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정준영, 박유천, 그리고 '양치기 소년'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4.25l수정2019.04.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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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 인스타그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만약 마약을 했다면 나 스스로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던 박유천의 기자회견은 결국 쇼였다. 온몸의 털을 제모하면서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그의 진면목이 만 천하에 드러났다. 정준영 및 관련자들의 성범죄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승리의 파트너 유인석 씨는 성 접대를 인정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이 있다. 교도소에 가면 죄다 무고하다거나, 이유가 있다고 항변하는 죄수투성이다. 경찰에 잡힌 용의자치고 처음부터 순순히 혐의를 인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 무조건 발뺌부터 하고 보자는 게 범죄자의 심리인 건 어쩔 수 없다. 법이란 게 어차피 사람이 만든 것이니까.

그러나 유명 연예인이 충분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음에도 범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회적 문제이자, 결단코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되는 국가적 병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길항작용을 해주긴 했지만 승리의 뉴스는 한류열풍에 악재였다.

그로 인해 실추된 국가의 명예와 한류스타의 이미지는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할 것이며, 향후 한류열풍의 진행에 큰 변수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요즘 유난히 연예 스타의 범죄가 자꾸 폭로되는 데에 정치적 음모가 저변에 깔렸다는 의심도 있지만 모든 걸 떠나 사회적 환기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박유천, 승리, 정준영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이름이 오르내린 연예인들은 대부분 현명한 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인격적으로 미완성 단계인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데뷔했다. 이성적 사고를 완성할 겨를도 없이 어린 나이에 큰 인기와 벅찬 부를 거머쥔 그들의 법과 질서에 대한 인식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 mbc 방송화면 캡처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았거나, 소속사로부터 인성교육의 예방주사를 맞았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터. 그러나 “내가 아는 유일한 건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란 소크라테스처럼 일부 천재를 제외하곤 제대로 아는 게 없는 인간 중에서도 정신교육마저 걸러뛴 자가 스타로 받들어진다면 심각하다.

하물며 정규 교육과정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의 질서의식과 도덕관념도 배우지 못한 채 인기와 재물만 과하게 소유하게 된 젊은이라면 이성과 오성이란 돈 앞에서 무가치한 것이라 폄훼하고, 법은 스타라는 지위와 그로 인해 번 돈으로 다스릴 수 있는 수준이라며 대수롭잖게 무시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들의 탈법과 탈선은 그 존재자 자체가 천박하고 사악하기 때문이긴 하지만 성선설적 측면에서 볼 땐 국가의 교육정책과 사회의 연예인 우상화에도 책임이 있다. 온갖 박해와 편견 속에서도 유대인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민족인 가장 큰 저력은 ‘네 생각은 뭐니?’라는 열린 교육에 있다는 걸 세상은 안다.

그들은 생판 모르는 학생들끼리 모여 마치 싸우듯 논제를 토론하며 이성을 확장한다. 선생은 명제를 가르친 뒤 반드시 ‘마따호쉐프?’라며 학생의 의견을 묻고, 학생은 자신의 테제를 웅변한다. 이런 토론 문화는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해주고, 문제와 표제 등에 대한 올바른 논리와 체계를 정립해준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선생이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식이다. ‘왜?’라는 질문이 개입할 선험론적 여지도, 과학적 증명이 관여할 경험론적 삼단논법도 없다. 그냥 교과서에 그렇게 규정돼있고, 정부의 정책이 그러니 그 시스템에 순종해야만 한다. 창의력과 이해력은 무시되고, 복종만 강요된다.

그렇게 억압당해 있던 청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신적인 존재가 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고,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전설이 된다. 또래 친구들은 상상도 못할 액수가 저금통장에서 그 기다란 숫자를 뻐긴다. 억제돼있던 자아는 자신의 존재가 전지전능이고, 능력은 만병통치약이라 착각한다.

이번 남자 기자들의 ‘단톡방’ 사건에서 보듯 언론인의 자격에 미달된 기자들이 일선에서 활동할 만큼 우리 언론 환경은 기형적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적지 않은 언론사는 함량 미달의 기자를 고용하거나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한다. 그런 기자들은 연예인 우상화의 첨병으로서 맹활약을 하며 급여를 챙긴다.

▲ sbs 방송화면 캡처

그들의 눈에 연예 스타는 취재원이나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우상일 따름이다. 기자가 되기 전 숭앙했던 바로 그 우상을 지근거리에서 보게 되니 종교적 믿음은 더욱 충만해진다. 그런 신앙심을 바탕으로 TV를 보고 나선 ‘여신’, ‘0느님’, ‘국민배우’란 말도 안 되는 수식어를 달아 당당히 글을 올린다.

아직 스타를 직접 본 적이 없거나, 운 좋게 성령강림을 경험함으로써 이미 신앙심이 싹튼 청소년들은 그런 매체를 통해 자신이 섬기는 신의 초능력이 사실이었다고 맹신한다. ‘믿습니다’를 거듭 외치며 ‘좋아요’를 클릭한다. 그러면 사이비 종교 교주처럼 연예 스타는 죄의식 없이 여신도에게 몹쓸 짓을 한다.

이 고질적 일방통행 교육 정책, 언론의 사명은 애초부터 관심 없는 우후죽순의 사이비 언론사와 기자, 도덕과 이성은 엿과 바꾼 뒤 오직 출세만 보고 달려온 연예인병 환자 출신 스타, 진실은 보려 하지 않고 사이비 매체가 조장한 연예인 우상화의 신비주의에 경도된 청소년이 악순환의 고리로 구성된다.

불법 혹은 부도덕한 혐의와 의혹에 대처하는 연예 스타는 딱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이다. 재미를 위한 거짓말이 타인에게 큰 피해를 끼치지만 결국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이 고전은 영원하다. 몽테뉴는 “지나친 탐욕은 모든 것을 얻고자 하는 탓에 오히려 모든 것을 잃게 만든다"라고 했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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