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일리’, 돌고 도는 인생에 대한 훈훈한 교훈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8.27l수정2019.08.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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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안녕 베일리>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안녕 베일리’(게일 맨쿠소 감독)는 전편 ‘베일리 어게인’에서 이든(데니스 퀘이드)의 친구로 살다 죽은 뒤 다른 개로 환생을 거듭한 끝에 결국 보스독이 돼 이든의 곁으로 돌아온 베일리의 시점에서 계속된다. 이든은 돌고 돌아 한나(마그 헬젠버그)와 가정을 꾸리고 보스독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의 딸 글로리아(베티 길핀)와 한나의 아들 헨리 사이에서 손녀 씨제이(캐서린 프레스콧)가 태어난다. 그러나 헨리는 딸이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났다.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글로리아는 세상에 대한 불신과 증오심 때문에 판단 능력이 흐려져 내내 이든과 갈등한 끝에 씨제이를 데리고 떠난다.

보스독이 죽어가고, 그의 환생을 아는 이든은 향후 생에선 씨제이를 위해 살아갈 것을 부탁한다. 7년 후 씨제이는 중국계 미국인 친구 트렌트(헨리)가 애완견 로키를 입양하는 데 따라갔다가 베일리가 환생한 몰리를 만나서 집에 데려온다. 로키는 몰리의 형제이기에 두 사람의 우정은 더 깊어진다.

10년 후. 밤무대 가수인 글로리아는 매일 술에 절어 살고, 남자관계가 복잡하며, 씨제이에게 무관심, 불친절하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유산마저 탕진했다는 엄마의 말에 씨제이는 더 참지 못하고 이별을 선언하며 몰리와 함께 집을 나선다. 그러나 헤어진 전 남자 친구의 공격으로 몰리를 잃는다.

▲ 영화 <안녕 베일리> 스틸 이미지

빅독으로 환생한 베일리는 편의점을 하는 존과 함께 살고 있다. 오매불망 씨제이를 만날 날을 기다리던 중 거짓말처럼 그녀가 편의점에 나타나지만 빅독의 실체를 알아보지 못한다. 성인이 된 그녀는 뉴욕에서 연인의 집에 살며 싱어송라이터를 꿈꾸고 생명을 다한 빅독은 유기견 맥스로 부활한다.

씨제이는 우연히 유기견 입양 행사가 열리는 공원을 찾고 맥스는 그녀의 냄새를 맡은 뒤 필사적으로 뒤를 따라간다. 씨제이는 애완견 산책 ‘알바’를 하고 있고, 연인은 대형견을 키우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입양한다. 연인과의 사이가 점점 벌어질 때쯤 고급 아파트에서 트렌트와 재회하는데.

원제 ‘개의 여행’은 곧 굴곡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인생 여정을 뜻한다. 베일리는 맺어지도록 운명이 정해져있던 씨제이와 트렌트가 일부러 서로 N극과 S극이 돼 애써 멀어지려 하면서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을 보고 이든과 한나 같다고 중얼거린다. 베일리에게 철학이 있다면 그는 결정론자다.

전체적 준거틀은 윤회론과 일원론, 아낙시만드로스에서 니체를 잇는 영원회귀다. 피타고라스는 영혼불멸에 의한 주기적 환생을 주장하며 그래서 모든 동물은 혈연이라고 했다. 베일리가 환생을 거듭하며 이든에 이어 씨제이의 혈연이 되는 건 헤라클레이토스와 데모크리토스의 인과론과 결정론이다.

▲ 영화 <안녕 베일리> 스틸 이미지

베일리가 과거로 거슬러 달리는 마지막 시퀀스의 배경은 구름이 가득해 동양적 신비주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윤회의 판타지다. 베일리는 후설이 그토록 강조한 선험적 주관성(순수자아), 즉 의식 지향성이다. 지나친 의인화에 있어선 베이컨이 배척한 네 우상 중 종족의 우상이 염려되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가장 오래된, 제일 친근한 반려동물인 개에게 사유와 판단 능력을 부여한 설정은 판타지임에도 현사실적인 이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선 영리하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불안하다. 그래서 친구를 만들거나 조직에 가입하려 하고, 많은 사람들은 신에게 의지하려 한다.

개에게 사유 능력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살짝 불경스럽긴 하지만 자연법과 동물학적인 접근에선 그렇지 않다. 의학계는 개들이 냄새로 사람의 암세포를 발견하는 치료법을 개발해낸다. 종교적 입장에선 이단이지만 마약 탐지견이 버젓이 활약하는 과학적 현실에 반영하면 머지않을 가능성도 있다.

글로리아의 아버지에 대한 반발이 씨제이의 가출이란 자신의 고통으로 되돌아오듯 전 가족에겐 핸디캡이 있다. 글로리아가 피해 의식에 젖은 이기주의자라면 엄마로부터 예술적 소질을 물려받아 자작곡 가수를 꿈꾸는 씨제이에겐 무대공포증이 걸림돌이다. 그래서 글로리아처럼 제자리걸음이다.

▲ 영화 <안녕 베일리> 스틸 이미지

글로리아가 예술혼을 쾌락에만 썼다면 씨제이는 방향 설정을 못하고 막연한 꿈만 키웠던 것. 결국 그녀는 엄마가 자신을 임신했을 때 아버지가 보낸 편지에서 영감을 얻어 쓴 곡으로 성공한다. 이 시퀀스는 철학은 학문보다 예술에 가깝다며 횔덜린의 시로 철학을 쓴 하이데거를 대놓고 흉내 낸다.

전편에서 베일리의 능력을 알고 믿음(인생의 깨달음)을 가진 이든은 산전수전 다 겪었기에 딸이나 손녀에게 쉽사리 가르치려 들거나 강압적이지 않다. 그저 말없이 관조하며 자신처럼 스스로 깨달을 시기를 기다린다. 그 생각은 어긋나지 않으며 그걸 결정적으로 성사시키는 장본‘견’이 베일리다.

베일리는 “왜 항상 태어나는 강아지는 7마리인데 젖꼭지는 6개일까?”라고 머피의 법칙을 궁금해한다. ‘인터스텔라’에서 자신의 작명을 푸념하는 딸 머피에 대한 쿠퍼의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뜻”이란 답, 즉 결정론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개의 행동엔 다 이유가 있다고 대놓고 웅변한다.

개에 대한 극한 혐오감이나, 매우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말 따뜻함을 느낌으로써 감동의 눈물을 쏟을 판타지 드라마다. 중국계 캐나다인이지만 국내에서 맹활약 중인 헨리가 반가울 듯하고, 씨제이를 연기한 여배우들이 행복과 사명감이란 주제만큼 매력을 뿜어낸다. 9월 5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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