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알면 안전한 ’화해학‘의 길 열린다 [김영근 칼럼]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자인식 및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 중요하다. 과학기술공학과 인문사회과학이 연동된 시각을 도입하자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김영근 교수l승인2019.07.16l수정2019.08.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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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김영근 교수의 '안전혁명']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한일 재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타자인식 및 미래지향적 사고가 중요하다

일본사정(事情) 즉 일본 ‘지역학(Area Studies)’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타자(otherness)에 대한 인식’ 및 미래지향적 사고가 중요하다. 단순히 ‘주체인식’만을 고집해서는 안되며, 선입견이나 배타주의에서 벗어나 균형잡힌 시각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 양국에 대해 전개되어 온 대립된 인식이나 사상까지도 통섭하는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일본의 국내사정을 소개하는 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마침 기존의 일본의 이해에 더하여 새로운 변수를 추가하여 설명하고, 게다가 신속함과 열의를 담아 편찬한 <사진과 함께보는 일본사정입문(日本事情入門) 개정판(2019)>을 주목해 보자.

주지하다시피 최근 일본에서는 민주당의 정권 창출(2009년), 3.11동일본대지진(2011년), 자민당으로의 정권교체(2012년), '격차(양극화)사회'의 심화, '초(超)고령사회'의 본격적 도래 등 대변혁을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본의 사회적 이슈 변화에 관한 개정 및 데이터(논증)의 업데이트는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고, 혼돈의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일간 극한 대립을 경험하고 있다.

‘인문안전학’, ‘화해학’은 마주보기에서 시작된다

‘인문학(humanities)’이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으로, 여기서 인문학적 접근이란 과학기술공학 및 사회과학적 시각 이외의 모든 방법론을 뜻한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思辨的)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자연과학적이고 사회과학적 경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수이성(Reinen Vernunft)에 의하여 인식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인문학’이‘과학기술’이나 ‘산업기술’, ‘외교정책’ 등과는 다소 동떨어진 학문영역(discipline)으로 간주되기 쉬우나 오히려 ‘약방의 감초’라 할 수 있다. 인문학의 옷을 입고 나서야 비로소 가치를 더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례에 관해서는 스티브 잡스의 철학 등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한편, 일본의 생각(문화)의 한 쪽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다실 입구(門)’의 ‘니지리구치’에 얽힌 에피소드를 읽어보자. 다실에 들어가기 위해 설치된 창처럼 보이는 이 문은 높이 68cm, 폭 63cm 규모로, 겨우 무릎걸음으로 조금씩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지극히 작다. 일본의 다도(茶道)를 집대성한 ‘센노 리큐(千利休: 1522~1591)’가 요도가와 강가에 있던 배(船)의 창문을 보고 구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왜 이렇게 작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면 이는 ‘재난인문학’ 혹은 ‘안전인문학’의 영역이다.

일설에는 다실을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몸을 숙인 자세가 겸허한 태도를 나타낸다든가, 좁은 입구를 몸을 숙이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긴 물건을 소지하고 있으면 걸리기 때문에, 무사들이 큰 칼을 차고서는 다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방재 시그널(신호)’이었을 수도 있다.

또한 ‘니지리구치’로 들어갈 때 문턱의 홈에 부채를 꽂고 나서 들어갔다는 주장도 있다. 칼도 풀고 몸을 숙여 무방비 상태(무장해제)가 되었을 때, 갑작스레 누군가에 의해 문이 닫히고 목이 베이는 등의 불상사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미연에 '재난(신변위험)'을 방지하고 허점을 보이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였으리라 짐작된다.

▲ 가나즈 히데미(金津日出美)・가쓰라지마 노부히로(桂島宣弘) 공저(2019)『사진과 함께보는 일본사정입문(日本事情入門) 개정판』 173쪽

물론 이러한 일본의 전통문화가 그대로 일본외교에 투영되고 있으리라 간주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아베 정권이 이번 '7.4경제보복 조치'를 발동하게 된 배경으로 무엇이 있는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는 있다.

가령 한일 무역전쟁에서 일본이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괴롭히기에 나선 배경은 '7.21 참의원 선거'의 아젠다 선점 효과 등 여러 가지를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선거용이라면 7월 21일 이후 잠잠해 질 것이다. 또한,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수출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대북경제제재 위반 사항이 문제가 된다면 명확한 증거 제시로 이미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외교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면 다분히 ‘안전정치학’에서 벗어난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공학과 인문사회과학이 연동된 시각을 도입하자

‘인문안전학’에 관해 조금 더 욕심내자면 건축학, 토목학, 안전공학, 지진학 등 과학기술공학을 포함한 다양한 키워드에 관해 인문학적 요소의 추가도 고려해 볼 만하다. 예를 들어, 4차산업혁명, 소사이어티(Society)5.0, 슈퍼컴퓨터, 과학기술, 노벨과학상, 지역균형발전, 아베노믹스, 위머노믹스, 블록체인(비트코인), 지방창생, 비핵화 프로세스, 납치자 문제,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다임 변화, 광고, 새로운 직업(상), 잃어버린 일본경제 10년, 20년, 야스쿠니 참배 이슈, 노후경제학, 재해부흥학, 안전학, 한일관계, 일본의 전쟁과 평화, 이노베이션, 탈(脫)지정학, 과학기술인문사회융합학, 시대별 신어유행어 변천사(현대용어의 기초지식), 외래어 vs. 외국어, 지방특산물, 인공지능(AI), 일본의 세계적 장수기업, 도시재생, 빈집대책, 일자리 창출 등이다.

이에 관해서는 <사진과 함께보는 일본사정입문(日本事情入門) 개정판(2019)>을 강추한다. 이 책에서 예시되지 않은 일본사정을 포함하여 독자 각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용어를 접할 때마다 여러분 스스로가 이 책의 포맷(구성)에 맞춰 집필자를 상정해 가며 자습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일본사정 입문(入門)’에 더하여 ‘일본사정 심화(深化)’ 학습 과정으로써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아는 만큼 더 안전한 한일관계”

일본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바로 정치경제, 사회문화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는 일본어 학습보다 더 중요한 것이지만 곁들인다면 더 큰 효과가 있다. 우선 알고 싶은 키워드를 검색하여 ‘골라읽기’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일본사정(日本事情)이라는 말 그대로 일본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한일 무역갈등’에 관한 뉴스며 다양한 칼럼들을 읽다보면 균형잡힌 시각(見解)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일 무역전쟁의 해결책 혹은 처방전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특히 저자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학생, 유학생과의 교류 경험이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무엇보다도 정부정책이 탄탄한 지지와 호평을 받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으로 이번 일본의 무역제재를 계기로 일본의 본심(혼네)을 이해(마주보기)하고 나아가 일본 유학이나 국내 대학-대학원에서 심도있게 공부하여 견실한 일본 지역학 전문가들이 더 많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차세대연구자의 출현을 기대한다. 결과적으로 일본을 미리 알고 대안(견해)을 갖게 된다면, “아는 만큼 더 안전한 한일관계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화해학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을 알면 안전한 ’화해학‘의 길 열린다

어느 나라든 외교통상정책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며, 여러 정치행위 프로세스에서 국가든 집단이든 개인이든 ’안전장치‘가 늘상 고려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실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한일간 대립의 본질이자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무역제재와 이에 대응하는 한국정부의 외교, 그리고 양국 시민들의 규범이나 선호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만약 일본이 한국이 원하는 대로 대응해 줄 것이다, 즉 상대국의 정책변화를 가정한 정책의 실시할 경우 결과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대응하려는 사고의 전환이 동반되어야 한다. 물론 일본이 ’김칫국 외교‘ 혹은 ’막무가내(莫無可奈) 전략‘을 수정할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일본 스스로도 새로운 인식하에 새판을 짜는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각인하기 바란다. 조속히 ’안전정치경제학‘의 길로 복귀하기를 기원한다.

더 이상 한일 갈등구조가 증폭되기 전에 사회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상생(相生)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그나마 미래지향적 해결책(화해)을 찾기가 용이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상대국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책들이 일본에서도 쏟아져 나와 한 쪽에 치우친 ’혐한(嫌韓)서적‘ 등이 활개를 치는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향후 최근 일련의 한일 무역전쟁의 배경 등을 포함한 『일본사정입문(日本事情) 해설서』, 『사진과 함께보는 일본사정입문(日本事情) 2』, 『미디어를 통해 본 일본사정입문(日本事情)』 등 관련 서적의 간행으로 이어지길 학수고대하는 바이다.

[김영근(金暎根) 교수]
현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 /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장
미디어파인 칼럼리스트

저서
「한일관계의 긴장과 화해」(공저)
「일본, 야스쿠니」(공저)
「한일관계사 1965-2015 경제」(공저)
동「일본대지진과 일본의 진로」(공저)
「일본의 재난·안전과 지방자치론」(공역)
「검증 3.11 동일본대지진」(공역) 외 다수

논문
‘한일간 위기관리의 정치경제학’
‘재해후의 일본경제정책 변용’ 외 다수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김영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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