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임채경의 독자적 시선] 필자가 어렸을 당시, 위안부 어르신들은 상당수가 살아계셨고 텔레비전이나 가끔은 집회 현장에서도 그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징용갔던 어르신들도 그 역사의 치욕스런 증언들을 토해냈다. 2차 세계전쟁때 증언들을 다룬 책들도 많았고 전쟁 당시의 많은 자료들을 보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조차도 여과없이 다뤘던 사진들과 글들 그리고 그들을 다뤘던 여명의 눈동자와 같은 드라마도 우리를 울렸다.

우리들의 여인들에게 했던 극악 무도한 행동들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때 일본은 그러한 본인들의 역사를 왜곡하는 글들을 싣고 책을 내고 망언을 했다. 그런 글들을 읽고 모두들 웃었다. "쟤네들은 말도 되지도 않은 헛소리를 하냐.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우리들이 아는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하네" 말하면서 비웃었다. 심지어 책쓰는 걔네들도 말하면서 참 웃길거야 하면서 웃어넘겼다.

그렇게 10년 20년 30년 40년 50년 가까이 지나왔다. 내 삶도, 그들의 체계적인 거짓말도... 그러나 지금은 그 거짓말들이 공론화되고 일본 교과서에 실리고 바른 말하던 분들이 한분 두분 돌아가셨다. 활자화의 힘은 무섭다. 글로 씌여진 것들, 특히 어려서 교과서에서 정답이라고 배운 것들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있다. 교과서에서 왜곡된 역사를 오랫동안 정답이라고 배워온 일본의 전후 세대들은 순진한 눈으로 왜곡된 정답을 외친다.

난 이제야 느낀다. 누가 그걸 믿겠냐 비웃었던 그들의 섬뜩한 의도를 느끼며 온몸에 전율과 몸서리가 처진다. 70년 가까이 반복된 왜곡, 체계적인 왜곡, 심지어 교과서에까지 실린 왜곡 이제 빛을(?) 발한다. 당연스레 믿었던 거짓이 사실로 둔갑이 되었다. 위안부도 자발적인 매춘부로, 군함도도 아름다운 섬으로 둔갑이 되어있다.

이제 우리에겐 역사를 알릴 분들은 한분 두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며 거의 생존해 계시지 않다. 우리에겐 싸울 사람도 알릴 사람도 없어져감을 느낀다. 정작 전쟁을 일으키고, 마루타 생체실험으로 했던 그들은 이제 역사의 왜곡까지 잘 마무리지었노라고 호흡기 뒤편에서 미소를 짓는 듯 하다. 순진하게 왜곡된 교육을 받아온 젊은이들에게 바통을 잘 넘겨주었노라 흐뭇하게 웃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역사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일본에 의존도가 높은 불화수소 무역보복과 한반도의 전쟁에도 개입하겠다는 여론도 몰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를 잘 대비하자.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우리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한다. 그리고 바로 후손들에게 알려줘야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 라는 흔한 말이 새삼 뼈져리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임채경 칼럼니스트]
- 1999년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대학원 졸업
- 순천 제일대학교 건축과 구조 겸임교수 출신
- 교육청 발간 '사교육없는 자녀교육 성공법' 저자
- 영재교육으로 방송 3사 방송출연  및 EBS '부모'에서 한시간 다큐로 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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