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룩 어웨이>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유난히 스릴러가 많은 이 여름 ‘룩 어웨이’(아사프 베른슈타인 감독)는 꽤 지적이면서도 충격적인 호러로 기억될 듯하다. 1968년 이후 전 세계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올리비아 핫세의 딸 인디아 아이슬리가 주인공이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한편 충격적인 플롯이 즐길 만하다.

성형외과 오너 닥터 댄과 아주 가정적인 주부 에이미의 18살 외동딸 마리아는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댄은 완고하면서 완벽한 외모에 집착하는 매우 가부장적인 가장이다. 에이미는 왠지 댄에게 주눅 든 채 굴종하는 모양새고, 마리아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다.

학교에서 마리아는 3살 때부터 단짝으로 지낸 릴리와 유일하게 친하다. 마리아는 릴리의 연인인 션을 짝사랑하고 션 역시 그녀에게 친절하다. 눈치 빠른 릴리는 대놓고 마리아를 견제하는가 하면 션의 친구 마크는 별다른 이유 없이 마리아를 괴롭힌다. 그럴 때마다 션은 돕지만 릴리는 외면한다.

졸업 스케이팅 무도회와 마리아의 생일이 다가온다. 엄마는 파티에 참석해 즐기라고 권하지만 스케이팅을 못 하는 마리아는 거부한다. 아빠는 생일 선물을 미리 주겠다며 병원으로 부르더니 얼굴을 더욱 예쁘게 수술해주겠다고 제안한다. 마리아는 내키지 않지만 거역할 수 없어 고맙다고 답한다.

▲ 영화 <룩 어웨이> 스틸 이미지

즐거움도 목표도 희망도 없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던 그녀가 자신을 달랠 수 있는 행위는 욕실에서의 자위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그녀가 자신과 다른 행동을 한다. 언제부턴가 거울 속에 자신과 똑같은 애럼이 살고 있었던 것. 마리아는 애럼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차츰 기분이 나아진다.

마리아보다 마리아를 더 잘 아는 애럼은 릴리가 마리아를 친구로 여기지 않지만 상대적인 우월감을 즐기기 위해 친한 척한다는 것과 아빠는 가식적으로 예뻐할 뿐 사실 애물단지로 여긴다는 걸 일깨워준다. 애럼은 수동적인 삶에 피해 의식만 늘어나는 마리아를 돕겠다며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외형상 주제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아빠가 고치지 못하는 건 없다”는 마리아의 말은 반어법이다. 댄은 이중인격자다. 겉으론 완벽주의를 추구하지만 자연법을 위반하는 이율배반적인 인물이다. 과연 인간에게 완벽한 미모의 기준은 있기나 한 걸까? 그러나 그에겐 확고부동한 게 있다.

마리아의 양쪽 귀에 잣대를 들이대곤 균형이 안 맞으니 고쳐주겠다고 선심 쓰듯 말한다. 생물체를 기계에 비유한 생명론을 넘어 데카르트의 동물기계론을 추월하고 라메트리의 인간기계론을 초월해 물리 화학적 기계론과 사이버네틱스를 추구하는 안티 생기론적인 그가 과연 사람인지 의심이 든다.

▲ 영화 <룩 어웨이> 스틸 이미지

이렇듯 외모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현대인의 성형 광풍에 찬물을 끼얹는 듯하지만 사실 인류 최초의 살인, 그것도 친족 살해의 카인과 아벨, 그리고 대표적인 친족 희생양인 그리스 신화의 이피게네이아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아예 대놓고 단테의 코키토스와 카인의 나라인 카이나를 거론한다.

카인과 아벨은 대사에 거론된 창세기 4장 1~16절의 주인공이다. 유랑 목축업을 했던 히브리인들은 그들보다 안정적인 정착 농산업을 했던 가나안인들에 대한 반발 심리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의 아들 카인을 농사꾼으로, 아벨을 양치기로 설정했는데 하느님은 아벨을 더 사랑했다.

그러자 카인은 거침없이 아벨을 살해했다. 그리스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바람이 불지 않아 트로이로 출정을 할 수 없자 신탁을 통해 자신이 아르테미스 여신을 분노케 한 죄 때문인 것을 알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속여 딸을 데려오게 한 뒤 제물로 바쳐 전쟁에서 승리한다.

이 작품은 철저하게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복수법을 따른다. 유대교에서 복수심리를 읽은 버트런드 러셀에 동의하는 듯하다. 마리아와 애럼의 관계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들의 존재는 스포일러이므로 제외한 채 보면 영혼과 육체를 나눈 이원론으로 포장된다.

▲ 영화 <룩 어웨이> 스틸 이미지

소극적이고 자기주장이 없으며 자아정립이 모호한 마리아와 달리 애럼은 확고부동한 신조가 있고, 적극적이다 못해 진취적이다. 마리아는 현실계에 있지만 그녀의 내면은 애럼의 예지계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쌍생아’(1999)가 그로테스크하다면 이 작품은 고딕 분위기다.

인트로의 태아 초음파 사진은 굉장히 형이상학적이다. 세포 분열하듯 기이하게 다면체로 변형되는 형상은 이 영화가 펼쳐나갈 신비주의적 플롯을 예고한다. 댄의 불륜을 눈치챈 에이미가 마리아에게 두부 스테이크를 만들어준 뒤 “맛있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엄마 결혼생활 같아. 모조품이지”다.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다. 가상의 이미지가 실체를 대체하는 사태(시뮬라시옹)를 빌린 건 ‘매트릭스’와 유사하지만 그 대체물(시뮬라크르)이 마리아인지, 애럼인지를 묻는 질문은 독창적이다. 그 주제를 대표하는 ‘블레이드 러너’나 ‘아일랜드’와는 또 다른 정체성 문제를 질문한다.

누가 카이나를 거쳐 탄식의 강 코키토스와 증오의 강 스틱스를 건널까? 거울 속으로 사라진 이는 누구며 어디로 갔을까? 마지막에 침대의 에이미의 양옆에 누운 두 사람의 정체는? 아이슬리의 매력과 2역의 연기력, 베른슈타인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고급스러운 스릴러다. 8월 8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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