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국제재판관할권이란, 국제 사법사건을 어느 국가의 재판소에서 재판할 것인가 하는 개념적인 문제로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는 국가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법권을 행사할 수가 없습니다.

이동 수단과 정보 통신의 발달로 여러 국가가 관련된 사건이 발생됨에 따라, 국제사법에서는 국제재판관할권의 기준을 마련하여 국가 간의 사법권 행사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국제사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원칙과 준거법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사법 제2조(국제재판관할)

①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②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최근 외국 국적을 가진 소송 당사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당시 대한민국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었다면, 외국에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가질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중국국적의 B씨와 C씨는 부부로 중국 산둥성에 거주하면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하다가 사채업자인 중국인 A씨로부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4차례에 걸쳐 우리 돈 8억 6,000여 만원을 차용하였습니다.

이후 B씨와 C씨 부부는 2013년 3월부터 6월까지 수시로 한국와 중국을 오갔고, 제주도에 거주지를 마련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제주시에 부동산을 매입하여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였고, 차량을 구입하여 등록도 하였습니다. C씨 또한 우리나라 은행 두 곳에 예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제주도에 거주하면서 자녀를 한국국제학교에 입학시켜 양육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A씨는 2014년 B씨와 C씨 부부를 상대로 대한민국 제주지법에 대여금을 반환할 것을 주장하면 소송을 냈으나, 이후 B씨와 C씨 부부는 우리나라를 출국하여 중국에 거주 중이었습니다.

재판에서는 중국국적의 B씨와 C씨 부부를 상대로 중국에서 이루어진 금전대여를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B씨와 C씨 부부들이 대한민국에 있는 부동산과 차량을 구입해 소유하고 있었으며, 대한민국에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자녀를 양육하며 실제 거주했고, B씨와 C씨 부부가 중국을 떠나 대한민국에 입국하게 된 이유는 중국에서의 민·형사상 관련 분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라고 판단하면서, ‘B씨와 C씨 부부가 대한민국에 부동산과 차량 등 상당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고, A씨가 이를 가압류한 이상 집행의 실효성을 위해 A씨가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중국법이라도 국제재판관할에서의 대한민국 법원의 실질적 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법원은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이어졌고, 대한민국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여 판단하였습니다.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국제재판관할의 실질적 관련성’이란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것을 뜻하며,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법원은 대여금 청구 소송의 당사자들이 비록 모두 중국인들이고 계약 체결지가 중국이나, A씨와 B씨 부부 모두 소송 제기 당시 우리나라에 실질적인 생활 기반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원고인 A씨 또한 영업을 위해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상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법원의 판결은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판결의 실효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지리, 언어 등 다른 나라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더 편리하다는 사정만으로는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준 타당한 판결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판결의 실효성을 강조하여 그 재산이 우연히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은 피고에게 현저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판결의 실효성뿐만 아니라 원고의 청구와 피고의 재산과의 관련성, 그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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