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엄태윤 칼럼]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인텔리전스학과 엄태윤 특임교수l승인2019.08.14l수정2019.08.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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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엄태윤 교수의 경쟁정보(Competitive Intelligence)] 내일은 제74주년 광복절이다. 매년 맞이하는 광복절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광복절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된다. 일본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웃 나라이다. 그러나, 과거 일제 강점기 36년간 이라는 아픈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일본 정부의 잔혹성에 대해 다시 한번 분개하게 된다. 우리는 과거 일본 정부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입장으로 인해 한일간에 마찰을 보여왔다.

아베 정부는 지난 7월 4일부터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필요한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는 경제 보복을 시작하였다.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 정부의 이러한 행태를 또다시 보게 되니, 과거 일제 강점기 시대에 갖은 만행을 자행했던 일본 정부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른다.

아베 정부가 지난 8월 2일에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함으로써 일본의 본격적인 경제보복이 시작되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아베 정부와 맞대응할 의지를 표명하였고, 우리 국민들의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도 상당했다. 한일 정부 간에는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갈등이 고조되었다. 트럼프 정부는 기대와 달리, 한일간의 갈등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12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감정적 대응은 안 된다고 언급했다. 다행스럽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일본에 대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여론이 있었다, 한일간에 마찰은 항상 감정이 결부되게 마련이다. 한일 간에 축구 경기가 열릴 떄에는 더욱 그렇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면서 일본팀을 꺾어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외교는 다르다. 감정적인 대응이 아닌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리외교를 전개하기 위해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한 원인을 분석해 보자.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일본과 미국이 첨단 IT산업에서 한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IT와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기업들이 일본기업들을 제치고 세계정상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자 위기의식을 느껴서 경제보복을 통해 한국기업들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앞으로 미래 IT 산업에서 일본기업들의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노림수도 갖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삼아 동맹국의 가치보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미국의 경제 회복을 통한 재선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치열한 무역 전쟁을 하고 있으며 미래 IT 산업에서도 다른 나라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인들을 초청하여 의견도 듣고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현재 시중에서는 정부의 조치를 아직 피부로 못 느끼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경제 현장에서는 일본의 보복 조치가 장기화 국면으로 가고 있어 상당히 걱정스럽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외교부에서 일본 정부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큰 진전이 없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직접 만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3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그리고 톱다운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3차례나 성사시킨 중재자 경험도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에도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 톱다운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최저임금 급속상승, 법인세 인상, 주 52시간제 강행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지난 4월 LG전자가 평택공장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서 더 좋은 기업환경을 갖고 있는 국가로 생산공장을 이전 한다. 베트남은 일자리가 생겨서 좋은 일이나, 한국은 일자리가 줄어들어 더욱 상황이 나빠질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월 취임 이후 줄 곳 미국의 경제회복과 투자 유치를 위해서 법인세 인하는 물론 각종 혜택 등을 투자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들에게도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손짓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로 하여금 국내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제정책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처방은 간단하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면 된다. 현재 경제부처들이 추진하는 각종 경제정책과 기업인들이 느끼는 체감온도 사이에는 간극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일본을 경제적으로 뛰어넘으려면, 단기적인 감정대응이 아닌 장기적이고도 치밀한 전략과 인내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대하는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수용해야 한다.

최근에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영웅 이순신 장군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비하여 많은 준비를 했다. 임진왜란 전쟁터에서도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왜군의 장단점과 조선 수군의 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남해안 바다의 지형과 학익진 전법을 활용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다. 이순신 장군은 철저한 사전 대비와 전술개발로 왜군을 격퇴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많은 시사점을 배울 수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2007년에 대한민국 경제상황을 샌드위치에 비교한 샌드위치론을 거론한 바 있었다. 일본은 앞서가고 있었으며, 중국이 우리 턱까지 바짝 추격해 오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반도체도 이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의 위치를 구축하고 있으며,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도전장을 이미 내었다. 중국은 지난 2014년에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강요’를 발표하고 1조 위안의 투자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이 판매하는 스마트폰과 각종 IT 제품에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중국은 2017년 한해에 2,601억 달러를 반도체 수입에 지불하였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수입을 중국산으로 대체 하고자 결심하였다.

한편,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기술인 AI 등에 사용될 시스템 반도체 가 앞으로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된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지난 4월에 133조 원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스템 반도체에는 대만과 미국회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미래의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 등에서 한국기업들과의 경쟁에 패배한 그들은 다시 한국기업들을 제치고 경쟁력 우위를 회복하려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렇게 치열한 기업경쟁 환경 속에서 반도체 산업 의 리더인 삼성과 SK 등 우리 기업들이 아베 정부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다.

금년 2/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이 시장 점유율 22.3%로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중국 화웨이(17.2%)와 애플(11.1%)이 각각 2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는 삼성이 2013년 시장 점유율(20%) 1위를 기록했는데 반해, 금년 1/4분기에는 시장점유율 1.1%를 가까스로 기록하는 등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과 중국은 미래산업을 주도할 AI 분야에서도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 중국은 IT 기술이 발전해 있고 기업가 정신도 투철하여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지난 7월 22일 미국 경제 전문지인 Fortune이 ‘2019년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을 발표했는데, 중국기업(129개사)이 미국 (121개사)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하여 1위를 기록하였다. 놀라운 일이다. 지금 한국과 일본이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도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 우위를 갖고 있는 세계 1등 제품들에 대해서도 향후 중국기업들의 도전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해서는 안된다. 한일 양국간의 경제적 마찰이 안보문제로까지 확산될 경우,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일간의 갈등도 더욱 복잡하고 고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일 경제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력을 키워야 한다. 국제사회는 냉정하다. 국력이 강해야 국제사회에서 우리 주장을 반영시킬 수 있다. 우리가 더욱 힘을 길러야 할 때다.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보다, 차분하게 실리적인 외교적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엄태윤 특임교수

[엄태윤 교수]
Pace대학 경영학 박사 (국제경영 전공)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현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특임교수
전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저서
「한미양국의 대북정책과 남북경협」

논문
‘Global Export Strategy: High Technology Transfer Model for Accelerating Developing Country Growth’(공저) 외 다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인텔리전스학과 엄태윤 특임교수  st12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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