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영근 교수의 '안전혁명'] 

최근에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간의 안전보장=인간안보’에 관한 글로벌 시각을 어떻게 수용하고 실천할 것인가. 또한 개개인의 안전・안심생활을 영위하고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보장받거나 스스로 확보하기 위한 답은 무엇일까.

법제도상의 제약으로 인해 일찌감치 ’인간안보(human security)‘에 눈을 뜬 일본이 주는 교훈에 관해 주목해 보기로 하자. 일본의 경우, 평화헌법(제9조)의 개헌론과도 연계된 해석으로 군사적 무력행위를 수행하지 못하는 제약 속에서 이에 상응하는 ‘안전장치’로 인해 ‘평화적 생존권’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제약이 많은 ‘국가안보’ 보다는 ‘인간안보’가 대두되었다. 특히 글로벌리제이션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안전보장의 대상이 일본의 군사화 및 유사법제의 제정 등 국가적 차원의 논의와는 별도로 ‘인간’ 중심으로 변화된 것이다. 아울러 도쿄대학 종합문화연구과(総合文化研究科)가 융합전공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간의 안전보장 프로그램(HSP)’을 시초로 하여 여러 대학들이 경쟁력 있는 전문가를 배출해 내는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인간의 안전보장(휴먼 시큐리티)을 위해서는 재해와 재해 사이를 뜻하는 재간(災間) 시스템에서 살아남기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現場)에서 답을 묻고 힘(力)을 얻는다는 의미에서 ‘현장학(現場學)’에 주목해야 한다.

현장(現場)에서 답을 묻고 ‘실패’ 경험으로부터 힘(力)을 얻자

전통적으로는 국가 중심의 접근방식으로, 국가가 지역의 재해로부터의 복구·부흥·재생 정책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개인, 로컬이나 커뮤니티에 미치는 국가(행정)제도의 영향력의 변화에 주목해 왔다. 여기서 재해 거버넌스의 전통적 이미지란 “과거의 대재해 에서부터 복구‧부흥‧재생에 관한 경험의 축적에서부터 정부간 조직이 국제협력을 촉진시키고 효과적인 행동을 강화하여 국제적인 재해에 대응하는 레짐(시스템)이 가져다주는 결과에 주목하는 시각이다.” 그러나 미국·일본·중국의 재해 거버넌스가 어떻게 변용되어 왔는지 그 메커니즘에 관해서 ‘지역(현장)’ 중심으로 분석하려는 다수의 선행연구가 한국에도 소개되며, ‘현장학’ 혹은 ‘현장력(力)’에 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지역학 혹은 사례연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역학(地域學)’이란 일본학, 중국학, 미국학, 유럽학 등 각 지역(area)을 대상으로 하는 융복합적 학문이다. 한편, 한 국가 내의 지역(local) 예로 들어, ‘서울학’, ‘부산학’, ‘인천학’, ‘광주학’, ‘목포학’, ‘부천학’, ‘순천학’, ‘구례(求禮)학’, ‘안암학’ 등 지방자치단체별 혹은 지역 커뮤니티별로 연구하는 경우이다. 양자 모두 특정한 사회에 접근하기 위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사상·종교 등 전통적 분과학문을 넘어 각 지역의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시 여긴다. 말하자면 ‘사례연구(case studies)’라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지역학이란 현장(case)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현장(現場)에서의 선호는 물론 현장의 이익집단 간 정치역학을 통섭하는 것이다.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행위양식(예절)이나 사고방식 등이 한 국가 혹은 탈(脫)국경·탈(脫)지정학적 재난·안전 거버넌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물론 정책의 실패 프로세스 및 메커니즘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즉 ‘현장학’과도 연동되어 있는 ‘실패학(失敗學)’의 교훈도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김영근 교수

[김영근(金暎根) 교수]
고려대 졸업
도쿄대학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박사(국제관계학 전공)
현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 /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장
현 서울특별시 학교안전공제회 이사
전 계명대학교 국제대학 일본학과 조교수
전 무역투자연구원 정책연구실장 / 리인터내셔널 특허벌률사무소 이사
전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센터 연구위원
전 미국 예일대학 국제지역연구센터(YCIAS) 파견연구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김영근・김용철 편(2019) 「일본, 야스쿠니」
김영근・야마 요시유키・가와무라 가즈노리・전성곤 공저(2018) 「재해 리질리언스: : 사전부흥으로 안전학을 과학하자」 외 다수

논문
김영근(2018) “재난과 안전혁명 이론: ‘휴마트파워’ 기반의 위기관리 거버넌스 모델과 일본의 교훈” 「일본연구」제30집, 글로벌일본연구원, pp.311-333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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