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엄기일 교수 칼럼] 현 시대에서 성형수술은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롤 보완하거나 보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외형상 윗입술이 갈라져 태어난 일명 ‘언청이’라고 불리는 구순구개열 안면기형질환 신생아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성형수술을 하게 된다.

구순구개열 안면기형질환은 예전에는 신생아 평균 600명당 1명꼴로 발생하였으나, 최근에는 구순열의 경우 임신초기에 초음파로 확인이 가능하고, 구순열보다 구개열 환아가 더 많아지는 추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8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인 요인과 부모의 건강상태 그리고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발별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 엄기일 교수(구순구개열 수술)

구순구개열은 보통 입술과 입천장에 따라 나눠볼 수 있는데 쉽게 표현하자면 입술이 갈라진 것을 구순열이라 부르며, 입천장이 갈라진 것을 구개열이라 말한다.

1989년부터 30년간 약 8000례의 구순구개열 분야 수술만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성형을 통해 외모가 일반인들과 다름없이 개선돼도 아이들의 모든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순구개열은 영유아기의 입술과 입천정부터 시작해 성인이 될 때까지 교정, 치조골 이식, 악교정, 코수술 등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번의 치료가 필요한 만큼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보호자들이 많았다.

늦었지만 정부가 올해 3월 25일부터 구순구개열 환자의 적절한 안면성장과 치열발육을 위해 치과교정 및 악정형치료를 국민건강보험에 적용하면서 조금이나마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술 후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는 외모를 가지게 되지만, 구순구개열의 진행 정도가 심한 아이들은 수술을 해도 남들과 다소 다른 입술 모양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들에 대한 세상의 편견은 당사자와 부모에겐 아픔으로 남는다.

이제는 구순구개열로 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학교나 사회생활에서 받는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병을 스스로 인정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주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환자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민들레회’라는 환우회를 결성해 25년간 운영하고 있다. ‘민들레회’는 구순구개열 수술을 받은 환자, 보호자, 간호사와 의사까지 함께 하는 모임으로 환자에 대한 조언과 격려는 물론 환자들이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환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주치의와 쉽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간의 커뮤니티(민들레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같이 ‘민들레회’를 통해 환자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사회적 인식 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구순구개열에 대한 편견은 남아있다. 심지어 천형(天刑)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구순구개열 유전에 대한 잘못한 의학상식들도 편견을 가지게 한다.

결국 구순구개열 환자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별하는 사회적인 인식과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

구순구개열을 장애가 아니다. 수술을 통해 흉터는 남지만 분명한 것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그리고 부부 중 한명의 유전성향만으로 발병하지는 않는다.

구순구개열 환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기대하며, 아이들이 학교 혹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해 전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서둘러 오길 바란다.

▲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성형외과 엄기일 교수

[엄기일 교수]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겸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장 역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상임이사 역임
대한성형외과학회 상임이사 5회 역임
제3대 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 회장
제5대 아시아태평양 구순구개열학회 사무총장
미국성형외과 학회 ASPS 정회원
미국 외과학술원 F.A.C.S
미국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 정회원
국가 국민훈장 석류장 수훈
의사협회보령제약 보령의료봉사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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