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민호 칼럼] 재무설계가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재산’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재무설계’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거창함, 또는 본인은 ‘자산가’가 아니기 때문에 ‘나’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절대 다수이다. 이런 오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재무설계는 생각만큼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며, 자산가에게만 필요한 부의 상징도 아니다. 예를 들어 경품에 당첨되어 100일간 해외여행을 간다고 생각해 보자. 여행에 필요한 경비 1,000만 원도 전부 주최측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단, 처음 30일 동안에는 600만 원, 두 번째 30일 동안에는 400만 원, 마지막 40일 동안에는 경비 지급이 없다. 이럴 때 여행경비 1,000만 원을 아무 생각 없이 쓸 사람이 있을까?

최소한의 경제관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40일을 위해 여행경비를 어떻게 나누어 쓰면 좋을까 계획을 세울 것이다. 필요할 때 필요한 돈을 쓸 수 있도록 말이다. 이처럼 100일간의 여행을 위해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100년 인생을 위해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로 ‘인생 재무설계’다.

물론 개인 스스로 완벽한 재무설계를 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대하여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고, 수많은 금융 상품 중에서 본인에게 적합한 상품을 선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고 또한 효율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재무설계에 대한 몇 가지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만 알아도 셀프 재무설계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성공적인 재무설계를 위한 다섯 가지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는 바이다.

첫째, 돈에도 목적이 있다

필요할 때 필요한 돈을 쓰기 위해서는 돈에도 목적이 있어야 한다. 돈에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돈을 쓸 사람, 즉 나 자신이 돈의 목적을 세워줘야 한다. 결혼할 때 필요한 결혼 자금,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한 교육자금,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한 주택자금, 편안한 은퇴 생활을 위한 노후자금 등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목적을 세우고, 그 목적에 맞게 자금의 흐름을 조절해야 한다.

둘째, 기초가 부실하면 공든 탑도 무너진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기 위해서 보장계획을 튼튼히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가족이 큰 병에 걸리거나 큰 사고가 났을 때, 가장이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에 부재가 됐을 때 그 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그 위에 쌓아 올린 자산은 물거품이 되기 마련이다. 말 그대로 평생을 걸려 쌓아온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셋째, 사람은 적재적소(適材適所), 돈은 적시적소(適時適所)

재정안정을 위한 보장계획을 세운 다음에는 장기 목적자금, 중기 목적자금, 단기-초단기 목적자금 순으로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 이때 자금의 목적에 맞게 자금을 준비하는 기간을 설정하고, 그 준비 기간에 따라 적합한 금융기관과 금융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테면 2~30년 후를 대비하는 노후자금은 보험회사 연금상품, 5년 후 필요한 종잣돈은 증권사 펀드상품, 2년 뒤 필요한 결혼 자금이나 6개월 뒤 필요한 등록금 등은 은행의 예·적금이나 증권사의 CMA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결국에는 거북이가 이긴다

저축의 방법, 즉 돈을 모으는 방법에는 토끼 방식(세로식저축)과 거북이 방식(가로식저축)이 있다. 토끼 방식은 향후 발생될 이벤트를 위한 목적자금을 필요한 순서대로 모으는 방식이고, 거북이 방식은 목적자금을 준비 기간에 맞춰 금액을 나누어 동시에 모으는 방식이다. 단기 자금을 모으는 데에는 두 방식이 큰 차이가 없지만, 중장기 자금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이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거북이 방식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재무설계를 통해 목적자금의 구조와 기간을 고려하여 거북이 방식의 저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지금 사면 50% 할인? 안 사면 100% 할인

한때 우스갯소리로 할인에 현혹되어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에게 ‘안 사면 100% 할인’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지출을 막는 것이 가장 큰 할인이고, 가장 큰 절약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절약’이라는 방법이 가장 수익률이 높고, 가장 쉬운 재테크 방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들어 월 1,000만 원씩 1년만 적금을 해 보자. 연 2% 적금 통장에 매월 1,000만 원씩 1년간 납입하면 약 110만 원의 이자를 받게 되는데, 월로 따지면 9만 원 정도다. 한 달에 1,000만 원씩 적금을 하는 것과 한 달에 9만 원을 적게 쓰는 것, 어떤 것이 쉬울지 생각해 보면 절약의 진정한 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재무설계란 특정 투자상품의 수익률보다는 재무적,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하는 총체적인 인생설계를 통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그 접근방법이 기존의 단순 재테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계획에 어긋나 예기치 못한 위험이 닥쳤을 때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크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 김민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