한 남자가 여자의 팔목을 꺾어 제압하고 다른 손으론 눈알을 후벼파는 상황이었다. "내가 이년 눈깔을 뽑지않으면 사람 새끼가 아니다!" 내가 혹시 부부싸움에 관여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혹시 남편분이세요?" 했더니 오늘 처음 보는 취객이란다. 보아하니 힘을 꽤 쓰게 생긴 분이라 아무도 살려달란 여인의 말에 선뜻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얼른 달려가 뒤에서 겨드랑이 사이로 깍지를 끼고 남자를 껴안았다. "아주머니! 신고 좀 해주세요 !" 라고 했더니 아주머니는 들어가서 문을 걸어잠궜다. 취객은 "안놔 이거 안놔?" 하면서 온갖 욕을 하고 야생마처럼 발버둥 쳤다. 온몸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그 남자와 나와의 사투였다. '술마신 취객의 힘이 이렇게 쎄구나.' 처음 느껴졌다.

아마도 경찰은 10분정도만에 출동하였을 듯 싶다. 내게는 1시간 같은 10분이었다.권투 1라운드가 왜(?) 3분씩인지 알거 같았다. "또 이 사람이구만!" 경찰이 도착하자마자 이런 말을 했다. 알고보니 상습 취객으로 무전취식과 행패가 종종있는 알콜중독자라는 것이었다. "먼저 이분 좀 수갑 좀 채워주세요!" 난 이 취객과 같이 경찰서에 동행했다. 취객이 계속 난동을 부리니 뒷쪽 긴 의자에 수갑을 채워두었다.

수갑을 채우지 않은 한쪽 손으로 호주머니에서 라이터부터 온갖 것을 바닥에 던지고 있었다. 그 동안 조서를 꾸몄다. 만약 조서를 꾸미지 않으면 술깨고 나면 집에 데려다 주는게 우리나라 법이란다. 그나마 조서를 쓰면 3일간 구류를 사는게 최고란다. (10여년전 기준)

경찰관에게 물었다. "아니 저정도로 남에게 상해를 입히는 중증알콜중독자면 국가가 치료해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누가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게요! 선생님 말씀이 맞지만 국가비용으로는 치료를 못해준답니다. 개인이나 가족 부담으로 치료를 해줘야 하는데 저런 사람이 돈을 온전히 모아뒀을리도 없고, 가족들에게도 행패를 안부렸겠습니까?" 이 와중에 그 남자의 호주머니에서 과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난 몸서리가 쳐졌다.

경찰관이 충고를 했다. "선생님도 조심하세요. 저런 알콜중독자나 정신질환자에게 상해를 입으면 선생님만 개죽음이에요!" "저 사람 감옥 갈꺼 같죠? 사람을 죽여도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랬다고 감정만 받으면 바로 풀려나요! 감옥 안가고 선생님만 개죽음이에요!" 경찰서를 나서는 난 그대로 다리가 풀렸다. 난 그저 세 아이의 아버지였다. 싸우면 맞는 편에 속하던 그냥 평범한 40대 남자다. 

내 아내가 이런 일을 당했을 때 누군가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렇게 했을 뿐이다. 당시에는 청와대에 이런 문제를 청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료 사각지대에서 국민 대다수를 위협할 수 있는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해 보고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글을 올리고 싶었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최근 진주 살인사건을 보고 '아 내가 너무 늦었다!' 고 생각했다.  아니 너무 늦지만 지금이라고 꼭 해야할 일이라 생각되어 이 글을 쓴다. 이번 진주 살인 사건시에 "불이야!" 라는 방화범의 외침에 윗층의 한 가장이 먼저 소리를 듣고 아내와 딸을 내려보낸 뒤 다른 이웃들을 대피시킨 의인분이 있었다. 그러나 무참하게도 가족들은 계단으로 내려가는 도중, 살인범에 의해 살해당하고 다쳤다.

그 소식에 나는 울분과 잊혀졌던 나의 기억이 소환되었다. '아! 내가 너무 늦었구나! 조금만 더 일찍  나의 생각들을 공감시키고 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안할껄!' 후회가 밀려들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치료 받지 못하고 방치된 많은 정신질환 환자들과 알콜중독자 역시 피해자일 수 있다. 그 분들을 만약 치료받아야 할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만든다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국가의 책임하에 중증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너무 늦었지만 이런 참사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국가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합당한 방법을 모색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임채경 칼럼니스트]
- 1999년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대학원 졸업
- 순천 제일대학교 건축과 구조 겸임교수 출신
- 교육청 발간 '사교육없는 자녀교육 성공법' 저자
- 영재교육으로 방송 3사 방송출연  및 EBS '부모'에서 한시간 다큐로 다룸

임채경 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아미 에우제니는 우리나라 저소득 가정의 소외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주얼리 판매 수익금의
20%를 사단법인 위스타트에 후원하고 있다.
여백
미학적 포토갤러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5가길 28, 10층 1016호(적선동, 광화문 플래티넘  |  대표전화 : 02-734-8802  |  팩스 : 02-6383-0311 ㅣ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42  |  등록일자 : 2015년 1월 20일 ㅣ제호 : 미디어파인 ㅣ 대표이사 : 신동재  |  전무이사 : 이창석   |  편집국장 : 김영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창석
Copyright © 2019 미디어파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