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경 콘서트 & 30주년 앨범 '명작'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4.29l수정2019.04.2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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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오스카이엔티 제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양수경이 4월 26~27일 이틀간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올해 첫 콘서트 ‘Smile again’을 열었다. 지난해 말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명작’을 발표하면서 가진 콘서트 이후 4개월 만이다. 그녀는 자신의 많은 히트곡 및 ‘명작’ 수록곡으로 혼신의 힘을 쏟아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

‘명작’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Q’, 태진아의 ‘옥경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등 가요사에 빛나는 주옥같은 히트곡을 프로듀서 하광훈이 새롭게 편곡해 구성했다. 콘서트의 레퍼터리 역시 하광훈이 다시 편곡했다. 양수경은 오래 함께해온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콘서트의 포문을 연 ‘바라볼 수 없는 그대’는 원곡의 블루스 느낌을 빼고 발라드에 가까운 색깔을 입혔다. 묵직한 퍼커션, 축축한 색소폰과 어우러진 그녀의 보컬은 원곡보다 날카로웠다. 이어 몽환적으로 편곡한 ‘그대는’을 통해 그녀는 나이를 먹어도 성량이 오히려 늘어난 듯한 풍성함을 보였다.

‘알 수 없는 이별’은 빅밴드 분위기의 재즈 느낌 충만한 셔플로 재편돼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당신은 어디 있나요’는 코러스 부분부터 시작되는 형식으로 바꿔 버라이어티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마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You know I’m no good’을 연상케 하는 업비트로의 버전업.

▲ 사진=오스카이엔티 제공

마지막 곡 ‘사랑은 차가운 유혹’까지 양수경은 모두 19곡을 열창했다. SBS ‘불타는 청춘’을 통해 아직 건재함을 보여준 그녀는 이번 콘서트에서 확실히 성숙한 모습이었다. “예전엔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별다른 감흥을 못 느꼈는데 이젠 감격스럽다”며 나이 들고 있음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명작’의 특징이 가요사의 명곡을 양수경이 재해석한 데 있다면 하광훈이 주안점을 둔 편곡의 주제는 재즈&라틴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재즈록 스타일로 바뀌었다. 간주 때의 색소폰 솔로를 제외하면 인트로의 색소폰 리드까지 거의 모든 악기가 뒤로 빠진 채 양수경의 보컬을 크게 부각시켰다.

양수경은 감정을 자제한 채 비교적 덤덤한 감정 상태로 노래를 이어간다. 마치 앞사람에게 예전의 추억을 잔잔하게 들려주는 듯, 홀로 뇌까리는 듯한 창법은 굉장히 침착하고 정제됐고 세련됐다. ‘옥경이’는 피아노 솔로 인트로에 보컬이 올라간 발라드 형식으로 시작되는데 원곡과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이내 피아노는 셔플 스타일의 재즈 형식으로 바뀐다. 양수경의 보컬도 재지한 색으로 리듬을 탄다. 프레이즈 끝에 살짝 걸친 잠깐의 바이브레이션만 빼면 매우 세련된 재즈다. 배킹의 피아노 솔로는 뉴올리언스의 어느 재즈 바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때론 절제된, 때론 술에 취해 독백하는 듯한 보컬.

▲ 사진=오스카이엔티 제공

‘애원’은 행진곡 스타일에 비밥과 빅밴드 형식을 뒤섞은 리듬감이 매우 좋은데 보컬은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처연하다. 민해경의 히트곡 중 명곡인 ‘보고 싶은 얼굴’의 리메이크부터는 라틴 분위기가 길게 이어진다. 원곡의 라틴 색깔은 더욱 강화되고 산타나의 정서를 더한 플라멩코의 자유분방함이 넘친다.

원곡이 지중해의 낭만적인 스페인 안달루시아라면 이 곡은 비가 내리는 루마니아 오데사 항구의 포템킨 계단에 서있는 느낌이다. 퍼커션은 뒤로 빼고 나일론 기타와 피아노를 전면에 배치해 비감한 정서를 더욱 부채질한다. 보컬은 마치 흐느끼는 듯하고 나일론 기타 솔로는 울부짖으며 반응한다.

‘동백아가씨’는 아코디언, 나일론 기타, 퍼커션 등의 조화를 배경으로 샹송과 집시 스타일을 혼합했다. 분위기는 다분히 데카당스적 탐미주의의 색채가 강하다. 우리 가요의 전성기를 관통한 기념비적인 곡을 이렇게 유럽 스타일로 재해석해낸 모든 참여 뮤지션들의 창의력과 음악성이 돋보인다.

▲ 사진=오스카이엔티 제공

라틴 아메리카식 볼레로의 대표곡인 ‘베사메무쵸’가 지나가면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이 살사로 변신한다. 원곡이 흥겹다면 이 곡은 더욱 자유분방하고 빠르다. 원곡이 허무주의적이라면 이 곡은 염세주의적이다. 산타나의 ‘유로파’의 기타 톤이 간주에 끼어들어 그런 감정을 더욱 부추긴다.

스타카토 식 발성도 한몫 거든다. 애잔한 색소폰을 시작되는 ‘가슴 아프게’는 마이클 프랭스 스타일의 퓨전재즈 옷을 입고 라틴 색깔 조끼를 걸쳤다. 어쿠스틱 기타는 스페인의 낭만을 노래하고, 피아노는 뉴올리언스적 재즈 색채가 강하다. 자칫 위험할 ‘Q’의 리메이크는 결과적으로는 매스터피스다.

조용필의 그것이 가요적 색깔이 강했다면 양수경은 발라드로 재해석했다. 피아노의 배킹 위주로 된 편곡 위에서 양수경은 때론 독백하듯, 때론 리드미컬하게 책을 읽듯, 때론 리허설을 하듯 가볍게, 때론 탄식하듯 허망하게 보컬을 이어가며 재즈적 필링을 보이는데 리듬을 갖고 노는 실력이 대단하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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