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오컬트의 새 장 연 궁극의 신비주의 호러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7.07l수정2019.07.0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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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드소마>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오컬트 호러 ‘유전’의 충격 정도는 새 작품 ‘미드소마’가 가볍게 밀어낼 것이다. 심리 스릴러로 전개되다 소용돌이치듯 급변하는 플롯은 엄청나다. 뉴욕에서 대학에 다니는 대니(플로렌스 퓨)는 가족력 같은 조울증을 앓던 중 부모와 여동생 등 전 가족이 몰살하는 사고를 겪는다.

그나마 4년간 사귄 남자 친구 크리스티안(잭 레이너)이 있어 위안이 된다. 하지만 그는 자기 학문과 남자들끼리의 우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대니와는 의무적인 관계로 지내며, 이별에 대해 고민 중이다. 대니 역시 자신의 집착과 거기에 지쳐가는 크리스티안의 갈등을 알면서도 사사건건 부닥친다.

그러던 중 스웨덴 출신 교환학생 펠레의 초대로 크리스티안은 대니를 비롯해 친구 마크, 조쉬와 함께 스웨덴 헬싱글란드의 호르가 마을의 미드소마(하지축제)에 참석한다. 호르간들은 자치 마을을 이루고 한 가족처럼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신비한 식물로 환각제 등을 만들어 복용한다.

영국에서 온 유색인종 사이먼과 코니도 함께 어울린다. 이방인들은 주민들의 우아하고 신비한 복장과 행동의 통일성을 보면서 각자 이색 문화 체험을 만끽한다. 축제 도중 갑자기 사이먼이 사라지고, 이에 화가 난 코니도 떠난다. 마크가 신목에 방뇨를 해 원로들이 분노하면서 상황은 급변하는데.

▲ 영화 <미드소마> 스틸 이미지

인트로의 그림이 절반씩 좌우로 갈라지면서 눈 덮인 북유럽의 풍경이 펼쳐진 뒤 신비스런 분위기의 여성 가수의 무반주 솔로가 화면을 덮는 건 향후 펼쳐질 주술과 비교(秘敎)의 암시다. 전통적 미드소마는 매년 하지 때 2~3일간 벌어지는 백야축제인데 여기선 90년마다 9일간 열린다고 설정됐다.

중간까지 아름다우면서 몽환적인데 후반부로 가면 참담하고 잔혹하게 변주된다. 147분을 견디기엔 매우 잔인하고 처참하다. 크리스티안은 나름대로 배려를 하지만 사실 이기주의자다. 그가 대니를 위로하는 건 형식적이다. 그녀를 그저 섹스 파트너로 여길 뿐 영혼의 동반자로서의 진심은 결여됐다.

대니도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긴 마찬가지. 그녀의 불안과 초조와 우울은 유전 혹은 가족사에 근거한 듯하다. 심리학 전공인데 피학적 심리의 뮌히하우젠 증후군을 보인다는 아이러니! 초반엔 다소 느리게 전개되다 호르가 마을에서 환각제에 빠지면서부터 신비주의적인 밀교 분위기가 속도를 낸다.

그 기초는 북유럽 신화와 그리스 신화, 그리고 각 민족이 가진 물활론(애니미즘) 등의 토속신앙이다. 호르간들이 믿는 신은 자웅동체의 이마르와 룬 문자 자체인 푸트하르크고, 그 신앙은 아프로디토스다.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내지만 신과 인간을 안 가리고 자유연애를 했다.

▲ 영화 <미드소마> 스틸 이미지

그중 헤르메스와의 사이에 자웅동체인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낳았다. 또 인간 안키네스와 정을 통해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의 조상 아이네이아스를 낳았다. 호르가는 원칙적으로 근친상간을 금하지만 신탁을 받을 무인만큼은 인위적인 근친상간을 통해 지속적으로 ‘생산’해낸다.

즉 약 3000년 전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오르페우스교를 잇고 있는 것이다. 백야제는 환각제와 춤에 의해 몽롱한 상태에 도취되는 황홀경만 디오니소스적일 뿐 대부분 오르페우스적이다. 오르페우스는 현악기 리라의 명인으로 예술과 시의 상징이다. 룬 문자는 바이킹(노르만) 문명의 자존심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내내 각종 현악기를 배경에 깔아 기묘함, 경이로움, 비장함, 우울함, 경악스러움 등의 각 시퀀스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현대인은 자연을 지배하려는 패착(‘지오스톰’)을 저지르지만 호르간은 고대인처럼 자연법을 준수한다. “자연은 조화로운 삶을 안다. 모든 게 기계적”이란 대사다.

문화가 오르페우스적이라면 인식론적으론 디오니소스적이다. 그들은 기계론적 결정론과 우주론을 지녔다.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만큼 다양한 상징을 지닌 신은 드물다. 그는 포도주, 광란, 황홀경, 다산, 그리고 부활의 신이다. 어느 민족이든 다산과 윤회론으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려 했다.

▲ 영화 <미드소마> 스틸 이미지

그들은 세계와 삶을 원으로 본다. 아주 불교적이다. 그래서 ‘혼령들이여, 죽음으로 돌아가라’는 주문을 외우고, 큰 나무에 조상신을 모신다. 마을 입구를 태양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치장하고, 불로 정화작용을 하는 것은 태양숭배 사상으로 만물의 근원을 불로 본 헤라클레이토스 사상의 승계다.

호르간은 인생을 18살까지 봄으로, 36살까지 여름으로, 54살까지 가을로, 72살까지 겨울로 보는 계절적 환원주의자다. 18살이면 성인으로 여기고 그게 4번 거듭되면 인생이 마감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 새로 태어난 생명이 망자의 생을 새로 이어받아 나아간다는 부활과 윤회를 믿은 것.

그래서 ‘죽음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상을 전통으로 삼는다. 삶과 죽음은 결코 상극이 아니라는 이 일원론적 초월! 고독과 불안에 떨고, 엄청난 충격과 두려움 때문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뭔가 모를 해탈의 미소를 짓는 퓨의 연기 솜씨는 공포를 극대치로 끌어올릴 듯하다.

5월의 여왕을 뽑는 군무와 신전 소각 시퀀스가 압권! 전통과 상상력의 결합은 경이로운 공포 스타일 하나를 창조했고, 이 지적인 호러는 장르적 기념비 하나쯤 ‘메이폴’처럼 세울 듯하다. 단, 공산주의를 이죽대는 듯한 뉘앙스는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대니의 수르스트뢰밍 만큼 불편할 듯. 11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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