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디 머큐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현대카드는 내년 1월 18~19일 양일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QUEEN)’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콘서트는 그룹 퀸의 첫 단독 내한공연이다. 오는 7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되는 퀸의 월드투어 ‘더 랩소디 투어(THE RHAPSODY TOUR)’의 여정 중 하나다.

퀸은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 성공으로 새삼스레 재조명되고 있다. 프레디 머큐리(보컬&피아노), 브라이언 메이(기타&보컬), 로저 테일러(드럼&보컬), 존 디콘(베이스)은 1971년 영국에서 퀸을 출범시킨다. 머큐리는 ‘굴러온 돌’이었지만 히트곡 다수를 만들며 단숨에 주역으로 부상했다.

특히 영화 제목이자 그들의 대표곡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의 작곡 능력과 기획력, 그리고 웬만한 록 보컬리스트들은 따라올 수 없는 높은 음역으로 퀸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남았다. 이번 내한 멤버는 메이, 테일러,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머큐리의 빈자리에서 170회 이상 공연한 아담 램버트다.

과연 오래전부터 퀸을 사랑해온 열성팬들과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퀸과 머큐리를 좋아하게 된 팬들은 이번 공연을 ‘퀸의 내한공연’으로 인정할까? 메이는 대학생이던 1960년대 말 자신이 결성한 밴드 스마일의 보컬리스트를 내보내고 머큐리를 새로 영입한 뒤 테일러를 가입시켜 진용을 갖추게 된다.

▲ 오리지널 퀸.

이후 디콘을 가입시킨 뒤 머큐리가 심벌까지 만들며 팀명을 퀸으로 바꾼다. 팀의 중심이 메이에서 머큐리로 옮겨간 것이다. 그로부터 머큐리는 많은 히트곡을 작사, 작곡하고 녹음 때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며 비주얼은 글램록이되 음악은 하드록, 프로그레시브록, 오페라록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아낸다.

영화의 배경이 된 ‘라이브 에이드’ 공연 전 이미 팀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고 머큐리는 음악적으로나 사생활적으로 퇴락하고 있었지만 이 공연의 퀸은 전설로 남아있다. 그만큼 머큐리의 무대는 독보적이었다. 램버트는 훌륭한 보컬리스트다. 또 그룹이란 속성상 오리지널 멤버가 영속하기 힘들다.

1980년 9월 25일 드러머 존 보냄이 사망하자 레드 제플린은 즉시 “보냄 없는 제플린은 없다”라며 해체를 선언했다. 제플린은 샤우팅 창법의 로버트 플랜트와 때때로 요절한 지미 헨드릭스 대신 ‘세계 3대 기타리스트’의 자리에 추대되는 지미 페이지로 대표되는 영국 출신의 정상급 하드록 그룹이다.

이에 비교하면 퀸은 메이라는 기타의 장인이 있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머큐리가 ‘얼굴마담’이었다. 실제 음악에서도 그랬고, 무대에선 더욱 확연했다. 구조주의에 의하면 퀸은 그냥 퀸일 뿐 머큐리는 하나의 유닛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퀸과 머큐리의 팬들에겐 다르기에 이번 공연에 물음표가 붙는다.

▲ 퀸.

 머큐리는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태어나 인도로 갔다가 영국에 정착했다. 아프리카 대륙 인도양에 위치한 탄자니아 태생이지만 인도의 정서도 동시에 지닌 머큐리다. 영국에선 파키스탄인이라는 인종차별도 받았다. 그의 외모에서 보듯 아프리카와 동양의 색채가 물씬 풍기고, 영국 정서도 담겨있다.

그는 자유분방하고 다소 러프한 스타일이다. 부드럽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우수는 동양적이다. 유태인의 피가 섞인 ‘미국인’ 램버트는 다분히 소울적이다. 그 역시 훌륭한 뮤지션이고, 머큐리처럼 게이지만 정서와 음악적 색깔은 같을 수가 없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잘 해석했지만 머큐리일 순 없다.

결정적으로 머큐리의 뿌리는 록이지만 램버트는 블루 아이드 소울이다. 퀸의 오래된 팬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그리움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건 맞다. 새로 ‘팬덤’에 합류한 팬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호강이다. 그러나 머큐리 없는 퀸에게서 왕관을 보긴 어렵다.

퀸의 내한공연이 불러일으킬 논제는 ‘테세우스의 배’다. 테세우스는 그리스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 비견되는 아테네의 영웅이다. 아테네 사람들은 그동안 자신들을 괴롭혀온 크레타에 승전한 테세우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배를 계속 보수해가며 축제를 열어왔는데 이 배의 정체성이 도마에 오른다.

▲ 왼쪽부터 브라이언 메이, 아담 램버트, 로저 테일러(현대카드 제공)

‘수없이 개보수해 예전의 재료가 하나도 없어진 새 배일지라도 과연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역설이다. 영국 출신의 유명 하드록 그룹 딥 퍼플에는 걸출한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가 있었다. 그는 팀에서 탈퇴한 뒤 뛰어난 보컬리스트 로니 제임스 디오를 영입해 레인보우를 결성한다.

당시 ‘Temple of the king’이라는 히트곡을 내지만 디오는 블랙 사바스로 옮겨가고, 그 자리에 그래험 보넷이 앉는다. 또 창단 드러머가 나가고 엄청난 슈퍼 드러머 코지 파웰도 이 팀을 거쳐 간다. 그러나 팬들은 레인보우를 여전히 블랙모어의 밴드로 봤지 레인보우 자체를 ‘리바이어던’으로는 안 봤었다.

따라서 머큐리가 시그너처였던 1970년대부터 퀸을 좋아해온 팬이라면 이번 퀸은 정통 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퀸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는 있겠지만 과거의 무대와 오리지널 앨범에서 느꼈던 추억을 100% 소환해낼 순 없을 것이다. 물론 영화로 퀸을 접하고 팬이 된 사람들에겐 좀 다를 것이다.

내년에 내한할 퀸은 관념론적으로는 분명히 퀸이다. 재료는 바뀌어도 테세우스라는 영웅이 주는 개념은 비록 직관이 없어 공허할지 몰라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직관 없는 사유는 맹목적(칸트)이라고 경험론의 손을 들어줄 여지가 충분하다. 인식론적으로는 퀸이라고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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