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침략전쟁 [박상수 칼럼]

박상수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19.04.25l수정2019.04.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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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상수 청춘칼럼] 1939년에 일본은 우리문화를 억압하기 위해 민족말살정책을 실시했다. 한글의 사용을 금지하고 강제로 이름을 일본식으로 개명했던 행위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러한 억압적 시대 상황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한글을 소중히 지켜왔다.

"에 에 에 에 에 에 에 2NE1. 에 에 에 에 에 에 에 you've got a ring the alarm." 일제가 우리말을 말살하려고 시도한 지 8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모습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단지 80여년 전에는 한글 대신 일본어가 쓰였다면, 현재는 영어가 많이 쓰인다는 것뿐이다. 과거엔 일제에 의해 강제적으로 한글을 사용하지 못 했지만, 현재는 우리 스스로 한글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무분별한 영어 사용으로 병들고 있다. 커피를 마시려고 밖으로 나가면 한글로 되어있는 간판보다 영어로 되어있는 간판을 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StarbucksCoffee, Tom N Toms, Angel-in-Us Coffee 등 영어 알파벳으로 되어있는 간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스타벅스 커피, 탐앤 탐스, 엔젤리너스 커피 등 한글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자.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음악을 틀어놓았다. 익숙한 멜로디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 이해하기 힘들다. 이노래는 지난 주 음악 방송 국내 가요부문에서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동생과 일산에 있는 쇼핑단지 라페스타를 간 적이 있다. 문득 눈 앞에 보이는 간판들이 전부 영어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간판을 한글로 하면 훨씬 알아보기 편할 텐데. 그렇지?"라고 말을 했다. 동생은 "왜? 이게 더 낫지 않아? 한글로 하면 촌스러워 보일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충격이었다. 내 동생의 반응은, 아마도, 현재 우리나라의 10대와 20대들의 반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눈을 뜨면 보이는 영어 간판과, 귀를 열면 들리는 영어 가사로 이뤄진 대중가요가 무의식중에 '한글은 촌스럽고 영어는 세련되어 보인다'는 인상을 심어 주고 있었다.

한국은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 미만이다. 즉 100명중 한 명이 채 되지 않는 수의 사람만이 이 글을 읽지 못한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불리는 미국의 문맹률도 한국보다 높은 편이고,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 역시 우리나라보다 문맹률이 높다. 이는 배우기 쉬운 한글 덕분이다.

일본과 중국은 표의문자인 한자를 사용하여 글을 배우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한다. 미국이 쓰는 알파벳은 한글처럼 표음문자이긴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 발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단어를 표기하려면 알파벳을 길게 나열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에 반해 한글은 각 자음과 모음이 나타내는 소리가 단 한 개 뿐이며, 개별 글자가 나타내는 소리 역시 하나다. 한글이 한자, 히라가나와 알파벳보다 더욱 가치 있는 이유이다.

국보 제70호로 등록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이 창제된 날짜, 한글을 창제한 인물, 한글을 창제한 원리를 기록한 책이다. 이처럼 특정 언어의 창제 원리와 인물, 날짜를 기록한 책은 전 세계에서 훈민정음 해례본만이 유일하다. 이 사실만으로도 큰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이를 인정받아 훈민정음 해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에 당당히 제 이름을 올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계 지적 재산권 기구는 한글을 국제 공개어로 채택했으며, 인도네시아의 소수 민족은 그들의 언어인 찌아찌아말을 표기하는 데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한글은 충분히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문자인 것이다.

외국문화가 우리문화를 잠식하는 문화적 침략 행위는 우리 주위에서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김성식 시인은 "문화는 역사의 덩어리요, 역사는 문화의 근원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문화는 역사의 열매요 역사는 문화의 뿌리다. 역사가 있는 곳에 문화가 있고 문화가 있는 곳에 역사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범람하는 문화들 속에서 고유의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며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히 지켜 나가야 하겠다.

박상수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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