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여성가족부 가족친화인증 김경숙 심사원] “조직문화의 혁신은 리더의 사명이다.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리더가 전면적으로 지원하고 독려해야 한다. 이는 전 직원에게 강력하고 긍정적인 신호가 된다.”는 보스턴칼리지 일·가정양립연구소 소장 브래드 해링턴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최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종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쟁점으로 등장한 것이 ‘유연근무제’이다. 동시에 현 정부가 중요시 여기며 추진하는 워라밸은 유연근무제와 연동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기업과 국민들의 관심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전체 기업 수의 99%를 차지하고 88%가 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내놓은 설문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 81%가 유연근무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경영진의 회피, 제도 도입에 따른 투자비용 부담 등이었다.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현상 유지도 힘든 상황에서 가족친화제도(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직장문화조성 등)의 운영 즉, 가족친화경영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직원들 월급과 납품단가를 맞추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가족친화경영은 소위 여유 있고 잘 나가는 기업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 매몰되면 미래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전체 가족친화인증기업‧기관 가운데 중소기업이 2,028곳으로 지난해(1,457곳)보다 39% 증가해, 대기업(11%)이나 공공기관(8.2%) 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도 일·가정 양립 실천 의지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영우T&F Lead는 종업원 55명 규모의 패션 섬유 소재개발 및 제조 중소기업으로 전사원이 4시 퇴근을 하고 있지만 연봉은 줄어들지 않는다. 팀장들과 대표는 10분 먼저 퇴근한다. 또한 계절마다 4회의 방학(재충전휴가)이 있다. 매출은 큰 폭은 아니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인력확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직원 1명 채용에 300여명이 지원하여 대기업 못지않은 경쟁률을 보였다.

‘19년 가족친화경영 직원만족도 조사 결과,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26.1시간으로 나타났으며, 일·가정양립 중요성이 5점 만점에 4.74점 가족친화적 조직문화가 4.10점, 조직몰입이 4.36점, 조직신뢰가 4.09점 등으로 전반적으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업무만족, 조직몰입, 회사의 일·가정양립지원제도, 성평등문화 등의 항목에서는 대기업 보다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으며, 공공기관 대비 모든 항목에서 직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의 이면에는 경영자가 가족친화경영을 기업의 주요 가치와 비전으로 인식하고, 일·가정양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도입하여 실행함으로써 직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직무몰입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윈윈 전략의 결과일 것이다.

▲ 한국건강가정진흥원, 2018년도 가족친화인증 후 컨설팅 참여기업 근로자 설문조사 종합분석 결과보고서

이영숙, 전재성 대표는 “어른들도 힘이 든다”고 말하면서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일하는 시간과 근무 일수가 너무 많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의 근무 시간은 OECD에서 최상위권이지만 생산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루 8~9시간의 근무 시간 중에서 실제로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계속해서 일하고 있지만, 실제로 창의적인 또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영우는 근무 시간을 줄여나가고 있고, 1년에 방학도 4차례를 시행하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과 방학을 가능하게 한 것은 경영진의 마인드가 중요한 첫 번째 요인이었지만 또 다른 요인은 ‘답돌이’라는 AI 채팅봇이 있기 때문이다. 재고와 제품 발송 등에 대한 내용들을 고객사들에게 답돌이가 직원 대신 응대하고 있다. 또한 “보내미”가 있어서 사무실에서 종이 사용을 없애고 스마트폰을 통해 업무를 볼 수 있다. 발주서, 지시서, 의뢰서 등을 컴퓨터 앞에서 타이핑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팩스와 문자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이다. 7년 전부터 기술연구소 ORS(ONE ROUTE SYSTEM)사업부를 신설하여 끊임없는 IT 기술 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에서 가족친화제도 도입을 통한 직무몰입 및 생산성향상 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추진의지와 함께 스마트한 오피스환경 구축 차원의 디지털 업무 시스템 정비 혁신 또한 필요하다. 즉, 가족친화경영이 구조적 변화와 문화적 변화를 요구하는 일종의 조직변화 전략임을 이해해야 하며, 가족친화경영을 통해 진정한 조직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조직 내 비합리적인 일의 관행을 찾아내 제거하는 등 작업장의 구조와 문화적 맥락을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Brydon-Miller, Greenwood & Maguire, 2003)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영우는 가족친화제도 도입부터 실행단계에 이르기까지 CEO의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에 기인하여 이루어졌으며 매우 집약적인 스마트워크(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통해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을 극대화 한 근무형태 또는 환경이며 궁극적으로 생산성의 향상을 추구하는 혁신활동) 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두 요인은 기업에서 가족친화제도가 효과적으로 도입되고 정착되기 위한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의 가족친화제도 도입을 통한 조직문화혁신의 성패는 바로 경영진의 혁신에 대한 관심과 의지라고 할 수 있으며, 최고경영진에서 일치된 방향성을 제시하고 종업원에게 신뢰를 받는다면 기업의 혁신활동인 스마트워크를 통해 혁신전략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영우와 같은 가족친화 우수사례 기업 발굴을 통한 성공요인 도출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가족친화제도 확산 및 효과를 높이기 위한 성공조건이나 향후 과제를 깊이 있게 논의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가족친화제도가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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