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우리 말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좋지 않은 기억이 깊이 새겨지면 유사한 것에도 충격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데 미성년 시절의 좋지 않은 기억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면 평생 상처로 계속 반복된다. 이러한 것을 우리는 트라우마라 한다. 트라우마는 나쁜 사건이나 기억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대부분의 경우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한다. 예를 들어, 조폭에게 심한 폭력을 당한 사람은 오랜 시간이 경과해도 건장하고 험상굳은 사람을 만나면 오금이 저려지는 경험을 한다. 경험했던 강력한 육체적 정신적 충격이 심적으로 간직되어 그 상황이나 분위기가 반복되면 당시의 감정이 재생되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주로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심적, 정신적 외상(Psychological Trauma)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즉, ‘외부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심리적 외상’이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부터 타인에 의한 폭력 등 육체적, 정신적, 성적 학대가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일시적 사건으로 일어난 트라우마와 학교나 집에서의 상습적인 폭행과 학대나 장기간의 집단 괴롭힘 등 반복적 충격으로 일어나는 트라우마를 구분한다.

트라우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인 정신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자연 재해, 사고, 강간 등을 직접 겪거나 본 후 나타나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PTSD 환자는 꿈이나 상상으로 사건을 반복해 재경험하면서 불안과 공포, 수면장애 등에 시달리며 힘든 생활을 한다. PTSD 증상은 사건 후 몇십 년 후에 발생할 수도 있으며 어릴적 트라우마의 경험은 새로운 충격을 받으면 PTSD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조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적으로 강한 충격이 될 수 있는 경험한 사건을 방치하면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기에 전문가의 여러가지 치료를 받으면 어느정도 트라우마로 발전될 수 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평생을 괴롭힐 수 있는 정신적 충격 ‘트라우마(trauma)’는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Trauma’는 고대 그리스어 ‘traûma(wound, damage)’에서 유래되어서 정착한 단어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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