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류시두의 식용곤충 이야기]

미개발된 자원, 곤충

곤충은 우리에게 친숙한 생물이다. 사람이 사는 곳 어디라도 곤충이 있을 정도이고, 양봉이나 양잠업은 역사가 수천년된 산업이다. 생물적 다양성의 측면에서 수십만 종이 넘기 때문에, 곤충은 현재까지 미개발된 영역 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잠재 가치가 높은 곤충을 산업화하기 위해 최근 들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2010년 “곤충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법적 기반을 갖추고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방향이 제시되었다. 2014년에는 갈색거저리 유충 등이 한시적 식품으로 인정되는 등, 이전까지 활용하지 못했던 생물 자원들까지 법적인 근거를 토대로 산업화의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곤충 산업은 곤충을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단어다. 크게 나누어 보면 곤충의 생태적 특성을 활용하는 분야와 곤충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섭취하거나 추출해서 사용하는 식량/바이오 자원으로서의 활용이 있다. 생태적 특성을 활용하는 분야는 화분매개나 천적, 환경정화, 학습 및 애완 곤충 등 곤충의 타고난 성질을 생물 자체로 활용하는 분야다. 이러한 분야는 비교적 산업이 안정화기에 들었거나 성숙중에 있다. 식량/바이오 자원으로는 곤충을 직접적으로 섭취하는 식용 곤충 분야나, 곤충을 사료로 사용하는 분야, 그리고 곤충에서 얻어진 물질을 활용하는 바이오 산업 등이 있다. 때로는 두 분야가 섞여 있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동애등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사용되면서 동시에 그 유충이 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듯 산업 내에서도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분야에 맞는 방향성과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곤충의 생태적 특성을 이용하는 분야와 달리 식량/바이오 산업으로서의 곤충 산업은 아직까지 미성숙한 단계에 있다. 또한 곤충을 전체 혹은 추출한 일부분을 섭취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잠재가능성이 큰 분야로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단기간에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분야이기도 하다. 곤충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지 10여년이 되는 가운데, 곤충산업은 전문가들의 밝은 전망만큼 빠르게 성장 중인 것일까? 산업 내의 내실은 얼마나 다져지고 있는지, 또 그동안 다져진 기반을 바탕으로 향후 10년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곤충 생산 농가 현황. 2018년 6월

산업에 대한 예측과 조사, 시장의 반응

식량/바이오 자원으로서 곤충 산업의 전망이 밝은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단백질원의 부족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체 단백질 시장은 연 8% 정도로 성장 중이며 2020년에는 52억불 규모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공장형 축산은 생산성은 뛰어나지만 지속가능한 측면에서는 단점이 많다. 한국의 축산 분야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870만톤에 달한다(2015년도). 이러한 이유로 지속가능한 단백질원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곤충 역시 그러한 대체 단백질의 대안 중 하나다. 

곤충은 식량 자원으로써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물 사용량이 현저히 적으며, 사료량 대비 얻을 수 있는 단백질의 양도 많다. 하지만 곤충을 섭취하기 꺼려하는 문화가 있는 만큼, 향후 곤충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도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2016년 갈색거저리 유충 등 곤충 4종이 일반 식품 원료로 인정받으면서 본격적인 식용곤충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식용곤충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리라 예측되었다. 과연 그러한 예측대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을까?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바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식용곤충 시장은 약 60억원이며 2020년에는 1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 곤충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곤충 판매액은 375억원 규모인데, 이는 식용곤충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곤충(양봉과 양잠 제외)의 1차 생산액을 합친 결과이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전문가들의 견해처럼 산업이 잘 커나가는 것 같지만 과연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호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1차 생산액만 수백억원의 시장인데 주변에서 곤충을 먹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소비자들이 식용 곤충에 갖는 인지 자체는 상당히 높아졌다. 2016년만 해도 먹을 수 있는 곤충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많은 소비자들이 식용 곤충의 존재에 대해 안다. 다만 그 인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이다. 소비자의 관심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는 수치는 포털사이트 내의 검색량일 것이다. ‘식용 곤충’의 검색량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조금씩 감소 추세에 있다. ‘고소애’와 같은 유사한 키워드들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다양한 홍보를 통해 ‘식용 곤충’의 존재는 인식되고 있지만 거기에 대한 관심은 그리 늘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분석해보면 사실상 1차 생산액과 시장과는 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곤충 산업에 대한 보다 확실한 조사와 분석이 아닐까 한다. 제대로 된 정책 방향과 산업이 가야할 길은 올바른 조사와 근거에서 비롯할 것이다.

▲ 식용곤충 관련 키워드의 검색추이 (2016-2018)

곤충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곤충은 종의 수가 현재까지 알려진것만 수십만에 이른다. 아직 기록되지 못한 종을 포함하면 500-1000만 종까지 이를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성이 극히 높은 생물 자원인 것이다. 이를 산업화하기 위한 기초 연구와 기술 실용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현재까지 곤충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 방향은 농가를 육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농가수는 2015년 기준 726개소 에서 2018년 2318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정책적으로도 ‘곤충사육시설현대화사업 지원’과 같이 농가 시설을 보조하는 정책과 ‘곤충산업 전문인력 육성기관’ 과 같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들도 다수 늘어났다. 이제 막 시작하는 산업에서 교육과 시설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농가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농가 소득이 늘어났는지는 의문이다. 모두가 공감하듯 곤충을 섭취하는 데에 거부감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의 수요에 대한 예측은 계산되지 않아 보인다.

성장하는 산업 내에서 이탈자가 발생하거나 산업이 과열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농가를 육성하거나 산업화를 위한 기술 개발 등 정책적 방향 역시 자연스럽다. 다만 곤충이라는 작목의 특성, 시장의 거부감에 대한 계산없이 마구 불어난 농가수와 그 이탈은 단기적으로 곤충 산업에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단순히 일부 농가가 이탈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모르나, 절반 혹은 그에 가까운 농가들이 이탈하는 상황이 온다면 미래 산업으로서의 혹은 잠재적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서의 곤충 산업은 불신에 가득차게 될 것이다.

지금도 상당수의 농가들이 포기를 선언하고 있다. 생산을 포기한 농가로부터 나온 곤충은 덤핑된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게 되고 시장의 평균 가격은 무너진다. 가격이 무너지면서 열심히 생산하던 농가들마저 힘들어진다. 이러한 악순환은 인기 작목의 공급량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과는 완전히 다르다. 예컨데 블루베리와 같은 작목이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면서 공급량이 폭증한 경우, 가격의 하락으로 농가들이 이탈하지만 블루베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지거나 하진 않는다. 블루베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꾸준하거나 오히려 가격하락으로 증가할 요인도 있다. 하지만 곤충의 경우 애초에 소비자들로부터 선호도가 높지 않은 작목인데 장미빛 전망을 보고 뛰어든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격마저도 폭락하는 양상이다.

단기적 성과에 목메지 않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한 때

정부의 정책만으로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힘들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역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재의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장기적으로 산업을 육성하려는 태도일 것이다.

곤충산업의 기술 연구개발도 이러한 예 중 하나다. 몇 해 전 대기업 식품회사들이 곤충 산업에 뛰어든다는 뉴스로 떠들석했다. 식품회사의 연구진들이 국가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곤충 산업 진입을 모색한다는 소식도 많았다. 하지만 대기업을 비롯한 모든 사기업들은 기업의 이윤을 고려하면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단지 국가적 차원에서 신산업을 육성하는데 기여하고자 산업에 뛰어드는 경우는 없다. 대기업들 역시 기술 개발은 국가 연구 자금을 통해 하면서 시장 반응을 찬찬히 살피게 될 것이다. 이 자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여기서 만들어진 떠들썩한 뉴스가 수요도 없는 시장에 공급자들이 마구 뛰어드는 결과를 만든 것은 안타깝기도 하다.

농가수의 폭발적인 증가를 성과로 인식하는 것 또한 비슷한 사례다. 농가수의 증가를 신산업이 확장되는 과정으로 볼 수 도 있으나, 수요가 없는 시장임을 고려한다면 단기적으로 많은 농가들이 진입 후 얼마되지 않아 이탈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진정 농민을 생각한다면 농가 수 증가를 자랑스럽게 언론에 보도하며, 신규 농가의 진입을 더 부추기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곤충 산업에 필요한 것은 농가 수의 폭증이 아니라 조금씩이나마 곤충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 잡고 알려나가는 일이다.

곤충 산업의 특성상, 단기적으로 산업을 육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그 성과에 연연하는 것은 애초에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이다. 장기적으로 두고 볼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가치 있는 자원 발굴이 가능하다. 이미 개발된 기술도, 이미 이용중인 곤충들 역시 시장의 변화가 없이는 큰 성장이 불가능하다. 시장을 단기간 내에 바꿀려는 접근에서 벗어나여 한다. 일회성 행사와 떠들썩한 보도 보다는 곤충이 지닌 이점들과 식품으로써 지닌 매력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예로, 전국의 여러 교사들이 곤충을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매우 긍정적이며 자연스럽기도 한 흐름이다. 수십억 연구개발비를 받은 기업들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이 시장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고객을 설득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단번에 바꾸려하기 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바탕하고 곤충만의 맛이나 식감 등에 대해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야 한다. 지역에서 꾸준히 개최되는 중/소규모의 축제 역시 이러한 흐름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또 최근의 고소애 환자식의 예처럼, 연구개발의 성과가 시장 확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더 필요하다. 고소애 환자식은 특정 시장에서 곤충 식품이 지닌 가능성에 대해 잘 보여주었다. 고소애 환자식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전국의 고소애가 품귀되는 현상까지 일어났는데, 단순한 해프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구매와 신규구매가 한달이 지나도 꾸준히 이어진다. 연구 결과에 기반한 전달은 확실히 전달력과 구전효과가 뛰어나며, 부풀려지거나 잘못된 정보가 아닌 제대로 된 사실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결국 산업 초기에 기술 개발이나 교육적 측면에서는 정부의 주도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뉴스 거리를 생산하는데 그치는 방향보다 장기적으로 산업의 기초 기술을 연구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을 민간에서 실용화 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보다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며 결국에 시장지향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고소애 환자식에 사용되었던 고소애 분말

민간에서의 산업 견인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일부분은 정부의 몫이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산업 내의 참여자들에게 달려있다. 현재 산업 내의 생산/공급자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품질관리가 아닐까 한다. 시장 내 부정적 인식을 바꾸어나가기 위해서는 곤충이 생산되는 시설이나 제품의 규격 등이 표준화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러한 표준화된 제품에 인증이나 확인 절차 등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 진다면 점차적으로 곤충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줄어들 수 있다.

곤충은 동물성 식품으로 향후에는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가 의무화 될 것이다. 의무화 이전이라도 산업내에서 안전성이 확보되고 표준화된 생산 체계를 갖추어 나간다면 시장의 수요 확대 역시 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다.

곤충 산업 협회는 이러한 체계를 갖추어 나가는데 있어서 중심점이될 만 하다. 곤충의 사육 표준화에 있어 국립농업과학원의 연구 등 국가적인 지원과 장려도 필요하지만, 실제 생산자들이 이를 제대로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민간 기구의 노력없이는 불가능하다. 협회를 중심으로 민간 인증과 생산자들의 계도 등을 풀어나가야 산업이 커질 수 있는 기본적인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또한 보다 많은 생산자들이 협회 내에 참여함으로써 산업의 목소리를 모으고 필요한 정책에 대한 요구도 가능해진다.

곤충은 밝은 전망을 지닌 생물 자원이다. 하지만 신산업의 육성과 활성화는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제라도 분명한 현황 파악과 그에 기반해 거시적 관점에서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적인 방향에서는 곤충산업 전반의 기술 개발과 교육을 통해 산업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민간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품질의 생산을 통해 곤충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시키며 시장의 수요를 창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류시두 이더블 대표이사

[류시두 이더블 대표이사]
서울대학교 경제학 졸업
카이스트 정보경영 석사 졸업
(사)한국곤층산업협회 부회장(학술위원장)
현) 이더블 주식회사 대표이사

저서 : 식용곤충 국내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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