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트너’, 요즘 국내외 정세 예고한 코미디 호러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8.19l수정2019.08.2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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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프라이트너>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피터 잭슨이 1996년 공개한 ‘프라이트너’는 희한하게도 요즈음 정치, 사회, 문화적인 측면과 들어맞는다. Frightener는 공갈 전문 깡패를 뜻한다. 협박성 거짓말로 순진한 국민들을 등쳐먹는 정치인, 사이비 종교인 등을 은유한다. ‘갑질’ 하는 직장 상사나 노동력을 착취해 제 배만 채우는 재벌이다.

조용한 시골 페어워터 마을에서 멀쩡한 사람들이 줄지어 심정지로 급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건축가였던 프랭크(마미클 J. 폭스)는 5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유령을 볼 수 있고 그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갖게 돼 유령 동업자들과 함께 ‘영혼청산’이라는 회사를 차려 유족에게 사기를 친다.

어느 날 프랭크는 바쁘게 승용차를 몰고 가다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레이의 마당을 덮친 뒤 명함을 던져주며 손해 배상을 약속한다. 중년 여인 패트리샤는 15살 때 연인 조니가 기록적인 연쇄살인죄로 사형된 아픈 기억을 간직한 채 유일한 가족인 엄마에 의해 집에 감금당한 채 비참하게 살고 있다.

레이의 아내인 여의사 루시(트리니 알바라도)는 동료 의사를 대신해 패트리샤의 집을 방문했다 브래들리 부인의 신경질적이고 고압적인 딸에 대한 태도에 기겁을 한다. 그녀는 패트리샤가 브래들리 부인에게 폭압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날 밤 루시와 레이의 집에 초자연적인 일이 발생한다.

▲ 영화 <프라이트너> 스틸 이미지

레이는 낮에 프랭크가 던진 명함을 꺼낸다. 그런데 이는 레이에게 잔디 수리비를 물어야 하는 프랭크가 동료 유령들에게 시킨 일. 프랭크는 그럴듯하게 유령을 퇴치하는 흉내를 내고 사례비를 받는 대신 잔디 수리비와 맞바꾸자고 하며 유유히 돌아간다. 그런데 그가 떠나자 레이가 돌연 사망한다.

월트 보안관과 밀턴 FBI 요원은 장례식장마다 영업을 위해 나타나는 프랭크를 의심했었는데 마침 레이의 죽음 직전 유일한 외부인이 그였음에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호러와 미스터리에 코미디까지 적절하게 섞인 썩 괜찮은 상업영화로 호평을 얻었는데 소재는 사기와 이유 없는 폭력성이다.

플롯을 관통하는 핵심은 조니와 패트리샤다. 조니가 연쇄 살인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 이전의 연쇄 살인마들이 세운 기록을 깨기 위해서다. 미국에선 걸핏하면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전 세계에선 이유 모를 폭력이 난무한다. 난세엔 영웅만큼이나 사이비 교주가 전지전능을 인정받는다.

겉으론 패트리샤는 피해자고 브래들리 부인은 자식을 자기 소유물로 여기는 폭군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다. 수십여 년 전 조니가 자신이 간호사로 근무하던 병원을 총 한 자루로 초토화시켰을 때 패트리샤도 함께 살인을 저질렀다. 하지만 법원은 그녀가 15살이란 이유로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 영화 <프라이트너> 스틸 이미지

그런데 조니와 패트리샤는 서로 끔찍이 사랑하는 연인 사이고, 그 관계는 무차별 살인에 대한 어긋난 욕망으로 끈끈하게 맺어졌다. 사이코패스는 그들만이 아니다. 밀턴은 FBI 요원답지 않게 굉장히 겁이 많고 소심한 인물로 과장되게 그려진다. 그러나 사실 나치를 신봉하는 비밀 조직의 일원이다.

이런 설정은 죽음을 잘 모르거나 외면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비웃는,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서 죽음을 함께 달고 산다는 이원론이자 결국 삶은 죽음이라는 일원론이다. 마을 사람들의 원인 모를 죽음의 범인은 조니였다. 패트리샤는 조니의 분골함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고, 여기서 악령이 나오는 것.

죽어서도 살인에 대한 갈망을 지울 수 없었던 조니는 악의 힘에 의해 강력한 악귀가 돼 사람들의 심장을 쥐어짜는 능력으로 생명을 앗아가고 있었다. 그 목적은 연쇄살인 신기록. 대중을 철저하게 속인 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패트리샤는 실은 그의 수호자, 신봉자, 동업자 등으로서 살인을 도왔다.

제목은 외형적으로는 프랭크를 뜻한다. 순진한 유령들을 구워삶아 그들을 볼 수 없는 인간들을 괴롭히게 만든 뒤 ‘짠’하고 나타나 마치 구마 사제처럼 악귀를 물리친 듯 연극을 해 돈을 뜯어낸다. 그런데 알고 보면 밀턴과 패트리샤가 진짜 사회악이라는 게 드러난다. 비뚤어진 공권력과 종교의 환유다.​

▲ 영화 <프라이트너> 스틸 이미지

교리의 경건한 무오성을 따르는 종교 집단이라면 그럴 리 없겠지만 그 힘을 악용해 타인을 착취하거나 소수의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면 그건 신성모독이다. 빈자의 신실한 시주가 부실하다고 불평하는 탁발승이다. ‘실낙원’의 저자 존 밀턴을 빌린 건 인간의 원죄를 통해 참회를 유도하려는 의도다.

프랭크는 아내를 죽였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 역시 직접 살해자는 아니지만 아내의 죽음의 원인이 됐고, 그걸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가 아내에게 선물하려 했던 완성되지 못한 허름한 집에 집착하는 건 원죄를 참회하지 못했다는 뜻이고, 조니의 악령이 괴롭히는 건 단죄다.

만약 ‘프라이트너’가 재개봉된다면 관객은 밀턴, 조니, 패트리샤에서 아베와 일본 극우파, 국내 정치인 다수와 ‘광신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베가 후쿠시마의 농수산물을 먹으며 ‘안전 쇼’를 벌인 건 그 영향이 드러날 땐 임기가 끝났거나 무덤 속일 것이기 때문이란 걸 전문가가 아니라도 알 수 있다.

적지 않은 정치인과 사회지도층은 국민을 위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척하지만 속셈은 제 지갑이고 제 집단이다. 칸트는 (사적) 목적 없이 객관적으로 필요한 종합적이고 선험적인 정언명령을 외쳤다. 그건 정통 종교에서 공통적인 공리주의, 사랑, 깨달음, 믿음이다. 공갈깡패와 그 광신도의 믿음이 아닌.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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