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핀 꽃처럼 마음의 꽃이 활짝 핀 사직단(社稷壇)을 걷는다 [최철호 칼럼]

최철호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l승인2019.04.23l수정2019.04.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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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직단 북신문과 동신문 사이_ 곰솔같은 소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철쭉꽃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만곡을 깨우는 곡우(穀雨)가 지나 입하(立夏)를 향해 가는 인왕산은 곳곳이 별천지다. 24절기 6번째 청명과 입하 사이 곡우에 꽃비가 내린다. 참꽃 진달래 지고 벚꽃 꽃비 되어 휘날리니 도화가 인왕산 청계동천을 붉게 물들인다. 꽃은 피고 꽃이 지니 인왕춘화에 상춘객이 인왕산 기차바위의 주인 노릇을 한다.

‘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
군명신현(君明臣賢) 상하상화(上下相和)

방득길운(方得吉運) 진재진명(進財振名)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 성을 메우니
온갖 생물이 힘차게 자라 생육하는구나
리더는 밝게 웃고 신하는 현명하니
위아래가 모두 함께 조화롭구나.

바야흐로 길운이 찾아드니
재물은 늘고 이름을 널리 떨치는구나.’

▲ 인왕산 봄꽃_화란춘성 만화방창

인왕산(仁王山) 정상 오르는 길

경복궁에서 바라보니 서쪽에 인왕산 정상이 보인다. 인왕산 정상에서 산마루 따라 성곽이 이어져 있다. 저 멀리 곡성(曲城)이 보이고,성벽을 따라 도성안과 밖이 붉은 꽃밭과 같다. 경복궁역에서 걸어서 10분안에 갈 수 있을 듯 손을 뻗으니 한뼘이다. 사직터널이 가까이 보여 다가서니 사직단 담장이 높기만 하다.

사직단 외삼문을 들어서니 곰솔같은 큰 소나무와 연두색 참나무 아래 철쭉이 꽃망울을 피운다. 차소리와 사람 소리도 그치는 듯 고요하다. 홍살문이 우뚝 서 있는 곳은 북신문(北神門)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신도와 어도가 한눈에 펼쳐진다. 600여 년 전 의복을 갖추고 제를 지내는 듯 마음이 차분하다.

백악산(白嶽山)에서 바라 본 서울

조선을 창업 한 후 한양으로 천도를 준비한다. 제일 먼저 백악산 정상 백악마루에서 남면하여 도성안 구석구석을 살핀다. 종묘(宗廟)를 짓는다. 큰 규모에 하나의 지붕이 모든것을 압도한다. 왕과 왕비를 모신 사당이다. 종묘는 동쪽에 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 반쯤 핀 모란같은 백악산과 활짝 핀 복숭화꽃_화란춘성

그 다음 사직단을 만든다. 사직단은 사단과 직단으로 간결하게 이루어져 있다.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를 올리는 신성한 곳이다. 사직단은 서쪽에 있다. 현재 복원이 한창이다.

사직단(社稷壇)은 사단과 직단이다

사적 121호인 사직단은 국사지신(國社之神)과 국직지신(國稷之神)에게 제를 올리는 신성한 공간이다. 국가의 안녕과 풍요를 빌었던 곳이다. 종묘와 함께 국가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사실 종묘보다 규모가 크고, 백성을 위해 기원하는 중요한 터이었다. 한 나라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사직단의 비밀을 만나러 걸어보자.

‘종묘와 사직에 의하면...종묘와 사직을 걸고서..’실록과 사극에 수없이 많이 거론 되는 말씀이었다. 하지만 종묘와 사직 즉 종사가 아니라 백성이 있는 곳에 사직이 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다. 또한 왕은 그 다음인 것이다. ‘다시말해 땅이 없는 나라가 없듯,곡식이 없는 경제와 경영은 의미가 없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땅이 있는 곳에 사직단은 의미가 큰 열린 공간이었다.

▲ 600여 년 역사 속 가장 신성한 공간 _사직단_ 사단과 직단

이곳은 1년에 4번 대사,중사,선농,선잠,우단,기우제와 기곡제를 지냈던 곳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제를 지냈던 공간이다. 사직단은 땅을 중시하고,사람을 소중히 한 조상의 얼이 깃든 신성한 공간이다. 1,000여 명의 왕과 대신들 그리고 백성들이 기우제와 기청제를 지냈다는 사실이 중요함을 전한다.

사직단은 사직공원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1921년 12월에 사직단을 공원화하여 사직공원으로 만들었다. 제단을 없애고, 사직대제를 없앴다. 사직단에 그네와 수영장을 만들어 훼손하였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말살 시킨 흔적이 곳곳에 있다. 창경궁이 동물원과 식물원인 창경원으로 격하 되었다. 최초의 국립 현충원인 장충단이 장충공원이 되었다. 문효세자의 묘인 효창원이 효창공원이 되어 담장이 헐리고 벚꽃나무가 심어졌다. 사직단이라는 가장 신성한 공간에 빈터로 남겨 놓았다. 신성한 사직단 역시 사직공원으로 격하되어 현재도 혼용하여 쓰고 있다.

도성안 사직단 석주(石主)의 역할

사직단은 홍살문이 설치 된 두겹의 담장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다. 사단과 직단 두단은 제단과 흙으로 되어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원리이다. 전국의 주요 도시에 향교가 있듯,사직단이 있었다, 서울 사직단이 규모가 가장 크고 의미도 가장 깊었다. 하늘과 통한다는 사직단 중 도성안 사직단에만 석주(石主)가 있었다. 석(石)의 근본은 토(土)이므로 사단 위에만 석주가 있다. 또한 사단에는 오행적인 공간이 있었다. 지방 곳곳에 있는 사직단 중 산청(山淸) 단성 사직단과 남원(南原) 사직단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남원 사직단은 남원성(南原城) 위 축천을 끼고,교룡산성 아래 동산에 있다. 가장 오래된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지방 사직단이다.

▲ 사직단 담장에 핀 철쭉꽃

현재 인왕산 아래 사직단은 경희궁과 경복궁 사이에 있다. 경복궁인 법궁을 중심으로 좌묘우사(左廟右社)로 배치 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사직단을 복원하여 정체성을 되살려야 한다. 고증을 통한 복원 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일도 하고 있다.

600여 년 전 한양으로 도읍지를 잡은 후 종묘를 짓고,사직단을 만든 후 법궁인 경복궁을 지었다. 사직단은 삶과 미래가 공존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600여 년 한양도성안 사직단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왕은 살아서 궁과 궐에서,죽어서 능에서 그리고 종묘에서 혼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온 국민은 살아서 땅에,몸은 사직단에 하나가 되고 있다.

서울은 산이다

▲ 인왕산 곡성과 정상에 펼쳐진 성곽_선바위

사직단에서 바라보니 인왕산이 바로 눈앞이다. 세 봉우리의 인왕산과 저 멀리 백악산과 삼각산도 손에 잡힐 듯 한뼘이다. 백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창의문이 보인다. 서울은 산이다. 산과 산이 이어져 거대한 산(山)이 된다. 산 위에 산이 이어져 지혜로운 산(山)이 되었다. 천과 계곡이 이어져 물이 흐르고, 아름다운 강(江)이 되었다. 인왕산이 붉은 꽃으로 물들고 있다. 꽃이 피고 꽃이 지니 절기가 바뀌고 철이 바뀐다. 4계절 24절기가 바뀌어도 사직단은 변함없다. 600여 년 한결같이 제단을 지키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사직단의 황토흙은 그 모습을 지키며 우뚝 서 있다.

역사는 흐르고 미래가 설계되듯, 사직단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우주 만물이 생성하듯, 사직단의 하늘과 땅을 사람들이 연결하고 있다. 사직단이 잠에서 깨어난다. 법고창신(法鼓創新)의 정신으로, 옛 전통에 토대를 두고 변화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본질을 잃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있다. 이곳은 600여 년 역사와 현대의 문화 그리고 100년 후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다. 여기는 한양도성 인왕산 자락 사직단의 아침이다.

▲ 최철호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저서)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최철호 소장]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지리산관광아카데미 지도교수
남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외래교수

저서 :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최철호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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