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토이 스토리 4>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95년 시작된 ‘토이 스토리’가 ‘토이 스토리 4’(조시 쿨리 감독)까지 왔다. 앤디의 사랑을 받던 카우보이 장난감 우디(톰 행크스)는 앤디가 대학생이 되자 버즈 등과 함께 소심한 소녀 보니에게 ‘입양’된다. 보니는 억지로 유치원 예비소집에 참석해 쓰레기로 버려진 플라스틱 포크로 포키를 만든다.

주눅 들었던 보니는 자신이 만든 장난감에 애정을 품게 되면서 서서히 적극적인 인물로 바뀌어가고, 보니의 사랑은 우디에서 제시로, 다시 포키에게로 바뀐다. 집에 온 포키는 생명력을 얻어 우디 등의 친구가 되지만 자꾸 자신은 장난감이 아니라며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우디를 힘들게 한다.

우디는 포키가 사라질 때마다 우울해져 그를 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보니를 두고 볼 수 없는 것. 유치원 개원을 앞두고 보니의 부모는 기분을 전환하자며 카니발이 열리는 곳으로 캠핑카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포키가 창밖으로 탈출하고 그를 찾기 위해 우디도 뒤를 따른다.

우디는 포키를 찾아 설득에 성공해 한참을 걸어 카니발 장소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세컨드 챈스’라는 골동품점 안을 보던 그는 오랜 여자 친구였으나 앤디의 성장으로 헤어진 보핍의 램프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보핍을 부르는 그 앞에 왠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 개비개비가 등장하는데.

▲ 영화 <토이 스토리 4> 스틸 이미지

우리 주변엔 장난감이나 인형 등이 흔하다. 물론 부품이나 섬유 덩이로 이뤄진 무생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안 볼 때 그들이 자신들의 생명력을 드러내고 활발하게 활동한다면?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한 ‘토이 스토리’는 ‘보스 베이비’ ‘마이 펫의 이중생활’ 등에 간접 영향을 주며 오늘에 이르렀다.

SF나 판타지가 그렇듯 이 애니메이션 역시 공상의 세계를 그리지만 매우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구현한 개미 왕국처럼 장난감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들 역시 유기체처럼 본능은 생존이지만 그 본질은 주인의 사랑을 받는 데 있다. 애완동물에 대한 애정을 촉구하는 설정.

그들은 애들의 속성을 잘 안다. “애들은 늘 장난감을 잃어버리고 떨어뜨리며 엉뚱한 곳에 두기도 해”라며 자신들의 임무는 ‘애들과 노는 게 아니라 지키면서 키우는 것’이란 사명감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건 장난감이라는 정체성이 가진 내면의 소리고 그게 그들의 양심이다. 포키는 그걸 대표한다.

포키는 자신이 장난감이 아니라 쓰레기라며 자꾸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려 하고, 그가 눈에서 사라지면 보니가 슬퍼하기 때문에 주인을 지키려는 우디는 포키를 제자리에 돌려놓으려 고군분투한다. 포키의 “내가 왜 장난감이 돼야 해?”라는 질문엔 재활용, 자연보호, 그리고 아동의 순수함이 담겼다.

▲ 영화 <토이 스토리 4> 스틸 이미지

일회용 생필품이 넘쳐나는 인스턴트의 세상이다. 게다가 어른들은 점점 더 환경문제에서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아이들에게 물려줄 환경은 처참해질 것이다. 그러나 보니는 폐품도 허투루 보는 법이 없다. “다시 만들면 되지”라는 엄마에 대한 “포키는 하나뿐”이라는 반발은 감동적이다.

포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처럼 ‘난 쓰레기’를 동어반복하지만 우디의 끈질긴 설득과 보호의 쟁투에 감화돼 자신의 존재감을 정립하게 된다. 권리와 존립을 포기한 채 자신은 태생적 ‘흙수저’이자 어쩔 수 없는 루저임을 자인한 채 부조리에의 저항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서민의 반란이다.

포키의 정체성은 대놓고 애완동물을 사랑하자는 호소다. 앤디에게 있을 땐 장난감 중의 에이스였던 우디는 보니에게선 이제 보안관 배지까지 제시에게 내줘야 할 정도로 존재감을 상실했다. 보니의 ‘간택’을 받아 장난감 방에서 외출한 지 3일이나 됐다. 애완동물을 입양했으면 최대한 같이 놀아주자!

보니는 유치원에서 자의 반 타의 반 외톨이다. 여리고 순진한 그녀에게 세상은 불완전하고 무규정적이다. 지금까지 부모가 사온 장난감을 받기만 한 소극적이었던 그녀는 창의력을 발휘해 쓰레기 속에서 친구를 창조해낸다. 그냥 물질로만 보는 유물론적인 부모와 달리 보니는 합리주의적 관념론자다.

▲ 영화 <토이 스토리 4> 스틸 이미지

다수의 어른들은 장난감을 그저 산업적 생산물로만 본다. 부서지면 또 사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심지어 애완견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까짓 동물’ 정도로 치부한다. 그러나 순수하고 고결한 영혼을 지닌 아이들은 그들에게 친구나 가족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24년의 세월이 완성한 우수한 기술력 덕에 실사 배경에 구현한 토이들의 세계는 완벽에 가깝다. 다양한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등의 장르를 다양하게 빌린 화려한 플롯은 쉴 새 없이 웃겨 온 가족이 즐기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호러 장르까지 포함했다. 우디와 보핍의 닿을 듯 말 듯한 멜로까지 담겼다.

개비개비는 요주의 인물이자 요주목 캐릭터다. 그녀는 벤슨이란 4쌍둥이 복화술 인형 부하들을 동원해 우디 일행의 목을 죄어온다. 우디와 함께 1950년대에 생산됐지만 ‘결함을 타고난’ 그녀는 주변의 편견 탓에 소외된 장애인을 암시한다. 하나 우디는 거리낌 없는 희생으로 그녀에게 사랑을 가르친다.

이 작품이 가장 강조하는 건 존재적 가치관이다. 세상 모든 존재자에겐 저마다의 존재의 이유가 있고, 각기 다른 양태지만 그 가치만은 동등하다는 진리. 게다가 ‘무한한 공간 속으로’라는 테제를 통해 도약 혹은 초월을 고무하는 메시지까지 전달하고 있다. 키아누 리브스의 목소리는 덤. 전체. 20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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