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이트메어 시네마>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조 단테 등 5명의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나이트메어 시네마’는 다양한 형태의 공포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호러 마니아라면 장르적 탐구도 흥미로울 듯. 1. 사만다가 텅 빈 리알토 극장에 들어오자 스크린엔 야외에서 그녀의 일행이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되는 장면이 나온다.

사만다는 연인 제이슨과 함께 별장까지 도망가지만 용접 마스크를 쓴 살인마는 악착같이 쫓아와 제이슨을 죽인다. 지하실로 도망친 사만다는 그곳에서 많은 시체들을 발견한 뒤 갑자기 분기탱천해 살인마를 쓰러뜨린 뒤 마스크를 벗기곤 경악한다. 2. 애나는 데이빗과 객석에서 사랑을 나눈다.​

스크린에 영사가 되면 얼굴에 흉터가 있는 애나가 등장한다. 그녀는 갑부 데이빗과 약혼을 했는데 내내 흉터가 마음에 걸린다. 데이빗은 자기 엄마도 성형수술을 했다며 성형외과에 데리고 간다. 애나는 수술 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병원 컴퓨터를 뒤지다 데이빗이 추가 주문을 한 걸 발견한다.

객석에서 이 영화를 보던 애나는 문득 옆자리의 데이빗이 사라진 걸 발견하고 극장 안을 뒤지다가 영사 기사를 만난다. 그는 “100년간 스크린에 갇혀있었다”라며 횡설수설하는데. 3. 한 신부가 객석에 앉자 스크린엔 신학교가 나온다. 남학생 피터가 건물 위에서 투신한 뒤 악마의 기운이 확산된다.

▲ 영화 <나이트메어 시네마> 스틸 이미지

수녀는 자료를 뒤져 타락천사 마시트가 피터에게 빙의됐고, 다시 피터가 생전에 가장 친했던 대니에게 옮겨갔다고 판단하고 신부와 함께 대니에게 퇴마의식을 진행한다. 4. 중년 여인이 영화를 본다. 스크린 속 그녀는 환각 증세를 상담받기 위해 정신과 병원에서 두 아들과 함께 대기 중이다.

그런데 돌연 안내 데스크 여직원의 얼굴이 기이하게 일그러지고 주변 환경이 지저분해진다. 오랜 기다림 끝에 원장실에 들어갔더니 이내 내일 다시 오라며 쫓아낸다. 두 아들이 사라졌다. 그녀는 아들들을 찾기 위해 병원을 헤매고, 만나는 기괴한 사람마다 한결같이 "웬 애들?”이란 메아리뿐이다.

5. 천재 피아니스트 라일리가 영화를 본다. 스크린 속 그는 멋지게 발표회를 마친 뒤 부모와 함께 귀가하던 중 권총강도를 만난다. 이에 맞선 부모가 총에 맞아 죽고, 라일리도 결국 총에 쓰러진다. 병원에서 눈을 뜬 그는 17분간 심장이 정지해 사실상 죽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말을 듣는데.

1의 남자 주인공이 제이슨이고 연쇄살인이 소재인 건 ‘13일의 금요일’ 같은 슬래셔 무비라는 연막작전이다. 빠른 속도로 그렇게 진행되지만 용접공의 마스크가 벗겨지면서부터 ‘에일리언’ 스타일로 바뀌어 몬스터 SF 장르로 변주된다. 4번째 에피소드에 이어 두 번째로 잔인한데 반전이 재미있다.

▲ 영화 <나이트메어 시네마> 스틸 이미지

2는 비교적 쉽게 외모에 대한 집착과 비뚤어진 욕망을 비튼다. 데이빗은 이중인격자다. 교통사고로 얼굴에 흉터가 생긴 애나와 결혼하려는 이유는 그녀의 지성 때문. ‘돈만 많은 배부른 돼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고, 자신과 달리 지적인 2세를 다산하고 싶어 그녀를 선택했지만 외모가 아쉽다.

애나에게 “겉모습이 다가 아냐”라고 가식을 떨던 그가 은밀히 원장에게 ‘추가’로 부탁한 주문은 매우 비상식적이고 참담하며 그로테스크하다. 3은 오컬트 장르다. 타락천사 마시트가 타락한 신부와 수녀의 약점을 보고 침투한 것. 오컬트의 걸작 ‘엑소시스트’를 오마주하는 스파이더 워킹은 애교다.

전체 중 가장 잔인한 비주얼을 추구하는 하드고어다. 후반부엔 절단된 신체 부위가 난무하며 마치 지옥도를 연상케 하는 몹신이 펼쳐진다. 십계명 중 ‘간음하지 말라’와 ‘이웃에 대해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는 게 주제다. 4는 소외된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흑백화면에 담아낸 심리 판타지 스릴러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 무원고립의 현대인의 불안감과 고독감은 환시, 환청 등 환각을 낳는다. 눈에 보이는 게 사실인지, 착각인지 헷갈리기 마련이다. 더욱 힘들어지면 현실을 부정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그건 자아의 분열을 낳는다. 그녀의 전 남편과 아들의 이름이 모두 에릭인 게 열쇠.

▲ 영화 <나이트메어 시네마> 스틸 이미지

5는 비교적 오컬트의 정통성을 지향한다. 라일리가 발표회 후 강도를 만나 부모를 잃는 시퀀스는 ‘배트맨’을 연상케 하지만 그가 죽음을 경험한 이후 혼령이 눈에 보여 괴로운 오컬트 노선을 걷는다. 라일리는 자꾸 나타나는 어머니의 생존의 진실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케이시에게 듣게 된다.

어머니의 존재가 라일리를 이끌려는 시퀀스는 동양적 정서다. 케이시가 자살을 시도했던 설정은 ‘콘스탄틴’을 떠올리게 한다. 유령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그렇다고 이승에도 머물 수 없는 처량한 신세라는 관념은 그 존재를 믿는 사람들의 개괄적 해석인데 그 중간계가 사실이라면 참담하다.

영화는 말미에 “미리 정해진 미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툭 던진다. 이 다섯 에피소드는 마지막에 하나로 만난다. 결국 결정론이다.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신의 손바닥 위에서, 혹은 신이 만든 기계적 우주 안에서 놀아난다는 운명론이다. ‘사람은 원하는 게 있어야 사랑’하니까.

5는 후반으로 치달으면 사이코 살인마 장르로 변주되고 충격적인 반전과 결말을 보여준다. 과연 인간의 삶과 죽음은? 죽는다는 건 어떻게 된다는 것일까? 인류가 내내 두려워한 죽음과, 알고 싶은 사후세계의 여부와 그 실체를 묻는다. 마지막 영사 기사의 정체는 충격과 의문이다. 17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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