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범죄도시’ 뛰어넘는 복합장르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6.07l수정2019.06.0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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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강윤성 감독의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전작 ‘범죄도시’보다 장르와 내용은 더 깊어졌고, 유머도 늘었다. 늦깎이 감독이기에 젊은이보다 성장이 빠르다. 3선에 도전 중인 여당의 목포 국회의원 최만수(최귀화)는 위선과 욕망으로 똘똘 뭉친 이중인격자로서 구린내 풍기는 비리 정치인의 전형이다.

그는 12년 전 검사 시절 목포 폭력조직의 이권다툼 때 조광춘(진선규)의 살인을 눈감아준 뒤 그의 조직을 이용해 선거에서 이겨왔다. 만수의 지원을 받는 친구가 시장을 허물고 대형 테마파크를 세우려 하지만 상인들이 반대해 대치하자 친구는 광춘의 라이벌 조직 보스 장세출(김래원)에게 용역을 맡긴다.

이 건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세출은 현장에 직접 출동하는데 거기서 상인들을 돕는 당돌한 여자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에게 따귀를 맞고 놀란다. 첫눈에 반한 세출은 본업도 잊은 채 그녀의 주변을 맴돌다 ‘좋은 사람’이 되라는 충고에 갑자기 개과천선하기로 결심한 뒤 나이트클럽 등 모든 사업을 정리한다.

황보윤(최무성)은 한때 목포의 전설적인 깡패였지만 환골탈태해 청와대 대통령 경호실장까지 한 뒤 현재 1000원짜리 봉사 식당과 복지 재단을 이끌고 있다. 소현은 윤 등과 재야 정치활동을 펼쳤지만 윤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목포로 은둔하자 중단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만수의 지지율이 급상승한다.

▲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스틸 이미지

다급해진 소현은 윤을 찾아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강권하고 진보적인 팟캐스트 ‘시사자키’ 운영자 정철민도 목포로 내려와 만수를 비난하는 방송을 하면서 소현을 거든다. 결국 윤은 출마를 선언하고, 그동안 외면했던 세출을 받아들여 내일 아침 8시까지 버스로 출근해 식당을 책임지라고 당부한다.

세출이 탄 버스는 목포대교 위에서 큰 사고를 당하고 세출은 용기와 희생정신으로 기사 및 전 승객을 구해 영웅이 된다. 유세 후 독거노인을 돕던 윤은 괴한들의 칼을 맞고 입원해 유세 운동에 비상이 걸린다. 소현 등은 심각한 논의 끝에 세출을 대타로 내세우고, 세출은 얼떨결에 정치판에 입성하는데.

‘범죄도시’가 외강내유의 마동석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누아르였다면 이 작품은 ‘영웅본색’, ‘첩혈쌍웅’ 같은 누아르, 세출과 소현의 멜로, 그리고 살짝 스릴러를 버무린 듯하지만 사실 적나라한 정치 풍자극이다. 그런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만수다. 김래원과 원진아보다 최귀화의 잔상이 더 길다.

‘내부자들’, ‘더 킹’처럼 절묘한 타이밍이다. 작금의 정치판은 그야말로 혼란과 혼돈과 막장의 도가니다. 거기에 편승한 적지 않은 유권자의 관점은 현명함과 거리가 있다. 만수는 이 카오스의 현현이다. 이름대로 그는 오만 술수의 모리배다. 입원한 윤을 찾아가 위로하는 신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한다.

▲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스틸 이미지

그뿐인가? 세출을 극도의 궁지로 몰아넣은 뒤 그의 유세장을 찾아 능글거리며 눙치는 심리전의 시퀀스는 궁극의 공포마저 준다. 윤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만수의 참모는 “(상대방의) 허점이 없으면 만들어 넣어. 정치란 게 그런 거 아냐?”라고 명령한다. 정치란 철저한 쇼이자 심리전이라는 이 직설법!

그래서 장르는 멜로 정치풍자 미스터리스릴러 누아르다. 세출이 측근과 재활을 다짐하는 홍어식당 간판이 ‘민생’이다. 정치의 본뜻은 민생이라는 이 지극히 당연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메시지. 세출은 출세의 도치법이 아니라 반어법이다. ‘정부의 지출’이라는 본뜻일 수도 있다. 올바른 정치와 행정이다.

세출과 소현의 멜로는 인위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매우 우아하다. 약자를 위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소신의 소현과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괴물로 자랐기에 이제라도 사람이 되고 싶은 세출. 이렇듯 전혀 다른 평행선 위의 두 객체가 진짜 사람이 된다는 게 어떤 건지 같은 지점을 바라보자 사랑이 싹튼다.

그게 우아미고, 숭고미다. 그럼에도 감독은 세상을 “법이란 게 공평하지 않아”라는 대사의 시선으로 본다. 검사 출신 비리 국회의원의 메타포! 기호 5번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세출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런 그와의 단일화를 선언하는 4번 사회당 후보는 ‘홍길동 같은 사람’이라고 그를 칭송한다.

▲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스틸 이미지

홍길동은 최초 한글 소설의 주인공이지만 역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세상이 어지러워 부자가 돈으로 권력과 결탁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임으로써 민생이 파탄 나자 부자의 재물을 훔쳐 빈자를 살린다는 그 이념은 마르크스의 응용이다. 조폭이 정의로운 국회의원을 선언하는 이원론적 일원론이다.

‘깡패가 착할 순 없지만 깡패 중에도 나름의 미덕을 갖춘 이는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이 새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수의 국민이 우러러보는 정치인 중 사실 깡패보다 더 악질이고 저질인 이도 현존한다’는 성무선악설. 액션, 서사적 구조, 장르적 재미와 버라이어티 등은 분명히 전작을 능가한다.

각 인물들의 캐릭터는 매우 강렬하다. 특히 세출에게 가려 만년 2인자라는 콤플렉스를 안고 비열하고 지독하게 생존의 몸부림을 치는 광춘은 외려 연민의 정을 느끼게 만든다. 최귀화와 진선규의 맹활약은 영화의 완성에 방점을 찍었다. 한 카메오가 큰 즐거움을 줄 텐데 ‘범죄도시’ 감독임을 감안할 것.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사실감을 주는 연출력은 매우 세련됐다. 서사는 장황하지만 연결이 매끄러운 편이라 부담이 없다. 세출이 달라지기로 결심한 이후 그는 한없이 계단을, 산을 오른다. 그건 신분이 아니라 인격 상승이다. 후반 세출의 연설은 정치의 본질이다. 6월 19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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