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0.0MHz>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누리꾼에게 큰 인기를 끈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0.0MHz’(유선동 감독)는 19개국에 판매됐으며, 대만 등 아시아 4개국에서 동시 개봉된다. 대학 새내기 소희(정은지)와 상엽(이성열)은 태수(정원창), 윤정(최윤영), 한석(신주환)이 이끄는 초자연 미스터리 동아리 ‘0.0MHz’에 가입한다.

대학교는 전체 MT를 떠나는데 동아리는 첫날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우하리의 흉가를 체험하러 간다. 이곳은 4년 전 한 여자가 스스로 목을 매 죽은 뒤 ‘머리카락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동아리는 여기서 강령술을 펼쳐 주파수를 0.0MHz로 만들어 귀신을 불러내려 한다.

그들은 미리 사온 삼겹살과 술을 먹으며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린다. 강령술의 시전자는 윤정이다. 윤정은 문제의 방에 눕고 나머지는 밖에서 모니터를 통해 윤정을 주시한다. 시간이 흐르자 갑자기 윤정이 온몸을 비틀면서 발작을 한다. 깜짝 놀란 태수와 한석이 그녀에게 달려드는데 장난이었다.

그들은 귀신이 어디 있느냐며 다시 강령술을 펼치고 소희는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휩싸여 사시나무처럼 떨며 작은방에 눕는다. 술이 과했던 한석은 숲에서 볼일을 보다가 갑자기 흔들리는 나무 뒤에서 괴이한 새 한 마리를 발견한다. 한석이 쫓아가자 빠른 속도로 달려 아궁이 속으로 들어간다.

▲ 영화 <0.0MHz> 스틸 이미지

윤정이 이번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일어나더니 방문을 열고 나선다. 친구들이 불러도 대답이 없던 그녀는 아궁이 앞에 서더니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친구들은 황급히 짐을 챙겨 차에 싣고, 구들장을 깨 그곳에서 윤정을 구해 탈출한다. 병원에 입원한 윤정은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는데.

다섯 주인공에겐 저마다의 비밀이 있다. 태수와 윤정은 연인이다. 한석은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윤정을 짝사랑하고 있으며, 태수에게 심한 질투심을 품고 있다. 또한 동아리의 활동에 개인적인 욕심을 숨기고 있다. 공포소설가를 꿈꾸는 상엽은 소희를 짝사랑하기에 동아리에 들어왔다.

소희의 엄마는 고인이 된 할머니에 이어 무당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귀신을 볼 수 있었던 소희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부정해왔다. 강령술 때 동아리는 고인의 죽을 당시를 재현해내기 위해 인형을 사용했다. 소희는 그 인형을 태우라고 소리쳤지만 한석은 구덩이에 던진 뒤 거짓말을 했다.

티셔츠에 쓰인 ‘BROKEN’이란 글자는 흉가에서 죽은 여자가 발견됐을 당시의 상태이자 강령술에 사용된 인형의 모습을 의미한다. 상엽은 꽁꽁 숨겨둔 어릴 적 사연이 있다. 함께 놀던 형이 절체절명의 위험에 처했는데 두려움에 그냥 방치한 채 도망갔고, 그게 내내 트라우마로 남아 내면을 괴롭힌다.

▲ 영화 <0.0MHz> 스틸 이미지

무의식 상태의 윤정이 신기하게도 멀쩡한 컨디션으로 깨어난 뒤 다섯 친구는 일상으로 되돌아온 듯하지만 윤정이 잠에 들기만 하면 괴현상이 발생하고 희생자가 생겨난다. 소희는 사람에게 한 번 달라붙은 귀신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동아리에 강령술을 한 번 더 펼치자는 제안을 한다.

소희의 주변엔 귀신들이 방황한다. 그들은 동아리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가해를 할 것인가? 흉가에 가기 전 들른 구멍가게의 주인은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냐”라며 거기서 술 마시고 떠들며 놀 것에 대해 경고하지만 친구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망자를, 영혼을 존중하라는 교훈.

소희의 “남의 인생에 끼어드는 것 아냐”라는 일갈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사람이 영혼의 세계에 관여해선 안 되듯, 귀신 역시 산 자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건 균형을 깨뜨리는 행위라는 것. 새 강령술을 펼치는 소희가 상엽에게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들어오면 안 돼”라고 경고하는 것도 마찬가지.

▲ 영화 <0.0MHz> 스틸 이미지

호러 장르로서의 정체성은 그리 나무랄 데가 없다. 세상에 한을 품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망자의 분노가 경박하거나 이기적인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가르침은 나름대로 준엄하다. 할리우드 특수효과팀의 기술로 구현한 괴조와 머리카락 귀신의 비주얼은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한몫 톡톡히 한다.

이미 TV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정은지는 에이핑크 동료 손나은의 호러 영화 데뷔작 ‘여곡성’과는 사뭇 다른 존재감을 보인다. 흥행 성적과 평단의 평가 여부에 관계없이 성공적인 ‘호러 퀸’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돌변해 구사하는 차진 전라도 사투리도 맛깔스럽다.

베테랑 최윤영이 특히 큰 활약을 펼치며 크게 공헌했다. 다만 정원창과 신주환의 연기는 어색해 여배우들과 다른 옷을 입고 무대에 선 듯하다. 또 머리카락 귀신이 등장하는 시퀀스는 ‘엑소시스트’ 등 많은 호러 장르에서 봐온 터라 식상할 소지가 없지 않다. 102분. 15살 이상 관람 가. 5월 29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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