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우리에게 마피아가 유명해진 계기는 알파치노, 마론브란드 주연의 영화 ‘대부(God Father)’ 시리즈 때문일 것이다. 이 이후 마피아를 다룬 영화는 무수히 많다. 마피아는 보호세, 범죄자간 분쟁 중재, 거래의 감독, 마약밀매, 암금융, 사기 등 사업을 하는 신디케이트형 조직범죄이다.

‘마피아’ 용어는 원래 시칠리아 마피아를 지칭했으나, 의미가 확장되어 비슷하게 활동하는 타 조직에도 적용한다. 범죄조직들은 자기들을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다. 시칠리아와 미국 마피아는 ‘코사 노스트라’, 멕시코 마피아는 ‘라 엠므’, 일본 마피아는 ‘야쿠자’, 중국 마피아는 ‘삼합회’라 한다. 그냥 ‘마피아’라 하면 대개 시칠리아 마피아 또는 이탈리아계 미국 마피아를 말한다. 이중 세계 3대 조직은 마피아, 야쿠자, 삼합회이다. 

역사를 보면, 용어 ‘마피아’가 국제적으로 사용된 것은 1875년 이후인데, 그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하나의 설은, 마피아는 중세 후기 시칠리아 섬을 정복한 외국인들(이슬람인, 노르만인, 스페인인 등)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직된 비밀조직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설은, 수세기 동안 시칠리아가 무법 상태 시 강도에게서 토지 보호를 위해 부재 지주들이 만든 소규모 사병 조직 ‘마피에(MAFIE)’가 기원이라는 것이다. 18~19세기 세력을 키운 일부 사병조직이 지주의 곡식 보호 대가로 지주로부터 거금을 빼앗는 등 시칠리아의 무법자로 행세했다. 최초의 마피아 단원은 1282년 시칠리아 만종 사건인 반란에서 프랑스의 앙주 가문의 지배에 대항했던 시칠리아 기사들이었다는 설도 있다.

이 설의 ‘마피아(Mafia)’는 "이탈리아는 프랑스인의 죽음을 열망한다(Morte alla Francia Italia Anela)” 문구의 머리 글자라 한다. 계속된 외세 지배에도 마피아가 생존한건 식민지 정부가 시칠리아 주민들을 소외시켰기에 마피아의 특별한 사적 정의를 주민들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규칙은 오메르타(omertà), 즉 어떤 경우도 법에 호소않고 자신 또는 타인에게 일어난 범죄수사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강령이다.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복수할 권리가 주어졌고, 밀고하는 자는 마피아의 보복을 받았다. 1900년경 시칠리아 서쪽 마을의 여러 마피아 패밀리는 동맹을 맺고 각자 구역의 모든 경제활동을 통제했다.

1920년대 무솔리니 정권은 수천 명의 마피아 단원 혐의자들을 체포, 재판하고 장기간 복역시켜서 마피아를 거의 근절됐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정이 이들을 석방하며 마피아가 부활했다. 이들은 시칠리아 서부와 중부 농촌지역에서는 어느정도 약화됐으나 팔레르모로 뻗어나가 강탈과 밀수 등 전통적 영역에서 생산업, 상업, 건설업 등으로 확장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미국의 마약제조와 밀수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 막대한 이윤은 마피아 계파간 살인 경쟁을 촉발해 정부는 마피아 두목들을 투옥했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시칠리아와 타 이탈리아 지역에서 미국과 남미 국가로 이주한 마피아 단원들이 과거의 범죄수법을 재현했다.

1930년대초 미국의 이탈리아계 범죄단들은 경쟁자인 아일랜드계, 유대계 갱들로부터 지배권을 빼앗고, 명확한 지도체계를 갖추고 느슨한 동맹을 맺었다. 1933년 금주법 폐지로 이윤없는 밀주제조를 중단한 마피아는 도박, 파업조종, 고리대금업, 마약밀매, 매춘 등에 관여했다. 마피아는 미국에서 강력한 대규모 범죄단으로 성장했고, 범죄 이윤을 호텔, 식당, 유흥업 등 합법적인 기업소유에 재투자했다. 1950년대부터 미국 마피아 조직은 전국의 24개 '패밀리'가 운영했다. 주요 대도시 마다 패밀리가 하나씩 있었는데 뉴욕 시에는 5개의 패밀리가 있었다.

가장 강력한 패밀리의 우두머리들이 구성하는 위원회에서 사법적 기능을 수행했다. 패밀리의 우두머리는 '보스' 또는 '돈'(don)이라 불렸고, 그들의 권위는 오직 위원회만이 문제삼을 수 있었다. 20세기 후반부터 미국의 조직범죄에서 마피아가 감소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원인 중 하나는 고립된 이탈리아~시칠리아계 사회가 해체되며 전체 미국 사회로 흡수되자 마피아 단원 양성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잔혹한 범죄집단 ‘마피아(mafia)’는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Mafia’는 시칠리아어 형용사 ‘mafiusu(swagger, boldness)’에서 유래되었다고 본다. Diego Gambetta에 따르면 19세기 시칠리아 남자에게 ‘mafiusu’는 'fearless', 'enterprising', 'proud'를 의미했고 여자에게 ‘mafiusu(여성형 형용사 mafiusa)’는 'beautiful' 혹은 'attractive'를 의미했다. 하지만 노예제 폐지와 남북전쟁 후 많은 이민자가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면서 이 긍정적인 용어가 부정적 의미의 ‘mafia’로 되었다.

불확실하나 831~1072년의 이슬람의 시칠리아 통치 때 ‘mafia’가 아랍어에서 시칠리아어로 유입되었다 추정한다. 그래서 기원으로 추정되는 아랍어는 ‘ma'afi(세금 면제)’, ‘màha(quarry, cave)’, ‘mahyas(aggressive boasting, bragging)’, ‘Mafud(rejected, 이 단어는 후에 mafiusu로 되었다)’, ‘mu'afa(safety, protection)’, ‘Ma àfir(팔레르모를 통치한 아랍족)’ 등이다

단어 ‘mafia’는 프랑스의 앙주 가문의 지배시 1282년 3월 시칠리아 만종 사건이라고 불리는 반란으로 싸웠던 팔레르모 방어자를 가르켰던 단어이다. ‘마피아’에 대한 범죄조직 연상은 Giuseppe Rizzotto and Gaspare Mosca의 1863년 연극 "I mafiusi di la Vicaria(The Mafiosi of the Vicaria)" 때문이라 추정되는데, 단어 ‘Mafia’와 ‘mafiusi’는 연극에서 전혀 언급이 없다. 이 연극은 마피아와 유사한 팔레르모 갱 감옥에 대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이 연극의 대성공으로 단어 마피아가 유명해졌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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