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 함께’는 지고의 신을 염라대왕으로 설정했다. ‘한국 신화의 제우스’인 것이다. 그런데 2편에선 대왕의 자리가 영속한 게 아니라 임명제 혹은 세습제로 바통 터치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또 원래부터 신이 아니라 세상에서 영웅적 행동을 한 사람이 죽은 뒤 신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스 신화에도 그런 신이 나온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등은 신의 자식이지만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디오니소스를 낳은 세멜레는 사후 신이 된다. 디오니소스는 완전한 신인데 헤라클레스는 그저 데미갓에 머무는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어차피 신화고, 그 속에 교훈을 담아내고자 한 의도니 통과!

이처럼 인류는 신, 더 나아가 외계인까지도 의인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면에서만큼 ‘종족의 우상’을 만든 베이컨은 훌륭했다. 이집트 신화의 호루스의 머리는 매고, 아누비스의 머리는 자칼인데 나머지 몸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 주장과 돌연변이설은 이와 매우 유사하다.

이런 혼재된 재미있는 세계를 영화가 놓칠 리가 없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뮤턴트의 조상 아포칼립스에게 대놓고 이집트 신화의 악의 신 세트라는 또 다른 이름을 부여한다. 그리스 신화는 비록 제우스 등이 인간들과 난혼을 하는가 하면 인간의 삶을 간섭할망정 지배하지는 않았지만 이집트는 달랐다.

▲ 영화 <제5원소> 스틸 이미지

이집트 신화가 신을 왕으로 설정한 건 왕족과 귀족의 백성에 대한 왕권신수설의 강력한 세뇌 정책의 발로였다. 고고학의 외전은 고대 이집트 문명은 물론 마야 문명의 유적에서 발견되는 일부 미스터리한 그림을 근거로 오래전 고도의 문명을 지닌 외계인이 지구인에게 문명을 전수했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의인화하는 습관은 평소 생활에도 깔려있다. ‘꾀꼬리가 노래를 한다’, ‘바람이 성이 났다’라는 식이다. 고대 문명의 벽화 등에선 시대에 안 맞게 외계인이나 우주선과 유사한 그림이 발견된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수정 해골을 통해 아예 대놓고 외계인 문명 전수설을 지지한다.

엠페도클레스가 곁눈질한 이집트 신화는 돌연변이 혹은 이종 결합설로 의인화를 경계하는 듯하긴 했지만 결국 벗어나진 못했다. 그리스 신화도 켄타우로스나 미노타우로스 등을 이용해 돌연변이를 빌려오긴 하지만 제우스에서 보듯 강력한 의인화 의지를 드러낸다. 조쉬 브롤린은 타노스와 닮았다.

‘슈퍼맨’의 칼엘(클락, 슈퍼맨)과 크립톤 행성의 사람들은 환경은 다르지만 지구인과 거의 다름없는 모습과 생활상을 보인다. 지구의 동물들마저 가족에 대해 각기 다른 관념을 가졌는데 그들은 지구인과 똑같은 강렬한 가족애를 보인다. 심지어 클락은 양부모에 대해서도 끈끈한 가족애를 드러낸다.​

▲ 영화 <맨 오브 스틸> 스틸 이미지

​아직 공식적으로 지구와 닮은 행성의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보고된 바는 없지만 지구의 인간만이 고등 생명체고, 다른 행성에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인본주의는 일방적일 것이다. 심지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도플갱어 이론을 적용해 제2, 제3의 지구를 설정했다. ‘더 원’(2001)도 있었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나 ‘리딕’ 시리즈를 비롯해 숱한 SF 영화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와 유사하거나 월등한 행성의 존재를 믿어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에고라는 신적인 존재가 자신의 행성을 창조하기까지 한다. 자아(에고)가 신이라는 건 칸트의 물자체 이론을 빌린 듯하다.

혹세무민한다는 혐의로 고발된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의 변론술을 무너뜨릴 만큼의 이론으로 중무장한 달변가였지만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상을 거부했던 것이다. 신은 존재의 유무를 가릴 존재가 아니라 어떻게 내면화, 인식화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철학자들의 자세였던 것 같다.

‘맨 오브 스틸’의 클락은 “세상이 날 받아들일 때가 안 됐다”라고 자조한다. 미군 장성이 “널 어떻게 믿냐"고 의심한 건 ‘더 보이’에서 충분히 증명된다. 유신론자와 그리스 등의 신화는 신의 천지창조를 믿는다. 이신론자는 신은 창조에만 관여했을 뿐 이후의 세상은 자연법이 지배한다고 주장한다.

▲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스틸 이미지

​물론 천문학과 다윈은 확실한 유물론으로 과학의 힘을 입증했다. 모두 인류가 뿌리를 찾는 습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클락은 방황한 뒤 귀가해 마사에게 “친부모의 존재를 찾았다”라며 기뻐한다. 만약 창조론이 옳다면 그 창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 창조주를 만든 슈퍼 창조주가 있는 걸까?

모든 신화는 범신론적이다. 변신론은 신을 만든 인간의 자기 변론일까?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가 인간의 악행과 추행을 신의 탓이라고 돌리며 성선설의 맹자와 포옹한 것처럼? ‘영화적’ 상상력은 ‘인간적’ 그것과는 다르지만 초월하긴 힘들다. 염라대왕은 제우스이자 세트고, 본래적 존재는 영혼이다.

종교나 신의 과학적 증명은 비생산적이다. ‘증거’가 비과학적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종교와 신화에서 정묘함을 찾기보다 절묘하게 그 이율배반으로 판타지의 세계를 창조해 돈을 번다. 모놀리스, 반지, 인피니트 스톤 등은 모두 비적(신비스런 유적)에 다름 아니다. 단군의 거울, 손오공의 여의봉이다.

믿든 안 믿든 인류는 ‘신과 함께’ 살아간다. ‘제5원소’(1997)는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물, 불, 공기, 흙) 이론에 사랑으로 방점을 찍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리루(사랑)는 신이었다. 자신이 신이라던 엠페도클레스는 그걸 증명하기 위해 화산 분화구에 몸을 던졌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신과 함께’ 살았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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