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②,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예술과 오락의 총화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6.03l수정2019.06.0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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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00년 된 한국 영화사에서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개봉 전 예매로만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역대 이 상 수상작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기에 자칫 국산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재미있다.

그러나 칸, 베니스, 베를린 등의 3대 영화제에 대한 ‘어렵다’거나 ‘비대중적’이라는 선입견이 틀린 인식이 아닌 것은 맞다. 그래서 봉 감독의 영특함은 오롯이 빛난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는 거장들의 외침이 더욱 돋보이는 ‘기생충’은 ‘괴물’과 ‘설국열차’라는 사유로 보면 아주 쉽다.

두 작품의 관객 수는 2000만 명을 넘는다. 여기에 ‘옥자’까지 더해 봉준호의 현대 궁극의 자본주의 시대 4부작의 완결편이라고 보면 즐기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 양차 세계대전 후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한 냉전시대를 거친 뒤 세계는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이 헤게모니를 쥔 구도로 재편됐다.

역사는 결코 평화로운 때가 없었다. 현재는 경제 전쟁 시대다. 자본주의라는 경제구조의 견고한 틀은 소수의 자본가의 ‘소박한 사치’를 위한 노동자의 희생과 퇴영을 강요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IMF 이후 정규직이란 노동자의 안전장치가 사실상 무장 해제됐고, 인정이란 민족 정서는 소멸돼버렸다.

▲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이 영화는 그런 양극화, 양분화, 그리고 서민 생활의 몰락과 퇴락에서 헤어나고자 하는 빈자들의 번뇌의 몸부림과 생존의 용틀임을 전진 배치했다. 그리고 그 위에 메마른 정서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풍족한 재산이 수여한 여유를 더욱 효율적으로 즐기는 데만 고민하는 부자를 우뚝 올려세운다.

주인공은 군필자인 5수생 기우(최우식)와 미대에 지원했다 떨어진 여동생 기정(박소담)이다. 아버지 기택(송강호)과 엄마 충숙(장혜진)도 무직자다. 기택은 운전기사, 장사 등 안 해본 게 없지만 사업은 번번이 실패했고, 직장에선 오래가지 못했다. 현실의 가장의 전형적인 모델임을 아는 건 어렵지 않다.

충숙은 투포환 선수 출신이다. ‘괴물’의 남주(배두나)가 양궁 선수 출신인 것과 오버랩된다. 정부는 나라의 명예를 빛내라며 선수를 부추기지만 막상 ‘유통기한’이 다 되면 외면해버린다. 학교와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독려로 열심히 포환을 던졌던 충숙은 그러나 이젠 반지하 집에서 피자 박스나 접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구조 하의 국가와 사회는 절대 친절하지도, 미래를 약속하지도, 이타적이지도, 인정이 남아있지도 않다. 이래라, 저래라 열심히 장려하고 안내하지만 결국 다수 빈자의 가난의 굴레를 벗기는 데 무관심하다. 그 자식들은 가난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부자는 부자를, 빈자는 빈자를 낳는 순환.

▲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반지하 집 창문가에 요즘 도시에선 보기 드문 소독차가 연기를 뿜어내자 기택은 ‘이참에 꼽등이나 잡자’며 창문을 연 채로 방치할 것을 주문한다. 꼽등이는 부식질이나 썩은 사체를 먹고 살지만 해충은 아니다. 연가시의 숙주다. 바로 기택 같은 빈자이거나 그보다 더 못한 벙커 속의 극빈자다.

IT기업 박 사장(이선균)의 가족은 그들과 상치된다. 집안은 성처럼 호화롭고, 지하는 마치 다이달로스가 미노스에게 바친 미궁 지하의 미로 같다. 학력을 위조해 박 사장 딸 다혜(정지소)의 과외 선생으로 취업한 기우가 돈을 벌어 그런 집을 사겠다고 꿈꾸는 건 빈자의 계획이 의미 없다는 뜻이다.

기우가 다혜의 엄마 연교(조여정)에게 면접을 보기 위해 그 집을 찾아가는 길은 한없이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초인종을 누르기 위해서도 올라야 한다. 첫 방문 때 철문이 열리는 소리는 웅장하다 못해 위압적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야 하는 아주 먼 여정이 된다.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전혀 다른 층위에서 다른 공기로 숨을 쉬어야 하는 이 빈부의 격차, 계급적 환경! 제목은 결국 헌법에 만인의 인권과 권력은 동등하다고 씌어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전율스러운 현실을 직유한다. 자본가는 노동자를 동격으로 안 보고 자신의 자본에 흡착한 기생충으로 본다는.

▲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그리고 서민의 삶은 수시로 환골탈태를 꿈꾸지만 ‘개천에선 지렁이만 나올 뿐 절대 용은 나올 수 없다’는 현실의 반영태인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다는 환유다. 플라톤 이전부터 물, 불, 흙, 공기의 4원소론이 현자들의 지성을 지배했다. 유난히 물이 자주, 많이 등장하는 건 2가지로 달리 해석하면 재미있다.

먼저 수분이 기생충의 매개체라는 개괄적인 해석이다. 그건 매우 쉽다. 다른 해석은 물의 아래로 흐르는 성질이다. 박 사장 가족은 아들 다송(정현준)의 10번째 생일을 맞아 캠핑을 떠난다. 전망 좋고 너른 정원까지 갖춘 집 자체가 초호화 콘도미니엄인 부자 가족이 캠핑이라니! 그래서 폭우가 쏟아진다.

이 영화 카피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다. 물은 물질, 혜택, 인권 등이다. 자본주의가 극대화됨에 따라 소수의 갑부와 다수의 빈자, 그리고 자꾸 늘어나는 극빈자라는 부조리 현상의 최소한 미봉책은 나눔이란 은유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가진 자들이 점차 욕심을 버리고 양보를 늘리라는 제안.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는 무참한 서사는 매우 절망적이다. 그래서 감독은 ‘가족희비극’이라 명명했다. 이 영화의 재미에서 송강호를 빼면 곤란하다. 그는 ‘딱’ 제자리만 지키기에 더욱 빛난다. 최우식이 이끌다 의외의 인물들이 반전을 맡고 송강호가 매조지는 형식과 스타일의 지고한 경지!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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