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UFC 펜타곤의 ‘엑소시스트’와 ‘콘스탄틴’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7.24l수정2019.07.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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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자>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한국의 오컬트 무비는 흥행 성적이 괜찮다. ‘검은 사제들’이 544만여 명, ‘곡성’이 687만여 명, 그리고 ‘사바하’가 239만여 명을 각각 동원했다. ‘청년경찰’로 565만여 관객을 동원한 김주환 감독의 ‘사자’는 ‘엑소시스트’(1975)에 서양식 판타지를 버무린 세련된 오컬트 미스터리 액션이다.

엄마의 죽음과 맞바꿔 태어난 기구한 운명의 소년 용후는 교통경찰인 아빠와 둘이 산다. 어느 날 아빠는 음주운전 단속 중 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실려 간다. 아빠의 권유로 성당에 다니던 용후는 신부에게 주님이 아빠를 살려줄 것이냐 묻고 신부는 믿음을 가지라 하지만 아빠는 숨을 거둔다.

20년 뒤. 아빠 사후 신을 원망하며 살아온 용후(박서준)는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로 성장해 미국 LA에서 기분 좋게 승리한 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오른손 바닥에 상처가 생기고 피가 흐르는 걸 목격한다. 병원을 찾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고 외려 멀쩡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밤마다 사악한 기운에 눌려 고통을 겪고 일어나면 손바닥의 출혈로 침대 시트가 붉게 물드는 게 계속된다. 결국 매니저의 소개로 무당을 만나 십자가를 따라가라는 신탁을 듣고 한 허름한 성당을 찾아간다. 그곳에선 안 신부(안성기)외 최 신부가 한 부마자를 대상으로 구마의식 중이었다.

▲ 영화 <사자> 스틸 이미지

그런데 악귀의 힘이 워낙 강해 최 신부는 도망가고, 안 신부가 위기에 몰린 순간 용후가 손바닥 상처의 힘으로 구해준다. 한편 검은 주교의 리더 지신(우도환)은 강남의 고급 클럽 지하에 악귀를 모시는 사당을 차려놓고 순수한 영혼을 그에 바치는 대가로 젊음의 유지 등 초능력을 얻어 살고 있다.

바티칸에 머물렀던 안 신부는 그 존재를 감지한 고위 사제의 지시로 입국, 엑소시즘을 펼치고 있던 것. 그는 또 한 처녀의 악귀 빙의를 보고받고 출동해 구마의식으로 물리친다. 그러자 지신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할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최 신부로 변장해 용후 앞에 나타나 안 신부를 음해하는데.

이 작품의 큰 특징은 첫째 성당에 다니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밀려온다는 것, 둘째 철저하게 이원론적이라는 것, 그리고 셋째 자본주의에 대한 환유적 조롱이다. 감독의 포교 의도와 무관하게 용후의 신에 대한 원망 혹은 불신은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음직하고, 무신론의 근거를 대변해주기도 한다.

신학의 신비주의를 철학, 과학과 섞으면 신이 존재한다면 질료도 형상도 없다. 공간 개념과도 다르다. 세계와 생명 창조에 관여했지만 향후 인과론이나 결정론에 개입하지 않는다(이신론). 그래서 신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슈뢰딩거의 고양이). 동양적 운명론, 불교 철학과 악수하는 영리함!

▲ 영화 <사자> 스틸 이미지

안 신부의 용후를 향한 설득은 자연스럽게 포교 기능을 한다. “내 구마 스승이 죽었을 때 꽤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깨달았지. 자네는 부모 말을 따르지? 그건 부모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믿기에 따르는 거야”라는 대사다. 용후의 손바닥의 상처는 바로 예수가 십자가에 못으로 박힌 성흔으로 성은이다.

아주 드물게 신앙심이 매우 깊은 신자에게 주님이 초능력을 부여하는 것. 그러나 그는 신을 안 믿고 원망한다. 어린 용후는 “엄마 살려 달라고 기도했지? 그런데 하느님은 왜 안 들어준 거야?”라고 묻고 아빠는 “엄마는 네가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기도했고, 하느님은 그걸 들어준 거야”라고 대답한다.

지신에 의해 강력한 악령이 빙의되는 수진은 최고급 빌라에 사는 부잣집 딸이다. 지신의 과거는 가려져있지만 사생활(가족)이 거론되지 않는 걸로 미뤄 찢어지게 가난했거나 고아였을 듯하지만 현재는 부자다. 즉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악마와 손을 잡는 방법밖에 없었다. 악귀의 무기는 돈이다.

얼마나 섬뜩하고 날카로우며 현사실적인 설정인가! 이승을 떠나는 아빠는 용후에게 “공부는 못해도 좋은 사람이 돼”라고 당부한다. 후반에 용후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주는 이도 아빠다. 지신은 타락천사 루시퍼 및 그의 하위 악마를 섬긴다. 아빠는 새로운 천사고, 용후는 신탁에 의한 사자(使者)다.

▲ 영화 <사자> 스틸 이미지

“고통과 시련엔 다 이유가 있지”라는 안 신부와 사망 후의 소재를 묻는 용후에게 “항상 너랑 같이 있지”라는 아빠의 대답은 종교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관념론과 악수한다. 지신이 모시는 형상은 모세가 한눈파는 사이 유대인들이 섬겼던 황소 우상이고, 이브를 홀려 인류에 재앙을 내린 뱀이다.    

굉장히 진지하고 장엄하며 으스스한 분위기지만 의외로 키득거릴 수 있는 유머 소재가 산재해있다. 감독의 페르소나 박진주의 짜장면 배달부 카메오 출연이다. 용후는 그녀가 한눈에 자신을 알아보자 “사인해줄까?”라고 묻지만 “됐어요”라고 단호하게 답하는 식. 안 신부와의 ‘밀당’은 더 재미있다. 

첫 만남부터 기싸움을 벌일 땐 용후가 당당했다. 기도해주겠다는 안 신부의 친절을 거절했던 용후는 금세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고작 맥주 한 병 마신 신부는 “술 취했다”며 거절한다. 그런데 “안주가 이것밖에 없냐”, “목이 마르다”라며 술과 안주를 더 사 올 것을 대놓고 요구하며 기선을 제압한다.

안 신부가 배달된 짜장면 비닐을 벗기려 쩔쩔매다 용후가 나무젓가락으로 쉽게 처리하는 걸 곁눈질한 뒤 슬그머니 따라 하는 식의 유머는 안성기와 박서준이라 임팩트가 더 강하다. 소름 끼치는 음악은 격투기를 활용한 액션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쿠키는 속편의 새로운 재미를 암시한다. 31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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