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혜진 인스타그램 캡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20일 방송된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YG와 아이들 전말 추적’에서 양현석은 제작진에게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검사를 두 달에 한 번씩 내가 주도적으로 실시하고 참관한다”며 “마약 검사를 전담하는 직원까지 있다”고 특정인을 언급했다.

제작진에게 마약 키트를 보여주며 ‘국내에선 팔지 않는 것으로 검찰에서 쓰는 게 1만 원이라면, 이건 대략 5만 원짜리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6종의 마약이 검출되는 키트보다 2배나 많은 종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지드래곤의 대마초 사건 이후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 검사로 마약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가려내는 건 예방 조치가 아니라 사후 조치”라고 명시하며 “‘우리 구성원은 마약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늘 상존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양현석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누구의 인식론이 맞을까?

모델 한혜진은 데뷔 20년을 맞아 파격적이면서도 예술성이 돋보이는 전라의 화보를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와 촬영해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일부 음흉한 시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동료 연예인을 비롯한 다수는 그녀의 용기와 당당함, 그리고 예술의 가치를 보는 혜안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그녀는 향후 목표에 대해 “막연하게 직업적 딜레마에 빠지는 건 똑같은데 모델이라는 직업을 통해 근본적으로 사람들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항상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회운동가랑 비슷해지려나? 그게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내가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늘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달라도 판이하게 다른 모양새다. 유명세와 인기의 정도를 떠나 둘 모두 널리 알려진 연예인이다. 한혜진이 양현석만큼 돈을 많이 벌었는지는 미지수지만 그녀의 의식과 태도만큼은-설령 그게 가식일지라도-매우 호방하고 당당하며 사려 깊다. 연예인이 광대를 넘어 공인일 수 있다는 걸 입증한다.

36살을 갓 넘긴 그녀의 이런 태도는 장인 정신이 충분하고, 대중에게 받은 사랑과 그로 인해 얻은 부나 명예에 대한 사회 환원의 의지가 넘실대며, 자부심으로 투철한 직업의식을 강하게 발산한다. 그녀가 소셜테이너로서 적극적이었다는 보고는 없지만 그에 대한 접근의 노력과 고민은 느껴진다.

YG는 누가 뭐래도 한류열풍의 선두에서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 수많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위안이 돼줬으며, 연예인을 꿈꾼 이에게 모델이 됐고, 현재 꿈꾸고 있는 이에게 희망이다. 여기까진 광대로서의 역할은 기본 이상으로 했다. 문제는 시대가 원하는 공인으로서의 역할과 신뢰다.​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그 어떤 연예기획사라도 YG만큼 연예인의 마약, 불법, 부도덕 등과 관련된 소문, 뉴스, 의혹 등이 많았던 곳은 없다. 버닝썬과 비아이 사건만 해도 수사권과의 유착 등 온갖 구린내는 다 풍긴다. 과연 스타와 부자라는 오만과 거기에의 기생이 사람을 어디까지 타락시키는지 진저리 치게 만든다.

양현석은 “23년 동안 언론에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가 해명할 수 있는 내용은 최대한 충분히 말씀드려서,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모두발언을 했다. 두 번째 문장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하지만 첫째 문장은 아리송하다. 스포츠지 기자 소송 등은 공개된 팩트다.

영화 ‘완벽한 타인’엔 ‘사람은 누구나 3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의 삶, 그리고 비밀의 삶’이란 대사가 나온다. 일개 영화 대사가 금과옥조는 아니지만 수많은 관객들이 되씹고 있다는 점에선 공감과 교훈은 일부라도 있다. 연예인은 은둔형이 아니라면 대부분 대중에 노출된 삶을 살기 마련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 식사 메뉴 하나하나가 공적이다. 이런 삶에선 어느 수준의 포장이 필요하고 또 용인된다. 그렇지만 범죄를 저지르고도 유명 스타이자 갑부라는 이유로 공권력과 결탁해 이를 은폐한다면 그 삶은 공적이지 않다. 만약 그런 인생이 있다면 곧 사적인 삶마저도 비밀의 삶이라는 뜻이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 감옥에서 죄지었다는 사람도 없다. 검거된 용의자치고 처음부터 혐의를 시인하는 이도 없다. 양현석의 성 상납 연루 의혹은 수사가 마무리돼야 진위가 밝혀질 수도, 영영 의문으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버닝썬 사태는 물론 거슬러 올라가 봐도 거짓의 흔적은 여기저기 혼재한다.

양현석의 말대로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회가 되고, 국민들이 애국심으로 구축하는 자랑스러운 국가가 된다. 1968년 한 지역의 박정희에 대한 충성심으로 만든 ‘국기에 대한 맹세’는 변천을 겪었지만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의 서두만큼은 그대로다.

목적어는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영속적이고 영원한 조국의 ‘빛나고 아름다운 명예’를 위해 충성을 다한다는 테제다. 민주공화국이 영예롭기 위해선 헌법이 만인에 평등하고, 정의와 이성이 관념을 정립하며, 도덕이 대인관계의 근원이 돼야 한다. 그래야 충성할 맛이 난다.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민의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검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별반 다를 게 없다. 물론 다수의 명예로운 공무원까지 매도돼선 안 되겠지만 버닝썬을 보면 그런 공무원이 분명히 존재하고, YG를 보면 그게 빙산의 일각이 아닐지 의심이 간다.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야 충성하고픈 나라가 된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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