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애기나 아이들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극진한 사랑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부모가 24시간 돌바 줄 수 없는 공백이 있기 마련이다.  그 공백을 심심하지않게 메워주는 것이 바로 인형이다. 인형은 사람이나 동물을 닮을 수도 있고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 등 종류도 무수히 많다. 인간 특히 아이들의 반려자인 인형을 보자.

역사를 보면, 선사시대 무덤은 인형이 나오지 않는데 나무나 털가죽 등 썩기 쉬운 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B.C 3000~2000년 이집트 몇몇 무덤에서 인형이 발견되었는데, 평평한 나무에 기하학적 그림이 새겨졌고, 긴 머리털이 점토나 나무 구슬을 늘어뜨린 줄로 되어 있다. 고대 몇몇 인형은 종교적 의미를 지녀서 전문가들은 종교적 인형이 장난감으로서 보다 앞섰을 거라 추정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결혼적령기 처녀들이 아르테미스와 아프로디테에게 인형을 바쳤다. 이집트, 그리스, 로마에서는 아이 무덤에 인형을 묻었고, 기독교 초기에도 지하묘지에 인형을 묻었다. 중세 인형은 거의 없다. 1413년 독일 뉘른베르크에 인형 제작자 도헨마헤르가 있었고, 이곳은 16~18세기에 인형과 장난감의 주요 제조지였다. 파리는 일찍부터 주로 패션 인형을 대량 생산했다. 인형 머리는 나무, 테라코타, 설화석고, 밀랍으로 만들었고, 밀랍기법은 영국에서 처음으로 아기인형을 만든 오거스터 몬태너리와 아들 리처드가 완성했다(1850경~87). 1820년경 유약을 입힌 자기(드레스덴) 인형 머리가 인기를 끌었다. 1862년 프랑스 쥐모가(家)의 초벌한 자기 인형은 목이 회전됐고, 몸통은 나무에 염소 가죽을 입히거나 염소 가죽에 톱밥으로 속을 채웠다. 이 몸통 제조법은 20세기 몰드로 만든 플라스틱 제품이 나올 때까지 사용되었다.

19세기에는 인도 고무나 수지로 만든 인형 등 소켓 이음매와 움직이는 눈, 말하고 걷는 인형 등이 나왔다. 1860~90년에는 정교한 옷의 파리풍 패션 인형과 '여성용 모자 가게의 모델' 인형이 나왔다. 가장 오래된 아메리카 인형은 테오티우아칸의 피라미드 근처 아즈텍족의 무덤에서 나왔다. 식민지의 인형은 대부분 유럽 모델을 따랐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인형 중 푸에블로 인디언족의 카치나(비의 신) 인형이 있다. 인도 힌두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은 어린 신부에게 옷을 입은 인형을 주었고, 시리아에서는 혼기에 찬 소녀들이 창문에 인형을 걸어 놓는다. 남아프리카에서는 오렌지프리 주(州) 음펭구족이 모든 성숙한 소녀에게 첫 임신 때까지 지니는 인형을 주는데, 첫 아이가 태어나면 그 어머니는 둘째 아이를 위해 또 하나의 인형을 받는다. 20세기 인기 인형은 큐피 돌(1903), 잘 때 눈을 감는 바일로 베이비(1922), 웻시 벳시 인형(1937), 바비 인형(1959) 등이 있다.

한국의 가장 오래된 인형은 5, 6세기경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검은 잿빛의 흙 토우로 주로 명기(죽은 사람과 함께 묻는 기물)로 매장됐다 추정된다. 대부분 서있고 단조롭고, 악기를 타는 모양, 지게 진 모양, 부부상, 말탄 모양 등 다양하다. 백제시대의 유리로 만든 동자상은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것으로, 눈, 코, 입이 선각 표현으로 손은 합장하고 있다. 조선시대는 민간에서 신의 숭사물로서 신방이나 신막에 놓는 점토 토우와 목우, 그리고 정월 대보름날 주술용 처용인형은 짚으로 만든 사람 형상으로 제웅이라고 한다. 한국 민속에는 제웅인형 외에 풀각시인형이 있다.

사람과 닮은 ‘인형(doll)’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doll’은 인도-유럽 공통기어 ‘delhi(to cut)’에서 유래한 라틴어 ‘dōlium’이 어원이다. 이 말이 북부의 중세 고지 독일어 ‘dol’과 중세 저지 독일어 ‘dol’이 되었고, 중부 독일과 독일의 저지 독일어 방언을 거쳐 20세기 표준 독일어로 들어와서 최종 ‘doll’로 정착을 했다. ‘Dorothy’의 펫네임 ‘Dolly’에서 ‘doll’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Dorothy는 그리스어 어원에서 유래했으며 ‘신의 선물’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poupees 라고 하고 독일어로는 puppen 이라고 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