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제2차 세계대전 독일 유보트를 소재로 한 영화부터 최근의 잠수함 소재 영화에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치명적인 무기가 바로 어뢰이다.

어뢰(torpedo)는 발사해서 스스로 추진해 나아가는 폭발성 무기로, 수면 위나 아래로 발사되어 물 속에서 표적에 충돌하거나 접근해 폭파되도록 설계됐다. 일종의 수중 미사일로 어형수뢰의 약자이며 물고기 모양으로 생긴 대함선 공격용 수뢰를 말한다. 함정이나 항공기에서 발사, 투하하면 자체 추진 장치로 전진해 목표에 부딪쳐 폭발한다. 보통 스크류를 돌려 추진하고 일부는 로켓 추진 방식이다.

어뢰의 시초는 기뢰로 제임스 1세의 명으로 Cornelius Drebbel(1572~1633)이 개발했으며 1626년 라로셀 공성전에 처음 사용되었다. 기뢰는 항구 봉쇄나 잠입하여 적 군함에 부착해 폭파하는 형태로 오랫동안 사용되었고 남북전쟁에서도 사용되었다. 하지만 원시적이고 폭발 사고도 빈번했다. 그래서 전기 뇌관이 등장했고 1862년 미 해군의 Cairo호가 전기 뇌관 어뢰에 접촉해 침몰했다. 1805년 풀톤은 화약 82kg을 탑재한 어형수뢰를 공개했다. 1812년 영국 해군 전함 HMS Ramillies가 뉴욕 항에서 수뢰에 격침되었다. 1855년 크림 전쟁에서 러시아가 핀란드 만에서 영국 군함을 이형식의 어형수뢰로 공격했다.

현대식 어뢰는 1866년 오스트라아 해군 G. 루피스와 영국인 엔지니어 로버트 화이트헤드가 개발했고 이 기뢰에 추진 시스템을 부착해 직접 타격 혹은 수중 폭파로 함정을 파괴하는 무기가 어뢰로 그의 이름을 따서 "화이트헤드 어뢰"라 했다. 어뢰는 1발로도 적의 대전함을 격파할 수 있어서 소형함, 특히 구축함과 경순양함의 주요 무기이다. 또한 수중에서도 발사할 수 있어서 잠수함의 기본 무기이다. 어뢰는 널리 사용되었고 러시아-튀르크 전쟁(1877년) 기간중 1878년 러시아군이 격침한 터키 증기선이 최초로 어뢰에 격침당한 군함으로 기록되었다. 1, 2차대전시 독일 잠수함 U보트가 거대한 상선들을 어뢰로 침몰시켰다. 2차대전 시 어뢰는 1차대전처럼 군함간의 어뢰발사 교전도 있었지만, 항공기에서 투하되어 적함을 공격하거나 잠수함에서 발사해 적함을 공격하는 형태로 사용되었다. 포클랜드 전쟁 당시 최초의 핵잠수함이 참전했고 영국 해군이 아르헨티나 해군 기함 벨그라도 순양함을 격침시켰다. 미사일이 발전하며 항공기 탑재형 어뢰는 대함 미사일로 대치되었고, 현재 어뢰는 잠수함의 주요 무장으로 사용된다. 또한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한 항공기 또는 수상함 탑재형 경어뢰도 사용된다. 미국과 러시아 해군 수상함들의 어뢰발사관과는 달리 영국과 프랑스 해군은 어뢰발사구획이 선체 내부로 밀폐되어 있는 방식이다.

현대 어뢰는 크게 잠수함이 수상함을 공격하기 위해 큰 탄두에 유선유도를 하는 중어뢰와 경어뢰로 구분된다. 경어뢰는 수상함, 대잠 헬기, 대잠초계기 등이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볍고, 조준 발사 후 스스로 적을 탐지해 추적한다.

손쓸 수도 없는 사이 타격하는 ‘어뢰(torpedo)’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Torpedo(어뢰, 전기메기, 스페인어 전기 가오리)‘는 라틴어 ‘torpere(무감각, 간담을 서늘케 하다)’에서 유래했는데 라틴어 명사 ‘torpēdō’는 ‘torpeō(무감각, 굳음, 둔함)’와 ‘-ēdō(명사형 접미사)’가 결합한 단어이다. ‘torpedo’는 해군 용어로 나폴레옹 전쟁 때 미국인 Robert Fulton이 자기가 설계한 프랑스 잠수함 노틸러스호에서 사용한 기뢰의 이름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전기를 방출하여 적을 무력하게 만드는 전기메기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