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김광훈 칼럼]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l승인2019.04.26l수정2019.04.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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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오디션 프로그램이 티브이 채널에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진다. 작금에야 초창기의 광풍(狂風)이 어느 정도 가시고 안정된(?) 느낌이지만, 초기의 열기는 정말이지 대단했더랬다. 하지만 이 ‘음악 실기 오디션’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클래식이다. 동네 콩쿠르에서부터 국제 콩쿠르에 이르기까지, 예술 중학교 입학에서 음대 입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의 소소한(그러나 학부모들은 목숨을 거는) 자리배치(누가 앞자리에 앉느냐)에서부터 프로 오케스트라의 입단(?)에 이르기까지, 심하게 말해 악기 연주의 세계는 마치 외환딜러의 삶 마냥 긴장의 연속인 셈이다.

운 좋게(혹은 실력 좋게) 원하는 오케스트라에 취직했다고 해도 매년마다 이루어지는 단원 평가로 내 자리가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영원한 직장은 없다’라는 것이 우리네 삶의 정론(正論)이라면, 고전음악 시장 역시 이 칼끝을 피해갈 수 없는 셈이다. 답안지를 고쳐 쓸 수 있는, (적어도) 시간이라도 허락된 글공부 테스트와 달리 연주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순간적인 찰나의 예술, 시간 예술이기에 그 일회성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필자는 유학 시절, 유럽의 내로라하는 굴지의 솔리스트들이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알코올에 의존하여 연주를 해치우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그렇다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예술가란 존재들이 역시 그러면 그렇지’라는 백안시(白眼視)로 일관해서는 곤란하다. 절대 다수의 연주자들은, 필자처럼 무대 위에서 떨리더라도 그저 덜덜 떨면서 꿀꿀하게 연주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떼로 하는 오케스트라 말고 솔로 연주 이야기다). 문제는 연주 후가 아니라 연주 전, 좀 더 정확히 말해 연주 직전(直前)에 이러한 ‘제 2의 힘’을 빌리는 케이스인데 상당히 아쉬운 경우가 아닐 수 없다(그러나 현실이다).

좀 더 합법적인(?) 혹은 허용 가능한 케이스로는 일반적으로 바나나 등 본인이 안정을 느끼는 음식물을 섭취한다던지(혹은 속을 비운다던지), 약국 처방의 신경안정제를 먹는다던지(이 역시 그다지 권장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금지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혹은 심신을 이완시킬 수 있는 저마다의 호흡법, 체조, 혹은 신에 의지하여 기도로 일관(?)하는, 혹은 매달리는 경우이다. 어쨌거나 쓰고 보니 인간은 (다시금) 굉장히 나약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물론 이런 논리와 무관하게 나이가 어려서 뭘 잘 모르거나(그저 신나거나), 타고난 무대체질이거나, 혹은 -예술가에게는 욕설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지나치게 무신경하여 아예 긴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생활마저 존경할 만한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프로로서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일의 수행에 ‘맨 정신’으로 곤란하다면, 그것은 정말 곤란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긴장과 스트레스가 많다는 역설이기도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탈출구는 언젠가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짧고 굵게 보다는 가늘고 길게, 오늘도 어설프지만 몸도 마음도 적당히 건강하게 사는 것은 어떨는지?

▲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김광훈 교수]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디플롬(Diplom) 졸업
독일 마인츠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졸업
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겸임 교수
전주 시립 교향악단 객원 악장
월간 스트링 & 보우 및 스트라드 음악 평론가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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