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⓵, 재미있는 자본주의 풍유의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5.29l수정2019.06.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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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도 대중성과 명예 면에서 모두 강하다고 평가받는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은 국내에서 반드시 흥행에 실패했다. 과연 한국 영화 100년의 해에 그 영광을 안은 ‘기생충’(봉준호 감독)은 흥행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일단 결론은 재미가 풍부한 블랙코미디다.

기택(송강호) 충숙(장혜진) 부부는 반지하 셋집에서 20대 아들 기우(최우식) 딸 기정(박소담)과 함께 산다. 기우는 군 복무를 제외하곤 5수 중이고, 기정 역시 미대에 지원만 하고 있다. 모두 마땅한 직업이 없기에 피자 포장 박스 접는 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공짜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하며 산다.

대학생인 친구 민혁(박서준)이 기우를 찾아와 유학을 떠난다며 자신을 대신해 여고생 다혜(정지소)의 과외 선생을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다혜를 짝사랑하는 민혁은 음흉한 다른 대학생이 맡을 것을 우려한 것. 다혜가 부잣집 딸이라는 데 귀가 솔깃한 기우는 기정의 도움으로 명문대 졸업장을 위조한다.

다혜는 IT기업 박 사장(이선균)과 육감적인 미녀 연교(조여정)의 딸로 10살 남동생 다송(정현준)과 함께 살고 있다. 다혜의 집은 지하에서 2층까지 연건평 300평은 족히 될 듯 으리으리하다. 다송의 장난감 화살에 맞을 뻔한 기우에게 연교가 다송의 추상화를 보여주자 기우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기우는 다송이 매우 비범한 인물이기에 지금부터 특수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미끼를 슬쩍 던지고, 연교는 그걸 덥석 문다. 기우는 기정을 미국 유학파로 교육한 뒤 연교 앞에 세운다. 기정은 놀랍게도 다송에게 트라우마가 있다고 단언하고 깜짝 놀란 연교는 그때부터 기정을 신을 모시듯 맹신하는데.

봉 감독의 최고 흥행작 ‘괴물’과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의 파생태적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작품마다 자본주의의 폐부를 찌르고,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과 악의 잠재력을 해부해온 감독은 자신의 모든 이념과 메시지를 매조지려 한다. 그가 본 자본주의 세상은 삼원론적 이원론 색채가 짙다.

반지하에 사는 기택 등은 평민 중에서도 극빈자다. 박 사장의 집은 초호화 2층이지만 지하실도 있다. 기택처럼 반지하에 수많은 서민들이 살지만 그보다 못한 지하철 역사의 노숙자도 존재한다. 반지하와 지하에 사는 사람은 다른 듯하지만 결국 유사한 처지다. 부자와는 철저하게 유리, 분리된 존재자.

그래서 이 세상은 세 차원인 듯하지만 결국 부자와 빈자라는 두 차원이다. 인트로의 기택네 창문으로 본 지상의 세상 풍경이 그걸 은유한다. 영화의 초반은 봉준호 특유의 유머로 재미가 철철 넘친다. 소독차가 등장하자 기택이 ‘이참에 꼽등이나 잡자’며 창문을 그냥 열어둘 것을 지시하는 시퀀스는 ‘웃프다’.

▲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가족이 접은 피자 박스 4개 중 1개가 불량이라는 의뢰인의 지적 때 시선이 기택을 향하는 건 그가 기생충 중에서도 열등하다는 환유. 충숙이 바퀴벌레에 비유하자 기택이 분노를 드러내지만 이내 연기였음을 밝히는 시퀀스는 그 연장선. 집 창가에 볼일을 보는 취객에게조차 찍소리 못 하는 무능력자다.

민혁은 “만날 술 먹는 대학생보다 네가 낫다”고 기우를 설득하고, 기우의 위조서류를 보고 기택은 ‘서울대학교 위조학과’를 거론한다. 엘리트 의식에 대한 풍자. 기우의 “아버지, 저는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년에 이 대학에 꼭 갈 거거든요”라는 합리화도 같은 맥락의 스펙 맹신에 대한 조롱.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계획’과 ‘상징적’이다. 계획은 고자의 ‘인간의 본성에는 선도 악도 없다’는 성무선악설 혹은 두 가지 모두 존재한다는 왕충의 성선악혼설이다. 계획적으로 악인이 되기보다는 환경과 순간적 상황에 따라 충동, 본능, 감정, 욕심, 분노 등에 의해 악을 저지른다는 의미다.

영화 자체가 모두 상징적이다. 기우 등이 집으로 가는 길이 한없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는 건 ‘설국열차’의 꼬리칸 사람들의 긴 여정의 역순. 연교가 절절맬 정도로 박 사장이 권위적인 데 반해 충숙이 기택을 막 다루고 기정이 그 앞에서 수시로 욕을 해대는 건 빈자가 정신적으로 더 자유롭다는 비유.

▲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연교는 지적인 척하지만 실은 천박하다. 박 사장은 ‘아내를 사랑하냐’는 질문에 매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연교는 행여 남편이 화를 낼까, 자신을 쫓아낼까 전전긍긍하며 책잡힐 일은 무조건 숨긴다. 기택 부부는 정반대지만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충숙은 돈이 주름 펴는 다리미라고 생각하기에.

인식론적으론 헤겔의 인정투쟁을 의인화한 인정욕구가 강하다. 세상에는 부자와 빈자라는 두 존재자가 존재한다. 빈자는 생존을 위해 기생자가 되고, 부자는 숙주로서의 권력과 권위를 행사한다. 이 치열한 타자들의 공존은 가능한 걸까, 그렇다면 그 한계와 형식은 어느 수준이 마지노선일까, 묻는다.

이 투쟁은 냄새의 투쟁이다. 부자에게선 고급 향수가 아니라 돈 때문에 좋은 냄새가 난다. 빈자는 아무리 청결하게 씻어도 가난의 냄새를 지울 수 없다.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의 냄새는 역하진 않지만 그리 향기롭지도 않다. 뜬금없는 북한방송 아나운서 코멘트는 이원론적 자본주의에의 절묘한 유머.

다송은 자본주의, 더 나아가 미국에 대한 풍자다. 인도인이 아닌 아메리카 토착민을 인디언이라 부르며 짓밟아 그 땅을 차지해 자본주의의 아카데메이아를 설립한 미국이 인디언을 문화화, 상품화, 놀이화하는 데 대한 비수다. 다혜 집의 섬뜩한 철문 소리도 매우 상징적이다. 131분. 15살. 5월 30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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