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클럽 가지 말라는 코믹 스릴러 액션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5.02l수정2019.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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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걸캅스>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걸캅스’(정다원 감독)는 ‘버닝썬’ 사건 및 정준영 등 연예인의 성 관련 범죄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난 시기에 교묘한 타이밍으로 오는 9일 개봉된다. 클럽에서 여성에게 몰래 ‘물뽕’을 먹인 뒤 성폭행을 하고 그걸 찍어 인터넷에 유출한다는 설정이 2014년에 기획됐다니 경찰이 다시 보인다.

10여 년 전. 여자 형사기동대 소속 미영(라미란)은 눈부신 활약으로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한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지철(윤상현)은 우연히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미영을 발견한 뒤 한눈에 반해 청혼한다. 둘은 결혼해 아들을 낳지만 미영은 육아와 살림에 지쳐 성산경찰서 민원봉사실로 밀려난다.

현재. 지철의 동생 지혜(이성경)는 강력팀 형사다. 그녀는 성추행범을 잡으려 잠복근무 중 미처 지철을 몰라보고 용의자로 오인해 폭행한 뒤 민원실로 좌천된다. 지혜는 오빠 집에 얹혀사는데 미영은 아직도 사시에 도전 중인 ‘백수’ 지철도 보기 싫은데 시누이를 사무실에서까지 봐야 하니 미칠 노릇이다.

어느 날 여대생 서진이 민원실에 나타나 머뭇거리다 차도로 뛰쳐나가더니 트럭에 치인다. 이를 목격한 지혜는 병원으로 달려가고 서진의 친구 숙희에게서 끔찍한 사실을 듣게 된다. 얼마 전 서진은 홍대 앞 클럽에 갔다가 마취제를 사용한 일당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 장면이 업로드될 위기인 것.

▲ 영화 <걸캅스> 스틸 이미지

미영은 퇴근 후 해커로 활동하는 후배 장미(최수영)에게 도움을 청하고, 장미는 홍대 인근 CCTV를 해킹해 일당의 윤곽을 찾아낸다. 지혜는 의사로부터 서진의 몸에서 신종 마약 ‘매직 퍼퓸’ 성분이 검출됐다는 제보를 듣고 미영과 함께 수소문 끝에 이태원에서 그걸 유통하는 외국인 일당을 검거한다.

신종 디지털 범죄조직은 우준(위하준)을 두목으로 한 4인조로 반듯한 외모의 젊은이들이다. 검거한 외국인에게서 조직의 정체를 알게 된 지혜는 클럽으로 들어가고, 입장이 거부된 미영은 문 앞에서 지혜를 기다린다. 그러나 조직원에게 미리 정보를 입수한 우준은 지혜에게 마취제를 뿌려 납치하는데.

수사 권한도 없고, 물리력도 미미한 여경 단 2명이 악랄한 거대 범죄조직과 맨몸으로 맞선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고, 일부 시퀀스의 연결 과정은 살짝 엄발나며, 액션 규모는 과한 면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꽤 공들인 노력이 역력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강렬해 약간의 허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특히 여성들의 캐릭터는 강렬하고 그들의 활약은 강한 시사성을 띤다. 어린 지혜는 오빠가 동경하는 형사 미영을 보고 “여자도 형사가 있구나”라고 감탄한다. 이 시퀀스는 세상이 여자를 바라보는 선입견 혹은 편견을 집약했다. 미영이 아내 겸 엄마가 되면서 초라한 경찰로 전락하는 것은 그 추임새다.

▲ 영화 <걸캅스> 스틸 이미지

유학파까지 낀 젊은 일당이 여자를 노리개 및 돈벌이 도구 정도로 비인격화하는 설정은 매우 강렬한 사회 비판이다. 다수의 남자가 리드하는 조직과 사회와 세계, 그리고 여론과 분위기가 시대착오적이고 편파적이란 일갈. 다소 과장된 지혜의 폭력적 무조건반사는 그걸 강력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

민원실장은 그런 시대를 사는 여성의 두 얼굴이다. 그녀 역시 여성의 위상이 결코 하위개념이 아닌 걸 잘 알지만 굳어진 사회체제에 반발하는 건 ‘반역’이란 걸 알기에 자아를 억누르고 체계에 순응한다. 미영을 억누르고, 지혜를 귀찮게 여기며, 장미에게 그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충고하는 게 그렇다.

권한도 없고 능력도 부족한 미영과 지혜가 자의로 수사에 앞장서는 건 여성 해방의 차원을 넘어선 고색창연한 기성 가치의 전도와 인식의 재정립, 그리고 성 개념의 재편이다. 그 적극성은 경찰 조직으로 은유한 고루하고 타성에 젖은 공무원 등의 사회 대부분의 조직의 원칙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범인들의 혐의와 신원이 확연하게 드러났음에도 강력팀은 실적만 좇을 뿐 “변태 새끼 몇 명 잡는 데 우리가 왜 나서냐"라며 그들을 쫓으려 하지 않는다. 이에 분노한 지혜는 “왜 하십니까, 경찰?”이라고 존재론을 묻고 책임론을 따진다. 미영과 지혜가 각 부서에 도움을 청해도 그들은 모두 바쁜 척한다.

▲ 영화 <걸캅스> 스틸 이미지

이는 적잖은 경찰이 격무에 시달린다는 수사학인 동시에 사실은 좀비들이 창궐한다는 사변적 환유이기도 하다. 미영과 지혜는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미영이 “내가 이 사건에 왜 집착하는지 알아? 피해 여성들이 모두 자기가 잘못했다고 자포자기하고, 자책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으면서 둘은 혈맹이 된다.

영화의 시작은 코미디다. 레슬링 선수 출신이란 타이틀로 체육특기생으로 경찰에 입문한 미영은 터프하지만 생존의 논리 앞에서 야비하게 돌변한다. 지철은 꼴에 남자 노릇 하겠다고 미영과 지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짱가’처럼 나타나지만 결과는 체면만 구긴다. 그러다 어느새 잔혹한 스릴러로 변주된다.

20대 여대생이 줄지어 자살하는 뉴스는 과장이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경종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용의자들을 ‘잠정적 살인자’라고 규정한다. ‘그녀’들은 정체한 경찰 조직의 무사안일주의와 남자의 속성에 분노하고, 여성의 피해 의식에 분개한다. 큰 교훈은 경찰이 가야 할 길과 클럽에 가지 말란 것?

코미디 시퀀스만큼 웃기는 의외의 카메오들의 연속 우정 출연이 지나가면 숙연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지독한 현실 반영에 목덜미가 서늘해진다. 라미란과 이성경의 활약은 충분히 예견됐지만 윤상현은 복병이다. 러시안룰렛의 수미상관까지 즐길 것. 그나저나 ‘버닝썬’의 몸통은? 107분. 15살.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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