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노 재팬’, 할리우드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8.09l수정2019.08.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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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엄청난 광풍 뒤에 찾아온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80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을 진행 중인데 과연 이 영화에 대한 마블 마니아들의 생각은 어떨까? 소니를 일본 기업으로 보는 건 일반화의 오류일까?

‘파 프롬 홈’이 꽤 다양한 떡밥을 던진 만큼 ‘페이즈4’의 내용과 소니가 배급할 작품들의 흥행 결과에 관심이 끌리는 건 사실이다. ‘엔드 게임’ 직후 일상으로 돌아온 16살의 피터는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떠난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미쉘을 사로잡을 생각으로 차있는데 브래드가 라이벌로 급부상한다.

설상가상으로 단짝 네드가 베티라는 금발 여자 친구를 사귀는 선수까지 친다. 닉이 나타나 어벤져스에 합류할 것을 강권하지만 단칼에 거절한다. 그런데 갑자기 물의 빌런이 나타나 도시를 쑥대밭을 만든다. 수트도 챙기지 못한 피터가 당황하는 순간 초면의 슈퍼히어로 미스테리오가 등장해 해결한다.

그러나 미스테리오는 사실 진짜 빌런이다. 앞선 시리즈의 샌드맨은 실상의 빌런이었지만 4원소(물, 불, 공기, 흙)를 근원으로 한 엘리멘털 크리처들은 미스테리오가 가상, 증강현실로 구현한 허상이다. 그는 전에 토니 밑에서 일했지만 외면당하자 비슷한 ‘루저’들과 함께 팀을 꾸려 영웅이 되려 한다.

▲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이미지

닉은 미스테리오에게 속고, 피터는 진실을 미쉘과 네드에게 알린다. 세상을 감쪽같이 속여 어벤져스의 대체가 되려는 미스테리오는 자신의 비밀을 아는 피터, 미쉘, 네드를 죽이려 한다. ‘나랏말싸미’의 논란은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역사 왜곡이라면 할리우드가 더 심하다는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들은 링컨을 흡혈귀 사냥꾼으로 만들고, 케네디 암살범의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다른 자를 지목한다. ‘파 프롬 홈’은 ‘위대한 미국’의 프로파간다를 설파하고 그렇게 해서 번 돈의 일부는 일본으로 흘러간다. 미스테리오는 환영으로 대중을 미혹하는 사이비교 교주고, 피터는 실증주의, 실용주의다.

실증주의는 형이상학적인 사변을 배격하고 관찰이나 실험 등으로 검증 가능한 지식만을 인정한다(콩트). 미국의 찰스 퍼스와 윌리엄 제임스는 이 사상을 한층 발전시켜 실용주의를 만들어 존 듀이의 도구주의(실험주의) 형성에 이바지했다. 이 인식론적 방법론적 사상은 미국의 현실주의의 반영이다.

토니는 거대 무기 제조사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최대 주주다. 즉 미국의 이념과 그 자본주의의 표상이다. 자본가 일본은 티 안 나게 편승한다. 미스테리오와 그 일당은 메인 스트림에 끼지 못한 아웃사이더다. 차례로 유럽을 지배한, 이탈리아(로마), 독일(신성로마제국), 스페인, 영국의 환유일 수도.

▲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이미지

토니는 자신의 모든 첨단 기술을 집약한 인공 지능 이디스를 조종할 수 있는 선글라스를 피터에게 유산으로 남기지만 애인 만들기가 인생 최대 목표인 피터는 귀찮아서 미스테리오에게 넘겨 자신과 친구들은 물론 지구를 위험에 빠뜨린다. 미스테리오 일당의 악행의 동기는 자본가에 대한 분노다.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가 빌런이고, 그들의 패배주의에서 발생된 게 무차별적 복수심이란 설정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이다. 매카시즘이란 단어는 유행에 밀려 사라졌지만 마르크스와 레닌에 대한 공포심은 아직도 미국에 만연 중이다. 월스트리트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 시위나 파업을 두려워한다.

‘아메리칸드림’은 미국이란 나라의 형성과 현재를 가장 잘 설명한다. 정통주의를 못 견딘 프로테스탄트 정신(영국)과 범죄자(그 외 유럽)의 생존의 간구가 결합된 개척정신은 신대륙의 척박한 환경과 원주민들의 반발을 헤쳐 나아가는 과정을 거쳐서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관념과 인식을 만든 것.

어벤져스를 이끄는 리더는 캡틴 아메리카고 헤게모니의 축은 토니다. 그건 곧 미국이 지구라는 배(헤게모니)를 이끄는 선장(캡틴)이란 의미고, 그걸 뒷받침해주는 건 토니가 가진 자본과 기술(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이란 이념이다. ‘파 프롬 홈’의 주요 논제는 ‘누가 아이언맨의 후계자가 될 것인가’다.

▲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이미지

16살의 피터가 강력한 후보다. 평소 환락과 사치에 파묻혀 살던 토니가 자신의 무기를 사들인 중동 테러집단에 볼모로 잡혔다 기사회생한 뒤 환골탈태하는 것처럼 피터 역시 미쉘이나 네드 등 ‘절친’들과의 관계에서 ‘성장통’을 겪은 뒤 미국이 지구를 리드하고 지켜야 할 책임감을 깨달을 것이다.

그 책임감과 실용주의는 동근원적이다. 실용주의는 사상의 진리를 행위의 결과로 판단하고 진리는 만들어지는 것이며 절대자는 없다고 주장한다. 진보적 측면에서 루터와 칼뱅을 잇는 프로테스탄트 정신과 함께 존 로크가 읽히지만 극단적인 유물론과 자본주의로 치우치는 경향을 지우기 힘들다.

미스테리오는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망토를 걸치지 않으면 유명해질 수 없다”라고, 피터는 “뉴스는 항상 진실을 말한다”라고 각각 주장한다. 미스테리오는 관념론적이지만 피터는 유물론적이다. 그런데 신비주는 여전히 잔존한다. 과학으로 실증이 안 되는 현상과 형상이 무궁무진한 이유가 아닐까?

피타고라스는 수를 만물의 근원으로 볼 만큼 유물론적인 동시에 신비주의자였다. 이 이율배반은 모순을 진리의 규준이라 주장한 헤겔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뉴스는 거짓을 내보내지만 피터는 미국의 프로파간다의 선봉에 섰다. 제국주의와 돈 뒤에 숨은 일본.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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